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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가물가물…건망증인 줄 알았더니 우울증이래요

최근 노인·청소년 우울증 급증, 기억력·집중력 떨어져 치매 오인

  • 국제신문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19-10-21 18:43:1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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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사 부정적·식욕 부진 땐 의심
- 환자 열에 한두명은 극단적 선택

- ‘정신과 약 먹으면 바보’는 오해
- 항우울제 복용땐 3개월 내 효과
- 재발 막으려면 6개월 약물 치료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의 극단적 선택에 악성 댓글로 인한 우울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우울증 증상과 치료에 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우울증이란 ‘주요우울장애’라고 불리는 대표적 정신질환 중 하나다. 우울한 기분이나 의욕 저하가 있으면서 수면 장애, 식욕 저하, 체중 변화, 집중력 저하 등이 2주 이상 연속해서 나타나는 상태를 ‘주요우울삽화’라고 하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삶을 살기 어렵게 되는 증상을 말한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구 교수가 우울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해운대백병원 제공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구 교수는 “일생 동안 6명 중 1명은 우울증에 걸리고, 특히 여자가 남자보다 2배 많이 걸린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흔한 질병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그중 25%만이 효과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며 “40~50대에서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청소년이나 노인층에서 우울증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길게는 수년씩 지속하면서 환자를 괴롭힌다. 학업이나 직업 유지에 실패하고, 가족·대인 관계가 나빠지며, 알코올이나 약물 의존에 빠지기 쉽고, 신체 질병도 악화하는 등 우울증으로 인한 개인적 고통 및 사회경제적 손실이 매우 크다”면서 “무엇보다 우울증 환자의 15%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고 알려져 적극적인 치료·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덧붙였다.

■‘우울증’과 ‘우울한 기분’ 차이는

그 누구도 항상 평상심을 유지할 수는 없다. 하루에 또는 일주일에 몇 번씩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 하는 변화는 정상적이고, 그 정도는 크지 않다. 가까운 사람의 사망·이혼 같은 상실,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면 일상적인 수준 이상으로 기분이 저하되고 슬픔을 느낀다. 하지만 이는 재난에 대한 반응 수준으로 우울한 감정의 정도가 가볍고, 그 기간이 짧다. 기분전환을 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정상 수준으로 좋아진다.

반면 우울증은 정상 반응이 아니라 치료하지 않으면 몇 달, 몇 년간 이어지고 스스로 극복하기 어려운 심한 우울함이 지속하는 상태다. 우울증에 걸리면 모든 상황을 내 탓으로 돌린다. 온 세상이 부정적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잘 풀리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우울한 기분이 계속되거나 평소와 달리 의욕이 없고, 슬픈 감정에 휩싸이는 기간이 늘어나고 그 정도가 심해지며, 맛있는 것을 봐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거나 폭식을 할 때, 자살 생각이 든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증상은 연령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소아는 산만해지거나 학교 성적이 떨어지고, 등교를 거부하며, 배나 머리가 아프다는 등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한다. 부모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기도 한다. 청소년은 부모나 교사에 대한 반항이나 사회에 불평·불만이 늘고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 중년기 여성 중 특히 갱년기 우울증은 주부건망증으로 알려진 기억력 저하를 호소한다. 자식이 성공했는데도 독립해나간 허탈감을 견디지 못하는 빈둥지증후군, 초조감과 인생의 공허감, 배우자에 대한 의심 증상을 보인다. 노년기는 암이나 다른 심각한 질환에 걸린 것이 아닌지 불안·초조해 한다. 집중력과 기억력의 저하를 호소하는데, 정도가 심할 땐 치매로 오인되기도 한다.

■약물치료 얼마 정도 하는 게 좋나

항우울제를 비롯한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항우울제를 복용하게 되면 평생 약을 끓지 못한다’ ‘정신과 약을 오래 쓰면 바보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런 약물치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적절한 치료를 방해해 심한 고통을 더 오래 겪게 만들고, 잘 낫지 않아 만성화를 초래한다. 약물치료에 대해 의심이 들거나 부작용이 염려되면 담당의와 상의해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약물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3개월 안에 호전된다. 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최소한 6개월 이상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최근 서구 국가에서 제시된 가이드라인을 보면 필요시 24개월간 유지치료를 권한다.

무엇보다 우울증은 질병을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극복할 수 있다. 우울증은 자신이 약해서 생긴 병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숙지해야 한다. 또한 꼭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치료 시작 후 갑자기 좋아질 것이란 기대는 말아야 한다. 중대한 의사 결정은 우울증이 나은 이후로 연기하는 것이 좋고, 가급적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며, 기분을 좋게 만드는 활동에 참여하도록 한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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