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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실험 당하고도 꼬리치는 ‘비글’…임시보호하다 가족 됐죠”

유기동물의 사랑을 찰칵 '펫토그래피' <8> 유기견 입양 김윤경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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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량 왕성해 ‘악마견’ 별칭
- 특성 잘 모르고 키우다 유기
- 그렇게 버려진 비글들 모아
- 실험견으로 쓰인게 15만 마리

- 유기견 2마리 입양했던 김 씨
- 비글 구조 네트워크서 봉사하다
- 안타까운 사연에 2마리 더 입양

- “기간 지나 안락사 당하는 동물
- 임시보호로 생명 살릴 수 있어
- 위탁가정에 대한 지원도 방법”

펫토그래피 취재진은 지난 10일 부산 남구의 한 카페에서 유기견 2마리를 입양해 기르고 있는 김윤경 씨를 만났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김 씨와 반려견들이 취재진을 반겼다. 비글 한 마리와 믹스견 한 마리. 개들은 삼각대와 카메라 등 커다란 장비에 긴장한 듯 했지만 이내 얌전히 김 씨의 곁에서 인터뷰가 끝날 때 까지 기다려줬다.

활동량이 왕성해 3대 악마견(비글, 슈나우저, 코카스패니얼)’ 중 하나인 비글을 키우는 건 쉽지 않다. 김 씨가 비글을 기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김 씨는 어쩌다 유기견들의 엄마가 됐을까.

■4번의 유기견 입양

2018년 비글 구조 네트워크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김윤경 씨. 김윤경 씨 제공
“펫 샵의 동물들을 보면 ‘건강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을 종과 혈통에 따라서 가격대를 매기는 게 반감이 들었죠. 그래서 무료 분양이나 유기동물에 시선이 가게 됐던 것 같아요.”

김 씨가 본격적으로 강아지를 입양해 기르게 된 건 20대 시절 믹스견 ‘몽돌’이와의 만남부터다. 몽돌이는 2005년 광안리 바닷가 인근에 유기됐다. 근처를 배회하던 몽돌이는 구조돼 인터넷 카페에 입양 공고가 올라갔다.

카페 게시글로 몽돌이를 처음 본 김 씨는 며칠동안 몽돌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입양을 결심하게 됐다. 몽돌이와 가족이 된 지 3년 뒤에는 비글 ‘강산’이도 입양했다. 어느 한 커플에게 입양됐던 강산이는 별난 성격 탓에 인터넷 카페에 무료 분양으로 올라왔다. 김 씨는 강산이의 천진난만한 사진을 보고 매료돼 입양했다. 그렇게 가족이 된 몽돌이와 강산이. 김 씨와 행복한 날을 보내던 몽돌이는 2014년에, 강산이는 2016년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김 씨는 강산이를 기르면서 비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비글에 대해 모르고 키웠다가 실험견으로 가장 많이 이용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논산에 있는 ‘비글 구조 네트워크’라는 곳을 알게 됐고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기르고 있는 ‘유성’이는 논산에서 처음 만났다. 추운 겨울 처음 만난 유성이는 강산이와 많이 닮아 있었다. 하지만 강산이를 보낸 슬픔에 쉽사리 입양을 결심하지 못했고, 3개월 동안 임시보호를 하며 지내보기로 했다. “이미 한번 버림을 받은 친구라서 다시 보호소로 돌려보내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2018년, 그렇게 유성이는 임시 보호견에서 김 씨의 가족이 됐다. 3년 뒤, 김 씨는 낮 시간 집에 혼자 있을 유성이가 외롭지 않게 친구를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부산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유림이를 입양했다.

김 씨는 왜 유기동물이나 무료분양을 선호하게 됐을까. “사람이 동물에게 족보를 따져 가격을 매기고 좁은 케이지 안에 가둬 놓는 게 반감이 들었습니다. 유기동물이나 무료분양 돼 온 아이들이 상태가 더 좋진 않아요. 이런 아이들을 기르려면 책임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유성이와 유림이 역시 입양 당시 상태가 그렇게 좋진 못했다. 피부병이 있는데다 소화기관도 망가져 있었다. 무엇보다 훈련의 속도가 더뎠다. 하지만 김 씨는 포기하는 대신 차근차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통해 교육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녀는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걸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면 마음을 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 중 가장 보편적이고 쉬운 게 산책이다”고 했다.

김 씨는 동물을 기를 때 주인의 심리 상태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강아지들이 눈치가 빨라서 주인이 감정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아니면 함께 불안해 합니다. 주인이 심리적으로 안정이 돼야 동물들도 잘 지낼 수 있어요.” 책임감이나 반려동물을 기른 경험이 없어 입양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제가 유성이를 입양했던 것 처럼 일정기간 임시보호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실험동물 비글

견생 첫 증명사진을 찍은 유성이와 유림이. 그래픽=오찬영PD
“비글이 워낙 긍정적이고 성격이 밝다 보니까 실험을 당하고 주사를 맞아도 다음에 똑같은 상황이 와도 꼬리를 치면서 온대요.”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21년 사용된 실험동물은 488만 마리. 하루 평균 1만 3000여 마리의 동물이 실험에 이용됐다. 2014년에는 실험 강아지 중 비글이 94%를 차지하기도 했다. 실험견 구조단체 ‘비글 구조 네트워크’에 따르면 2020년까지 한국에서 실험에 투입된 비글은 약 15만 마리. 하지만 이 중 살아서 실험실 밖으로 나간 아이는 21마리 뿐이다. 하루에 약 30마리의 비글이 실험 도중 사망하거나 폐기 처분 된다.

김 씨는 “비글이 워낙 낙천적이고 사람을 좋아해 실험견으로 쓰인다고 들었다”며 “이런 안타까운 사연이 비글 구조 네트워크에서 봉사를 하게 된 계기였고, 유성이와 인연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진은 김 씨에게 비글의 ‘악마견’ 타이틀에 대해 묻고, 비글의 장점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3년 정도 과하게 발랄한 시기를 지나면 정말 큰 행복을 주는, 친화력이 좋은 종인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 씨는 퇴근하고 들어오면 매일 몇 년 만에 본 것처럼 좋아해 주는 유성이의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또 “이런 작은 행복들이 나 자신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유기견 임시보호 위탁가정

“보호소가 있긴 하지만 보호소별 시설이 천지차이더라고요. 시설 확충이 어렵다면 임시보호 위탁가정에 대한 지원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 씨는 인터뷰 막바지에 유기견 보호 관련 제도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반려견 인구가 증가한 것에 비해 유기견 보호소는 열악합니다. 유기견을 포획해서 보호하고 입양을 보내는 과정이 투명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입양이 되는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그에 따른 인력과 시설이 확충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설을 새로 짓거나 기존 시설을 보수하는 데는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비용적 한계도 있다. 김 씨는 “저도 보호소를 여러군데 다녀봤지만 어떤 곳은 산책도 시켜주는 반면 어떤 곳은 산책은 꿈도 못꾼다”며 “보호소별로 시설과 인력 차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고 말했다.

이에 김 씨는 ‘임시보호 위탁 가정’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설 확충보다는 비용 측면에서 절감이 될 수 있고, 유기 동물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임시 보호가 될 수 있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끝으로 김 씨는 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놓인 강아지들을 입양해 임시로 보호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보호소에서 공고 기간이 지나 안락사 당하는 강아지들이 많아요. 충분히 시간이 있다면 입양이 될 수 있는 아이들입니다.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해서 입양이 될 때 까지 좋은 환경에서 임시 보호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게 제 꿈 입니다.”

※제작지원 : BNK 부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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