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접종자보다 감염 위험 7배 ↓
- 고령자일수록 얻는 이익 더 커
- 심장병 환자 합병증 예방 도움
- 30대 미만은 안 맞는 게 좋아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1위인 이스라엘은 지난 18일부터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집단 면역에 자신감이 생겨 내달부터 백신 접종자에 한해 해외 관광객도 받을 방침이다. 영국에 이어 백신 접종률 3위인 미국은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해 3차 접종을 추진한다고 한다.

지난해 정책 오판으로 K방역 홍보에만 매진하다 백신 확보에 한발 뒤진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지난 16일 현재 2.5%. 이스라엘(61.7%) 영국(47.6%) 미국(37.1%) 인도(7.1%)보다 한참 낮다. 이 와중에 한국은 신규 확진자 수도 600명을 오르내린다. 여기에 아스트라제네카(AZ)와 얀센 백신에서 혈전 부작용이 보고돼 접종 기피현상이 일고 있다.

온종합병원 심혈관센터 이현국 센터장은 “두 백신의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보다 효과가 크기 때문에 기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령일수록 백신 접종 훨씬 유리

전문가들은 혈전 부작용 때문에 백신을 기피하면 되레 코로나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크다며 코로나 백신을 맞을 것을 권하고 있다. 사진은 만 75세 이상의 고령자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고 있는 모습. 국제신문 DB

아스트라제네카(AZ)와 얀센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유전자를 아데노바이러스에 넣어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매개체인 아데노바이러스 때문에 혈전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조사 중이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잘 모른다.

미국에선 현재 얀센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AZ 백신도 미국에선 아직 FDA(미국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지 못했다. 해서,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는 60세 미만, 캐나다 프랑스 벨기에는 55세 미만, 영국은 30세 미만에 대해 AZ 백신 접종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EMA(유럽의약품청)에선 AZ 백신의 전체적인 이익은 부작용 위험보다 크다고 발표했다.

WHO(세계보건기구)도 AZ 백신과 혈전 발생의 연관성은 가능해 보이지만 아직은 확인되지 않았으니 백신 접종을 중단하지 말라고 발표했다. 한국도 한때 일시 중단했던 AZ 백신을 지난 12일부터 다시 접종하기 시작했다. 다만 백신 접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부작용의 위험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는 30세 미만은 접종대상에서 제외했다.

혈전이란 혈액 일부가 혈관 안에서 굳어진 덩어리, 즉 피떡을 의미한다. 백신 부작용으로 보고된 혈전의 원인은 비정상적인 면역반응 때문이라고 의학계는 분석한다.

이현국 센터장은 “현재까지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AZ 백신은 혈전증으로 뇌정맥동혈전증(CVST), 내장정맥혈전증(SVT), 파종혈관내응고(DIC) 등을 유발할 수 있지만 AZ 백신 혈전의 빈도는 100만 접종자 중 약 6.5명, 얀센 백신은 110만 접종자 중 약 1명에게 나타날 만큼 드물고, 주로 4주 이내 일어난다”고 말했다. 따라서 피검사, MRI 등으로 진단 가능하고 증상이 있을 때 빨리 내원하면 항응고제-와파린, 면역글로불린, 항경련제 등 약물투여와 함께 필요시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백신의 혈전증을 지나치게 두려워해 접종을 기피하는 것이 오히려 코로나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조언했다.

국내 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 접종자는 미접종자에 비해 약 7배 정도 감염 감소 효과가 있고, 연령이 증가할수록 백신 접종으로 얻는 효과가 부작용의 위험보다 더 크다. 특히 AZ 백신의 위험 대비 이득이 30대 1.3배, 70대 61.7배, 80세 이상은 103.5배다. 나이가 많을수록 백신 접종을 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만 30세 미만에서는 코로나 사망 확률은 낮지만, 혈전의 위험이 있어 AZ 백신 접종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현재 염증성 질환자, 여성호르몬 사용자, 임신부나 암 환자들은 혈전의 위험성을 고려해 AZ 백신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백신 접종 이후 가벼운 발열과 몸살, 가벼운 두통은 경과를 지켜보면 된다. 백신을 맞고 30분 내에 호흡 곤란과 가슴 통증 등의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 필요한 치 조치를 받아야 한다. 심한 복통이나 두통이 지속되면서 시야가 흐려지면 혈전 부작용이 의심되므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심혈관계 환자도 백신 접종해야

혈전 부작용 보고와 관련, 최근 심혈관계 질환자들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극단적으로 기피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더 나쁜 상황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고 의료계는 경고한다. EMA는 혈소판 감소증이 동반된 특이정맥 부위의 희귀혈전증만이 백신과 연관된 혈전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정의했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동맥혈전은 백신과 관계 있는 혈전증이 아니라고 보고했다.

이 센터장도 “코로나 감염은 관상동맥질환이나 심부전 환자의 병을 악화시키고, 관상동맥 경화반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는 게 미국심장학회의 입장”이라면서 “심장병 환자는 코로나 예방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의 보고에 따르면 백신으로 인한 혈전은 빈도가 낮은 데다, 심장이 아니라 머리나 배의 정맥 혈관에 생긴 것이 보고돼 심장병 환자들의 접종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심장병 환자들이 백신 접종으로 혈전이 자신의 심장 혈관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흥곤 선임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