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운노조 채용 비리 의혹의 핵심인 김상식(53) 전 위원장이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5부(권기철 부장판사)는 29일 업무방해, 배임수재,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위원장에게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김 전 위원장은 노조 간부들과 공모해 친인척이나 금품 제공자를 어류·적기지부 등에 ‘가공 조합원’으로 등록하고 가공 조합원을 급여와 복지혜택이 좋은 부산신항 컨테이너터미널운영사(신항업체)에 전환 배치해 부산항운노조 인사위원회와 신항업체의 업무를 방해했다. 김 전 위원장 등은 2013년 7월 말부터 지난 1월 말까지 135명의 가공 조합원을 등재했고, 이들 중 105명이 실제로 신항업체에 취업했다.

　재판부는 김 전 위원장이 2013년 11월 감만부두 컨테이너 하역업체인 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 대표 A 씨로부터 ‘향후에도 임금협상 등 노사협상에 협조해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현금 500만 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도 유죄로 보고 500만 원을 추징했다.

　김 전 위원장이 항만 일용직 인력 공급업체 대표 B 씨로부터 ‘항운일용 노무 관리업을 영위할 수 있게 해달라’는 묵시적 청탁을 받고 퇴사한 A 씨를 B 씨 업체에 대표이사로 임명토록 하고, 그 결과 A 씨가 일하지 않고 급여 9000여만 원을 받게 한 혐의(제3자 배임수재)도 유죄로 인정됐다.

　김 전 위원장이 터미널운영사에 자신과 친분이 있는 C 씨의 개인 비리 감사를 무마하도록 요구한 혐의(업무방해)도 유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C 씨의 비리 규모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덕담 차원에서 말했다고 주장하나 애당초 항운노조위원장이 터미널운영사의 감사에 관여해서는 안 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일부는 무죄로 봤다. 김 위원장이 A 씨로부터 2015년과 2016년 각각 500만 원씩 총 1000만 원을 더 받았다는 검찰의 주장은 “증거가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위원장이 2008~2014년 조합원 348명의 연금보험을 보험설계사인 아내를 통해 가입함으로써 아내가 수당 4098만 원을 챙겼다는 혐의 중 2008년 건은 공소시효가 지났고, 2012년과 2014년 건은 “보험 가입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이 급여를 이중으로 받아 8400여만 원을 챙겼다는 혐의(사기)는 “급여를 이중으로 받았으나 피고인이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항운노조의 고질적인 ‘취업장사’ 폐단의 책임을 피고인에게만 물을 수 없으나 폐단을 온존시킨 피고인이 (가공 조합원 등록을) ‘예비인력 확보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변명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검찰은 부산항운노조 비리에 연루된 국가인권위원회 이모(55) 팀장에게 징역 6년과 벌금 6000만 원, 추징금 6600만 원을 구형했다. 부산지역 인권운동가 출신인 이 팀장은 2012년 인권위 부산사무소장 재직 시절 채용 비리로 구속된 이모(70) 전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의 가석방과 특별면회 등 편의를 알선해준 대가로 3000만 원, 항운노조 조합원의 승진을 청탁해준 대가로 20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을 받는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