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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칼럼] 세상살이와 새우깡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24 20:43:39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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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에 살고 깡에 죽던 젊은 대학시절. '깡소주' 한 병에 새우깡 한 봉지면 '인생이 곧 행복'이라던 선배가 있었다.

"마실 수 있는 자유와 세상 속에 취하게 만드는 소주 한 잔, 그리고 짭조름하게 혀 안을 조여드는 새우깡의 감칠맛. 후배들아! 사람, 그거 별거 아니다. 위기에 몰리면 진짜 별볼 일 없어지는 게 사람이라니까. 그러니, 사람답게 살려면 노력을 해야 되는 거야. 너희들이 눈물 젖은 새우깡을 알아. 아냐구."

취기가 오르면 쏟아지던 선배의 새우깡 회고담에는 남다른 속사정이 담겨 있었다. 단합이라는 명분으로 남이섬으로 2박3일의 MT를 떠났던 그 때.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기 위해 선착장에 모였는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선배가 잠시 볼일을 보러 간 사이에 배는 무심히 출발했고 일행은 남이섬에 모두 도착했다. 다들 배에서 내려 숙소에 도착했는데 웬걸 머릿수가 비는 게 아닌가. 아뿔싸. 선착장에 남겨진 선배를 그제야 생각해 낸 것이었다. 배는 그날의 마지막 배였고 떠나버린 일행의 뒤꽁무니만을 바라보았을 선배는 놓친 배보다 당장 저녁거리가 더 급해졌다.

수중에 지닌 것이라곤 달랑 배 표 한 장. 다음날 아침까지 혼자서 버텨야 했으니 늦은 밤까지 몇 시간을 쫄쫄 굶고 있던 차에 그때 선배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 어린아이의 손에 들린 새우깡 한 봉지. 선배의 필사적인 노력이 시작됐다.

아이와 놀아주며 눈치껏 새우깡 한 개씩을 얻어먹었다. 처음 한두 번은 성공인가 싶었는데 연거푸 세 번이나 과자를 뺏긴 아이의 울음으로 결국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종목을 바꿨다나. 그러나 이번에는 다섯 번이나 연패함으로써 깡에서 밀려나게 된 선배. 봉투는 서서히 비어가는데 더 이상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결국, 아이의 깡을 강탈하다시피 먹었고 아이의 할아버지로부터 엄청난 꾸중을 듣게 되었다는데, 야단을 맞으면서도 손에 쥔 한 주먹의 새우깡은 바지 주머니 속에 몰래 집어넣었다는 선배의 굴욕은 우리 모두를 실소의 무아지경에 머물게 했다.

어른이기를 포기한 코흘리개 어린 꼬마와의 치열한 한판 승부. 아이를 울리면서까지 어른이기를 포기한 굴욕감은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 선배를 괴롭혔으니 그저 웃음으로 지나칠 수 만은 없는 일이었다. 결국 선배의 눈물 젖은 새우깡 사건은 '어른이 어른다워야 진짜 어른'이라는 교육용 명언을 남기며 마무리 되었다. 그런데 최근 이어진 몇몇 뉴스를 보다가 까마득하게 잊혔던 선배의 명언이 새삼 떠올랐다.

소질보다는 세상의 잣대에 따라 아들을 닦달하다가 지나친 매를 가했다는 아버지는 최소한 부모이기를 포기했던 것일까. 이유야 어떻든 가족이 잠든 사이에 그들에게 기름을 부을 수 있었던 비정한 아들은 최소한 사람의 아들이기를 포기했던 것일까. 운명의 사랑이라며 20살이나 어린 남제자와 상상도 어려운 성적 행각을 벌인 여교사는 최소한 스승이기를 포기했던 것일까. 지하철 안에서 자리싸움을 벌이며 서로 욕설을 퍼붓던 할머니와 젊은 여성은 최소한 사람이기를 포기했던 것일까. 새우깡의 주인공 선배라면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살기 위해 다급해지니까 코 묻은 과자도 훔치게 되는 게 인간이더라. '최소한'의 도리를 포기하면 막 나가게 되는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게 있더라구. 최소한 사람이라는 사실말야. 포기하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 거창하지는 않아도 '최소한' 사람답게는 살고 싶다.

유정임·FM 90.5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한국방송작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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