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발사가 취소된 나로호는 험난한 우리나라 우주 도전사를 한 몸에 담고 있다.

2002년 우주 진출을 위한 위대한 계획이 수립된 이래 10년 간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4년 러시아와 우주기술협력 협정을 체결한 뒤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 장도에 나섰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달 26일 있었던 3차 발사도 예정 시각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헬륨 가스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가스가 새는 바람에 일정이 연기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한 달 동안 절치부심한 끝에 이날 재도전에 나섰으나 또 무산됨으로써 나로호의 성공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나로호의 발사 취소가 크게 낙담할 일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날 나로호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기 전 발사 중단이 이뤄졌지만, 해외에서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이후에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일도 적지 않게 일어났다.

인도는 2001년 3월 28일 우주발사체 GSLV의 발사를 불과 1초 남겨놓고 자동제어시스템이 액체엔진 부스터의 오작동을 감지해 카운트다운을 중단했다. 이 발사체는 2007년 9월 2일 발사 때도 발사 15초 전 정전으로 멈췄다. 이후 정비를 거쳐 발사했으나 궤도진입에 실패했다. 유럽연합(EU)의 아리안5는 2006년 2월 21일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지상장비 이상으로 발사가 3일 뒤로 연기됐다. 이어 위성회로 이상 여부 확인을 위해 발사를 다시 연기했다가 3월 9일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발사체 상단의 압력이 떨어져발사를 중단했다. 결국 3월 11일 네 번째 시도에서 발사에 성공했다.

미국의 우주왕복선 엔데버호 역시 2009년 6월 13일 연료주입 지상설비 문제로 발사가 중단된 뒤 6차례나 더 연기한 끝에 7월 15일 발사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