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인간이 태어난 사실이 처음 공개됐다. 17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에서 그동안 여러 가지 시험을 통해 30명의 유전자 조작 아기가 태어났다. 불임이나 유전적 결함에서 생기는 질병을 극복할 길이 열렸다는 점에도 유전자 조작 식품을 넘어 이제는 '맞춤형 인간'을 찍어낼 수 있다는 데까지 실험이 진행됐다는 것 때문에 심각한 우려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저지의 생식의과학 연구소에서만 지난 3년간 15명의 아기가 유전자 조작 실험을 통해 태어났다. 현재까지 두 명의 아기에 대해 테스트가 진행됐으며, 이들은 세 명의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기들은 임신에 문제를 가진 여성에게서 태어났는데, 이들의 난자에는 수정되기 전 임신이 가능하도록 난자를 기증한 여성 지원자의 일부 유전자가 첨가되었다. '데일리메일'은 한 살이 된 두 아이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본 결과 한 아이가 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성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연구를 주도한 자크 코헨 박사는 '인간생식저널'을 통해 "이것은 유전구조를 변형시켜 태어나도록 한 첫 번째 건강한 어린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기증을 받은 난자에서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추출해 임신을 원하는 불임여성의 난자에 삽입했다. 미토콘드리아는 모계를 통해 유전되는데, 시술은 모친의 난자에서 세포핵만 떼 핵을 제거한 공여 난자에 이식하거나 부모의 생식세포를 우선 수정시킨 뒤 수정란의 핵을 공여 난자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토콘드리아에도 극소량(0.2%)의 유전자가 있어 공여자의 유전인자가 아기에게 전달된다. 이를 통해 태어난 아기는 난자 기증자와 임신부의 유전자를 모두 물려받게 된다. 이런 유전자는 자손에게도 계속해 유전된다. 다시 말해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태어난 아이는 첨가된 (새로운) 유전구조를 갖게 되고, 이는 장차 이 아이가 자신의 후손에게도 조작된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다는 의미다. 

인간의 유전구조를 변형하는 것, 또 이를 통해 태어나는 인간을 선택하고 능력을 높이겠다는 생각은 대부분 과학적 측면에서나 윤리적 면에서 그동안 금기로 여겨졌다. 그러나 유전학자들은 언젠가 이런 기술이 인간의 육체적 또는 지적 능력을 강화한 새로운 종족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했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조작된 계급사회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공포다. 

영국 보건부 산하 인간수정배아관리국(HFEA)은 지난해 '세 부모 아기' 시술 허용 여부에 대해 공개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HEFA는 영국에서는 이 같은 조작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신랄하게 비난했다. 런던 해머스미스 병원의 로드 윈스턴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불임 시술에서 이런 일들이 정말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이런 단계까지 이미 왔다는 데 매우 놀랐다. 영국에서는 결코 이런 연구가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