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산항운노조위원장의 가석방을 도와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사무소장(국제신문 지난해 12월 1일 자 8면 등 보도)이 실형을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5부(권기철 부장판사)는 1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알선수재), 배임수재, 배임증재 ,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사무소장 이모(57) 씨에게 징역 3년6월과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하고 5100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씨에게 조카의 취업과 자신의 승진을 청탁한 혐의(배임증재미수, 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된 부산항운노조 조장 A(55) 씨에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씨는 부산에서 이름이 알려진 인권운동가 출신으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별정 4급 상당 서기관으로 임용돼 2015년 1월까지 인권위 부산사무소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인권위 팀장으로 근무하다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5월 직위해제됐다. 인권위 부산소장은 부산교도소 등 소관 구금시설의 방문·상담 및 진정접수, 구금시설에서의 인권침해 행위에 관한 조사와 구제 업무를 맡는다.

　1심이 인정한 사실을 보면 이 씨는 2011년 9월부터 2012년 8월까지 부산항운노조 전 위원장 B 씨의 가석방과 특별면회를 성사시켜 달라는 부탁을 B 전 위원장의 측근인 항운노조 간부 3명으로부터 받았다. B 전 위원장은 2010년 9월 배임수재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였다.

　이 씨는 부산교도소 교도관을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업무상 관계를 이용해 2011년 9월부터 2012년 8월까지 부산교도소의 B 전 위원장 담당 교도관, 보안과장, 총무계장, 소장에게 B 씨의 가석방과 특별면회 등 수감 편의를 청탁했다. 실제로 2012년 8월 B 전 위원장은 가석방됐다. 이 씨는 B 전 위원장이 가석방된 그 달, 항운노조 간부로부터 사례비 3000만 원을 받았다.

　이 씨는 항운노조에 특정인을 취업시켜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17년 9월 A 씨의 조카를 항운노조에 취업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A 씨의 누나가 A 씨에게 건넨 사례금 3000만 원 중 2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씨와 A 씨가 영리를 취득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취업에 관여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를 인정했다.

　A 씨는 2015년 8월 이 씨와 또 다른 항운노조 간부 C 씨가 B 위원장과 친분이 두텁다는 사실을 이용해 두 사람에게 ‘조장으로 승진하게 도와달라고’고 한 뒤 이 씨와 함께 B 전 위원장을 직접 찾아가 ‘승진하게 도와달라’고 청탁했다. 이로부터 한 달 뒤 A 씨가 실제로 조장으로 승진하자 A 씨는 C 씨에게 사례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줬고, C 씨는 이를 이 씨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c관련자의 진술과 증거를 종합해 A 씨가 이 씨가 아닌 B 전 위원장에게 직접 사례금을 전달하려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씨의 배임수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A 씨에게는 배임증재미수죄를 인정했다.

　이 씨의 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2014년 8월 항운노조 간부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다고 하자 “부산경찰청 간부에게 부탁해 면허를 살려보겠다”고 말하고 경비 명목으로 현금 100만 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도 받는다.

　재판부는 “이 씨는 법률로부터 부여받은 인권위 부산사무소장의 공적인 권한을 친분관계에 있던 B 전 위원장을 위해 사적으로 유용했다”며 “가석방이 성사되기까지 부산교도소 관련 공무원들에게 주도면밀하게 접근해 교정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무너뜨렸기에 그 자체로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이모 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