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힘찬병원 ‘마코로봇’ 활용
- 3D 정보·햅틱기술로 뼈 절삭
- 근육 등 손상 막아 재활 용이

김모(여·60) 씨는 올 겨울 유독 무릎이 시큰거리고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이미 퇴행성 관절염 말기로 접어들고 있었다. 보존적 치료는 한계가 있어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8년 월별 수술현황에 따르면 무릎관절수술은 월 평균 6000건 정도였다. 하지만 12월과 1월에는 이보다 40%나 많은 8500건 정도의 수술이 진행됐다. 추워지면 무릎관절수술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겨울철에 무릎이 더 아픈 이유는 뭘까. 운동량의 감소 때문이다. 춥다고 실내에만 머물고 운동을 게을리하면 전체적인 근육량이 감소한다. 동시에 무릎 주변 근육도 약해진다. 기온이 낮아지면 근육과 혈관이 수축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고 이로 인해 관절 주변 근육이 굳어 통증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부산 힘찬병원 이춘기 병원장이 퇴행성 관절염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하고 있다.

■동계 무릎통, 퇴행성 관절염과 달라

겨울철 찾아오는 흔한 무릎통과 퇴행성 관절염은 엄연히 다르다. 근육 수축에 의한 무릎통은 주로 움직일 때 아프다. 이때 온찜질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면 통증이 어느 정도 가신다. 하지만 퇴행성 관절염은 가만히 있어도 쑤시고 무릎에서 열이 난다.연골은 나이가 들수록 점차 손상돼 닳아 없어진다. 퇴행성 관절염의 초기에는 연골 손상이 크지 않아 약물, 주사, 물리치료 등을 통해 통증을 줄인다. 중기에는 연골 손상이 좀 더 진행돼 뼈끝이 뾰족하게 자란 상태로, 이때는 남은 연골을 최대한 살리는 관절내시경을 통한 연골성형술, 자가연골이식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말기가 되면 연골이 거의 닳아 없어져 뼈끼리 부딪히면서 염증반응이 심해진다. 다리가 O자형으로 휘거나 곧게 뻗을 수 없게 된다. 이땐 가만히 있어도 다리가 쑤시고, 소염진통제를 복용해도 효과가 오래 가지 못한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이 최후이자 최선인 상태가 된 것이다.

부산 힘찬병원 이춘기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퇴행성 무릎 관절염은 통상 더 많이 쓰는 쪽에 먼저 온다. 편한 걸음걸이로 생활할 경우 다른 한쪽 무릎의 퇴행과 함께 척추질환까지 불러올 수 있다”며 “수술 시기가 늦어지면 무릎 뼈도 더 많이 손상돼 수술 후 통증 해소와 재활 등에 어려움이 따라 제 때 병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혈 비율 줄고 회복기간 단축

최근 환자 개개인에 최적화된 수술 계획을 세워주는 ‘마코로봇’을 활용한 인공 무릎관절수술이 늘면서 수술 후 통증을 줄이고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우선 수술 전 CT로 촬영한 3D 정보를 통해 뼈 절삭 범위를 정밀하게 설정, 환자 무릎의 세부 사항과 인공관절의 크기 및 삽입 위치에 대한 전체적인 수술 계획을 세운다. 수술이 시작되면 입력된 데이터에 따라 오차 없이 필요한 부분만 정교하게 뼈를 절삭한다. 연부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고 관절을 얼마나 정확하게 깎느냐가 수술의 관건이다. 마코로봇에는 인공관절 삽입에 필요한 뼈 절삭 부위만 정확하게 깎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햅틱기술)가 있다. 따라서 절삭 범위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려 하면 로봇의 움직임이 자동으로 멈추기 때문에 주변 인대나 근육 등 연부조직의 손상을 막아준다. 인공관절의 삽입 위치와 각도가 조금만 벗어나면 수술 후 통증이 심하고 회복도 더뎌진다. 여기에 다리의 축이 흐트러지면서 애써 이식한 인공관절의 수명까지 단축시킨다. 이춘기 병원장은 “로봇수술은 수술 부위와 관절 모양을 3D로 재구성하기 때문에 출혈을 최대한 줄일 수 있어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빨라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한국스트라이커 심현우 대표이사는 “마코로봇으로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하면 평균 3일 후 보행이 가능하고, 기존 수술보다 수술 후 8주까지 통증이 55%나 감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흥곤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