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률 높아 빠른 진단·치료 필요
- 야외 활동 땐 긴 옷 착용 … 예방을

3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친구들과 근교 등산을 다녀왔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면서 열이 나고 근육통과 피로감을 느꼈다. ‘혹시 코로나19에 재감염된 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뜻밖에도 ‘중증열성혈소판 감소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야외 활동을 할 때는 풀밭 진드기나 각종 세균 등에 의한 감염성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동병원 심은희(호흡기센터) 과장이 감염병 관련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봄철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진드기와 세균에 의한 감염질환 발생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A 씨가 걸린 증후군을 비롯해 쯔쯔가무시병, 유행성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등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이들의 증상은 독감이나 코로나19와 유사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대동병원 호흡기센터 심은희(호흡기내과 전문의) 과장과 김미란 응급의학과 센터장의 도움말로 이들 질환에 대해 짚어봤다.

우선 중증열성혈소판 감소증후군은 사망률이 약 20%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2013년 국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후 2019년까지 1089명이 걸렸는데, 이들 중 215명이 숨졌다. 이 증후군은 ‘살인진드기’로 알려진 참진드기의 SFTS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대부분 1~2주 잠복기를 거친 후 38도 이상 고열과 설사 오심 구토 식욕 부진 등이 나타난다. 근육통 피로감 경련 의식 저하가 동반될 수도 있다. 진드기는 피부에 단단히 붙어 피를 빨아먹기 때문에 잘못 떼어내거나 긁으면 일부가 피부에 남는다. 따라서 핀셋으로 잘 제거한 뒤 부위를 소독해야 한다. 직접 제거가 힘들면 의료기관에 빨리 가는 것이 좋다.

3급 법정 감염병인 쯔쯔가무시병은 급성 발열성 질환이다. 들판이나 풀숲에 사는 들쥐 등의 설치류에 기생하는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서 일어난다. 1~3주 정도의 잠복기 후 갑작스러운 오한과 발열 두통 등이 초기 증상이다. 이어 근육통 구토 기침 복통 인후염 등이 동반되며 피부 발진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기관지염 폐렴 심근염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오한 발열 두통 전신 쇠약 근육통 등은 쯔쯔가무시병 환자에게 흔한 것으로 독감이나 코로나19와 증상이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가려움증이 없는 발진과 진드기에 물린 부위에 직경 5~20㎜ 정도의 검은 딱지가 생기는 것이다.

유행성출혈열은 감염된 들쥐의 배설물이나 침의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다. 초기 증상은 독감과 유사하다. 고열과 두통 복통 등의 증세를 보이며 감염 후 3∼5일이 지나면 얼굴과 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난다. 심하면 쇼크 증상과 단백뇨 빈뇨 출혈 등이 일어난다. 특히 출혈은 각종 장기에 생길 수 있어 빠른 치료가 관건이다. 다만 유행성출혈열은 예방백신이 있어 미리 접종해 면역력을 키워두는 것이 좋다.

렙토스피라증은 가축이나 야생 동물의 소변을 통해 전파된다. 그것에 오염된 강물 지하수 흙과 접촉해도 감염이 된다. 감염 후 7∼12일 정도의 잠복기가 있으며 갑작스러운 발열과 두통 오한 종아리와 허벅지 등에 심한 근육통 충혈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심하면 급성 신부전증, 전신 출혈 등과 같은 증세를 보인다. 황달이나 신장 손상이 발생할 경우에는 약 30%가 사망에 이르는 질병이다.

대동병원 심은희 과장은 “이들 질환은 코로나19 등과 증상이 유사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증상이 있으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면서 “최소 1주일 이상 꾸준히 치료하면 호전될 수 있지만, 면역력이 약하거나 기저질환이 있으면 증상이 심해지고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야외 활동 때 긴 소매와 긴 바지를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풀밭에 앉거나 눕는 것, 옷을 벗어두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야외 활동 후에는 샤워를 하고 옷은 세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