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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모든 치료의 시작은 정확한 진단

  • 박원욱 박원욱병원 병원장
  •  |   입력 : 2022-03-28 19:15:07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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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의학을 배우던 1980년대에는 ‘의료광고’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 의사와 병원이 많지 않았던 까닭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요즈음은 의료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병·의원도 수익이 나야 직원들 월급을 주고,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해 나갈 수 있다. 그동안 의사와 병·의원이 수십 배 늘고, 대학병원들도 시설을 앞다퉈 확장해 왔다. 이렇다 보니 의료광고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SNS를 통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그래서 의사의 실력이 있든 없든, 방송·매스컴에서 주목을 받으면 환자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경쟁이 발전의 촉매제가 된다.

일전에 필자의 병원을 다녀간 환자의 SNS 글을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필자의 전공인 척추 환자였는데, 예약하고 2개월을 기다린 후 외래 방문해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다고 했다. 허리 디스크 혹은 협착증일 가능성이 큰데, 엑스레이 검사로는 잘 나타나지 않으니 MRI 촬영을 권했다. 그것도 전체 촬영이 아닌 진단용은 20만여 원이면 된다고 설명드렸다. 하지만 검사를 받지 않고 돌아간 뒤 SNS에 글을 올린 것이다.

그 요지는 다른 병원에 가니 검사 없이도 약을 주던데, 그 경비가 만 원 남짓밖에 들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필자의 병원은 왜 비싼 검사를 하라고 하는지 비난하는 것이었다. 그 글을 읽고 생각해 보았다. 2개월을 기다려 진료를 보는 환자에게 진단과정도 없이 진통제만 처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의학적 판단이었을까? 2개월이 아니어도 그런 증상의 환자에게 진통제나 주사 치료를 먼저 하는 것이 옳은가? 진단이 늦어지면 병이 악화하고 나중에 후유증으로 고생할 수도 있는데, 20만여 원이 그렇게 비싼 비용일까? 우리나라 의사는 아무런 검사 없이 환자의 말만 듣고도 진단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가? 아마 그런 병원이 있다면 직원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 중소 병원은 진료비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병에 대한 치료의 시작은 정확한 진단이다. 진단이 틀리면 환자는 쓸데없는 경비를 쓰고 불필요한 치료, 심지어 불필요한 수술까지 받게 된다. 의사도 법적인 문제로 고통을 받을 수 있다.

법원 판결을 보면, 검사를 하지 않아서 문제가 된 경우는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환자의 경제적 사정을 감안해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즈음 많은 의사가 진료차트에 ‘검사를 하라고 했으나 환자가 원치 않음’이라고 쓴다. 그러나 법적 상황으로 가면 환자는 ‘나는 검사받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필자는 경제적인 형편상 검사를 받기 힘든 많은 환자에게 무료로 검사를 해 준다. 나의 36년간 의료철학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지만, 검사를 하란다고 해서 SNS에 비난 글을 올리는 상황을 겪고 상당한 정신적 타격을 받았다.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가 양심이 없고 돈만 아는 의사가 돼 버린 것이다. 최소한 그 글을 올린 분에게는 그렇게 된 셈이다. 그 환자분께 이런 얘기를 드리고 싶다. “요즘 괜찮으신가요?” “진통제 드시고 좋아지셨으면 다행이지만, 많은 환자분은 진통제로 해결이 잘 되지 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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