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 병에 벌침(봉독)이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동물실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연구재단은 경희대 한의대 배현수 교수 연구팀이 31일 이런 내용의 논문을 면역학 분야 학술지인 '뇌행동면역학' 11월호에 게재했다고 31일 밝혔다.

파킨슨병은 뇌 흑질에 있는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선택적으로 사멸하고, 그에 따른 도파민 부족으로 운동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60세 이상 노인의 약 1%가 이 질환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킨슨병의 발병은 면역 체계와 관련이 있고, 면역세포 중 조절T세포가 파킨슨병의 발생과 악화를 감소시킨다는 것이 최근 연구 결과로 알려져 있다.

배 교수팀은 전통 한약재 200여 종 가운데 조절T세포 증강 효과가 탁월한 물질을 찾았고, 이 중 류머티스성 관절염 등 면역과 관련 있는 질환들에 널리 사용돼 온 벌침을 골랐다. 연구진은 파킨슨병 관련 동물 실험에 흔히 사용되는 'MPTP 마우스 모델'을 이용해 벌침의 치료 효능을 시험했다. 인위적으로 파킨슨병을 일으킨 마우스에 벌침을 놓으며 관찰한 것이다.

연구 결과 벌침을 투여했을 때 뇌 흑질에 있는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보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질환을 면역조절로 치유할 수 있다는 가설을 확인한 것"이라며 "벌침뿐 아니라 한의학에서 사용되는 면역조절 천연물로부터 뇌질환 치료제를 발굴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연구 의미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