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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엉덩이 꼬리뼈 염증 ‘모소동’ 환자 증가세…EPSiT 수술 효과적

  • 정인섭 부산항운병원 원장·외과전문의
  •  |   입력 : 2023-02-27 18:56:17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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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건장한 남자가 진료실에 들어왔다. 가까이서 보니 몸에 털이 많은 환자다. “어디가 불편하신지요?” “엉덩이 위 꼬리뼈 쪽이 아픕니다.” 이전에도 같은 부위가 아파서 치료를 받았는데, 증상이 반복된다는 이야기였다. 그 부위를 살펴보니, 꼬리뼈 주변 엉덩이 골 사이에 염증이 있었다. 털도 한가닥 보이는 것이 역시나 모소동(또는 모소낭)이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모소동은 엉덩이 골 사이 피부에 털이 함입돼 염증이 생기면서 고름이 차고, 염증으로 인해 길 또는 주머니가 만들어지는 질병이다. 문헌상 최초의 보고는 1833년 영국의 메이요(Mayo)가 ‘항문 주변 궤양에 털이 있는 질병’으로 기록한 것이다. 모소동 ‘pilonidal sinus’는 1880년 영국의 호지(Hodge)가 라틴어 pilus(털)과 nidus(둥지)를 합쳐서 명명했다. 젊은 남성에서 빈발하고,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군용차 운전병에게 많이 발병해 ‘지프차 병’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전의 치료는 모소낭이 있는 부위를 넓게 잘라내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절제 부위가 크고 상처 회복에 시간이 많이 걸리면서 다른 치료법들이 고안됐다. 즉, 환부의 옆으로 절개하거나 다른 부위의 정상 피부와 피하조직을 환부에 옮겨서 회복을 돕는 ‘플랩’을 형성해 상처를 덜 남기는 방법 등이다. 특히 2013년에는 이탈리아의 메이네로(Meinero)가 내시경 카메라를 이용한 방법인 ‘EPSiT’를 만들어냈다. 이 방법을 시행하니 수술상처가 1cm 안팎으로 굉장히 작아지고 전체 치료기간도 단축됐다. 이후 여러 나라에서 ‘EPSiT’를 도입하고, 관련 보고도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환자에게 모소동이 어떤 병인지 설명하고 치료법을 설명했다. 기존 절개법으로 하면 꼬리뼈 주변에 흉터가 크게 남고, 수술 부위에 깨끗하게 살이 차게 하려면 3개월 가량은 통원 치료 등을 해야 한다. 어떤 방법이 최선일지 환자도 필자도 고민이었다. 다행히 새 치료에 적극적인 부산항운병원에 장비들이 갖춰져 있어 ‘EPSiT’를 통해 치료하기로 했다. 수술은 잘 이뤄졌고 환자도 회복을 잘해서 퇴원하고 통원 치료까지 마쳤다. 결과적으로 수술상처가 작고, 절개보다 치료기간도 짧으니 환자의 만족도가 높았다.

다른 분야와 같이 의료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 필요한 수술장비를 들여오는 것도, 신기술을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전보다 관련 절차가 간소화됐다지만 시간이 아직 많이 걸린다. 이로 인해 새 치료법을 도입하는 것이 늦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국내에 흔치 않은 질병이면 더욱 그렇다. 모소동의 경우 유럽 등 서구에서는 흔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리 흔하지 않은 질병이다. 식습관의 서구화로 환자가 늘어나는듯 보이지만, 치료에서는 대부분 배농(상처 부위의 고름을 빼내는 것)과 절개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비록 드문 질병이라도 환자 개인의 고통은 매우 크다. 새로운 치료, 개선된 치료를 받아들이고 적용하는데는 의료인들의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와 함께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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