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중인 적재량 100t 규모의 대형 위그선 개념도. 한국해양연구원과 대우조선해양 등이 본격 개발에 나섰다.

바다 위를 나는 꿈의 여객선 '위그선'(WIG·Wing In Ground Effect Ship)이 다가온다.

정부가 위그선 실용화 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선정했고, 국내 대표적 조선사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주)이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10여 년 연구해온 노하우도 있어 기술적인 면은 갖춰져 있다.

문제는 상용화다. 소형 위그선은 이미 시험선이 만들어졌다. 대형 위그선을 건조해야만 상업성이 있다.

정부와 대우조선 측은 2011년까지 대형 위그선 개발을 마치고 2012년부터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계 최초의 상용화

우리나라는 '조선 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 최대의 조선산업 국가이다.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세계 최초의 위그선 상용화 국가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대형위그선 개발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규모는 총중량 300t, 적재량 100t으로 보잉747기 정도의 크기이다. 길이 77m, 폭 66m이며 배의 총중량은 300t이다. 세계 최대의 위그선이다. 속력은 시속 250~300㎞ 정도로 잡고 있으며, 운항고도는 1~5m이다.


대우조선 등 7개사 참여

정부는 지난 2005년 대형 위그선 실용화 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선정하고 민간사업자 공모를 실시했다. 마침내 대우조선해양(주)이 지난 7월 투자확약서를, 한화기술금융이 같은 달 투자의향서를 각각 제출해 사업이 급진전되고 있다. 대우조선 외에도 신동디지텍 지엠비 동강엠텍 KCEI 21세기조선 등 조선 관련 업체들도 참여하기로 했다. 한화기술금융을 포함, 7개 기업과 연구기관인 한국해양연구원 등이 컨소시엄 형태의 실용화 기업을 설립키로 했다. 빠르면 11월 중 법인설립 절차를 거쳐 위그선 기본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이 지난 8월 8일 시험운항에 성공한 20인승 위그선 '해나래-X1호'

정부는 총사업비로 정부지원 845억 원과 민간자본 855억 원 등 1700억 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대우조선(200억 원) 등 참여 업체들의 투자예정액은 600억 원 규모여서 250억 원 정도 추가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 다만 대우조선 등이 개발사업 진행 과정을 봐 가면서 추가로 투자할 의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인가 비행기인가

위그선을 배로 봐야 할까, 비행기로 봐야 할까. 당연히 배다. 항공사가 아닌 조선사에서 나선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모양은 비행기처럼 생겼지만 높이 날지는 않는다. 고도 200m 이상 높이로 날면 비행기로 취급받는다. 만약 비행기로서 까다로운 항공 관련법을 적용받는다면 개발비가 2~3배 더 들게 된다.

위그선의 원리는

위그선이 바다 위를 나는 것은 지면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날개가 해수면에 가까울수록 공기가 비행기를 떠받치는 양력이 급증하게 된다. 갈매기가 수면 바로 위를 날갯짓하지 않고 활공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대개 위그선은 시속 100~500㎞ 정도로 설계한다. 배보다는 월등히 빠르고 비행기에 비해 수송효율이 뛰어난 특성을 갖고 있다. 더구나 공항 활주로 등 막대한 시설투자비가 들지 않는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시장전망

세계 각국에서 제작했거나 제작중인 위그선 모습들.

위그선은 활주로가 필요없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어 섬이 많은 곳이나 근거리 운송시 그리고 군용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부산~인천, 제주~인천, 울릉도~포항 항로와 부산~오사카·후쿠오카 등 한일 항로, 부산~상하이 등 한중 항로에 투입할 수 있다. 특히 서해안지역 한중항로에는 다수의 위그선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와 있다.

해외의 경우 섬이 많은 동아시아 지역과 지중해 및 흑해 연안, 북유럽의 발트해 일대 그리고 카리브해 등 북중미 지역 등이 위그선 수요처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가 이에 따른 예비타당성을 조사한 결과 여객용 위그선의 경우 세계적으로 2010년 168척, 2015년 316척, 2020년 523척, 2025년 814척, 화물용은 2010년 33척, 2015년 91척, 2020년 195척, 2025년 362척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동북아(한~중~일~러)와 동남아(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점을 투자유인 요소로 평가했다.


러시아가 주도, 중국 적극적

러시아는 1960년대부터 위그선 개발을 시작해 이 분야에 가장 앞서 있다. 다만 군사용으로 개발해 경제성은 극히 떨어진다. 러시아는 1979년 위그선 상륙정을, 85년에는 미사일 발사선을 각각 실전에 투입한 적이 있다. 민수용은 85년 소형 위그선을 개발했고 지금은 중대형 위그선을 개발 중이다.

미국은 항공이 발달해 위그선 개발에 나서지 않다가 국방성에서 1992년 군사용 위그선 개발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민수용으로는 소형인 14인승 위그선을 개발, 2009년부터 알래스카에서 운항할 예정이다. 일본은 90년대 말 100인승 위그선 개발에 나서기도 했으나 투자자가 없어 중단되는 등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중국이 위그선 개발에 적극적이다. 이 나라는 20인승 위그선을 개발 완료했고, 군사용으로는 연안경비용 위그선을 실전에 투입하고 있다. 올해 4t급 위그선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2013년 50인승, 2017년 200~400t급 대형 위그선을 내놓는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이밖에 독일이 3인승과 8인승 위그선을 개발했고, 호주도 위그선 개발에 본격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개발약사

국내에서는 한국해양연구원이 위그선 개발을 주도했다. 이 연구원은 1993년 러시아와 위그선 기술교류를 시작했고, 94년에는 현대 대우 삼성 한진 등 조선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러시아 기술의 도입에 나섰다. 이 컨소시엄은 95~98년 본격 위그선 개발에 들어가 1인승 시험선인 '갈매기 1호' 건조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때 IMF사태가 터지면서 개발사업이 중단되고 말았다.

해양연구원은 그뒤 2001년 (주)인피니티기술과 공동으로 4인승 위그선을 개발, 시운전 했다. 2004년부터는 위그선 사업이 국책과제로 선정되면서 민군 겸용기술과제로 20인승 위그선 개발이 추진됐다. 해양연구원은 마침내 지난 8월 8일 경남 고성의 당항포에서 20인승 위그선 '해나래-X1'호를 건조해 성공적으로 시험 운항했다.


문제는 없나

이처럼 국내에도 기술이 축적돼 있다. 다만 파도가 심할 경우 이착수시 안정성 그리고 운항시 갑자기 큰 파도가 칠 경우 사고의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한국해양연구원 위그선실용화사업단 강창구 단장은 위그선은 항공기나 일반 선박에 비해 안정성이 훨씬 뛰어나다며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해수면 가까이 날기 때문에 비행기에 비해 안정성이 월등하다고 강조한다. 만약 사고가 나더라도 신속히 대피할 수 있어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운항 중 폭풍우가 발생할 경우에도 위그선은 재빨리 대피할 수 있지만 일반 선박은 속도가 느려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창구 단장은 "물론 대형 위그선의 경우 안전을 최대한 고려해서 건조해야겠지만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면서 "오히려 위그선은 가장 안전한 운송수단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취재도움 : 과학기술부, 한국해양연구원

도움말 : 한국해양연구원 강창구 위그선실용화사업단 단장,

부산대 전호환(조선공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