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수술 불가 소견자 문의 쇄도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의료진들이 포기한 30대 재미동포 악성 암환자(여)가 부산 온종합병원에서 수술을 성공해 다시 한 번 지역 의료의 우수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온종합병원은 박광민(사진) 통합소화기센터장이 지난 9일 10시간 동안 일명 ‘휘플’이라는 유문부 보존 췌두부십이지장 절제술(PPPD)로 간문종양이 담도·간문맥·간동맥을 감싸고 있어 완전 절제가 불가능한 30대 재미동포 L 씨의 췌장 머리·십이지장·소장 일부·총담관과 담낭을 절제하는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L 씨는 3일간 중환자실에서 회복 후 일반병실로 옮겨 조직검사를 한 결과, 암세포가 완전히 절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11월 미국에서 우측 상행 결장암(병기 T3N1)으로 대장 대부분을 절제하는 큰 수술을 받은 L 씨는 항암치료 등을 했지만 암이 전이돼 2차 절제술을 했다. 이후 추적 관찰 중 또다시 암이 담도 및 복부 임파선에 재발해 간문맥이 완전히 막혔다. 지난해 3월 워싱턴의과대학병원에서 위험을 안고서라도 3차 수술을 감행하려 했으나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통해 기대만큼 종양을 줄이지 못한 데다 개복 후 혈관 재건이 어렵다는 집도의의 소견으로 중도 포기해야 했다. 이후 L 씨 남편은 미국 내 3개 대형병원에 수술 여부를 문의했지만 같은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남편은 실낱 같은 희망으로 고국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터넷 검색 중 우연히 공격적인 암 수술로 여러 차례 불가능한 환자를 살려냈다는 온종합병원의 뉴스를 접하고 지난 4월 아내의 병력과 미국 소견서 등 A4 여섯 장 분량을 팩스를 통해 문의했다. 자료를 검토한 박 센터장은 이후 서울에 사는 L 씨 모친 등과 상담 끝에 수술을 결정했다. 귀국, 2주간의 자가격리 후 L 씨는 식이치료 등을 통해 최상의 수술 조건을 만들었다. 정확한 진단명은 ‘상횡결장 암, 림프전이 간 및 간내 담관의 2차성 악성 신생물, 골 및 골수의 2차성 악성 신생물’이었다.
박 센터장은 췌장 머리부분과 우 간동맥 및 간문맥을 미리 절제하는 등 공격적인 수술로 불가능해 보이던 현실을 마침내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는 4번째 시행한 사례였다.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 전이성 담도암이 아닌 ‘이중 원발성암’으로 드러났고, 침윤된 간문맥과 우 간동맥을 절제하고 간문맥을 인조혈관으로 재건함으로써 암세포를 완전 절제하는 데 성공했음을 확인했다.

박 센터장은 “향후 두 종류의 원발암인 대장암과 담도암 재발에 대한 추적검사 등 여전히 어려운 과정이 남아 있지만 최선을 다해 L 씨를 치료하겠다”고 말했다. L 씨는 앞으로 항암치료와 함께 대사치료를 체계적으로 받을 예정이다.

앞서 박 센터장은 25㎝ 거대 간암 수술을 성공한 데 이어 최근 4번 재발한 60대 말기 간암환자의 4번째 수술을 성공하는 등 암 환자 수술분야를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

최근 온종합병원에는 수술 불가를 판정받은 암환자들, 수술 후 재발해 더 이상 수술할 수 없다는 환자들의 문의가 전국에서 빗발치고 있다. 이흥곤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