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발사 예정시각을 16분 여 남겨놓고 이상이 감지돼 나로호의 발사가 취소된 가운데 김승조 항공우주연구원장이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문제 발생 위치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 발사 예정시각 16분 앞두고
- 상단 추진체 이상신호 감지
- 부품 교체에만 3~4일 소요

- 예비일로 잡은 내달 5일까지
- 주변 기상 여건도 좋지 않아
- 정부 "발사 시기 종합적 검토"

29일 오후 4시로 예정됐던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3차 발사가 이번에는 전자부품 때문에 좌절했다. 지난달 26일에 이어 또 연기되면서 사실상 올해 안에 3차 발사는 어렵게 됐다.

오후 1시58분께부터 산화제와 연료(케로신), 헬륨 가스 주입 등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예정 시각을 불과 16분 앞둔 이날 오후 4시8분께 발사가 전격 연기된 직접적인 원인은 나로호 상단(2단) 추력방향제어기(TVC·Thrust Vector Control) 점검 과정에서 과전류가 흐르는 등 신호 이상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조광래 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전자소자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부분을 고쳐 전기제어박스를 다시 설치하려면 1단과 2단을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처음부터 다시 발사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정밀 조사 후 앞으로 일정을 정하기로 했으나,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만 놓고 보면 올해 안에 다시 발사 시도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관련 국제기구들에 다음 달 5일까지를 발사 예비일로 잡아 나로호 발사계획을 통보해 둔 상태지만 이 기한 내에 문제를 완전히 분석하고 보완 작업까지 끝내기에는 일정이 빡빡하다. 문제를 분석하고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30일 조립동으로 보내 분리를 해야 하고, 그럴 경우 수리 작업을 빨리 끝내고 다시 조립해 발사대로 옮기더라도 사나흘은 걸린다. 발사대로 옮긴 후에도 리허설과 점검 등 준비에 이틀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12월 5일 발사는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게다가 12월 2∼6일에는 나로우주센터가 포함된 전라남도 지역에 비나 눈이 오는 날이 많을 것이란 예보가 있어 기상 여건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로호의 1단 부분을 제작해 우리나라로 수출했던 러시아의 흐루니체프 우주센터는 발사 중단 직후 "잠정 자료에 따르면 2단 로켓의 부품 교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발사체가 발사대에서 내려져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 점검 장소로 이송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 상황을 지켜본 흐루니체프 우주센터의 알렉산드르 보브레뇨프 공보실장은 "로켓 2단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였는지는 로켓을 발사대에서 내려 한국 전문가들이 점검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생긴 부분은 로켓 상단부의 추력방향제어기를 작동하는 유압 펌프로 파악되고 있다. 제어기는 고체연료(킥모터)를 사용하는 2단 로켓 아래 깔대기 모양 '노즐'의 방향을 조절하는 부품이다. 펌프를 조절하는 전기제어박스에서 갑자기 보통 경우보다 수백 mA(밀리암페어) 더 많은 전류가 소모되는 현상이 발견됐다는 게 항우연이 파악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의 구체적 원인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예정기한을 넘길 경우 연내에 무리하게 발사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정확한 원인 규명에 추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연내 발사 가능성에 대해선 "3차 발사의 성공 가능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시기를 잡는 게 중요한데, 러시아와의 협의도 필요한 만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시기를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