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규모 정전 이후 절전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1417 피크 시간대 전기 덜 쓰기' 범국민 캠페인. 국제신문DB

- 부산 환경단체, 냉방 자제 캠페인
- 정부, 기업체 조업시간 조정 요청
- 日, 후쿠시마 이후 원전 첫 가동도

2003년 8월 14일 미국 뉴욕을 비롯한 8개 주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캐나다 동부까지 전기가 나가면서 미국은 40억~100억 달러, 캐나다는 약 20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뉴욕의 교통수단이 마비됐으며, 금융기관의 전산망까지 중단됐다. 3일간 계속된 정전으로 약 4000만 명이 전력을 공급받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1965년과 1977년에도 수천만 명이 피해를 입는 정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우리나라도 대규모 정전(블랙아웃) 직전까지 갔다. 전국에 걸쳐 지역별로 30분씩 순환 정전이 실시되면서 블랙아웃은 면했지만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750만 가구의 전기가 끊겼고, 554곳의 중소기업은 가동을 멈췄다. 전국의 신호등 3000개가 꺼졌으며, 은행 417개 지점의 현금인출기(ATM)가 작동되지 않았다. 2000여 건의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양식장에 전기공급이 중단되면서 어류가 집단 폐사했다.

■전력공급 충분한가

일본이 '원전 제로' 55일 만인 지난 1일 핵발전을 재개했다. 지난해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사고 후 정기검사 등의 이유로 모든 핵발전을 중단했으나 여름철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동해 연안에 있는 후쿠이현 오이 원전 3호기(118만㎾)의 가동을 시작한 것이다. 간사이 전력은 오이 원전3호기가 정상 가동하면 간사이 지역의 전력 부족 비율은 14.9%에서 9.2%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간사이 지역의 절전 목표를 15%에서 10%로 완화할 계획이다.

에너지관리공단 부산울산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7707만 ㎾로, 지난해보다 480만 ㎾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최대 공급능력은 7854만 ㎾로 전년 대비 90만 ㎾ 증가에 그친다. 최근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지나 소멸한 이후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전력 사용량도 급격히 늘고 있다.

정부는 예비전력을 500만 ㎾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발전소의 예방정비 일정을 가을로 연기하면서 대규모 사업장의 휴가 일정과 조업시간 조정까지 요청하는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소비부터 줄여야

에너지 소비를 줄이자는 시민운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달부터 부산그린스타트네트워크, 부산시여성단체협의회, 부산에너지시민연대, 녹색소비자연대, 대한주부클럽 등을 중심으로 '전기절약, 대한민국을 뛰게 합니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냉방온도는 26도에 맞추고, 특히 오후 2~5시 사이에 전기사용을 자제하자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특히 2001년 860만 ㎾에서 2011년 1532만 ㎾로 10년 사이에 배가량 늘어난 냉방수요를 낮추는 데 캠페인을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부산본부 이선업 본부장은 "지난해 9월 대규모 정전사태 이후로 국민들 사이에 절전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실천은 부족하다"면서 "미국 등의 사례처럼 한 번 블랙아웃을 당하면 후유증은 엄청나다. 당장 전력공급을 늘릴 방법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전기 사용을 줄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피크 요금제 도입 등 요금 체계를 조정하는 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