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배경 초·중·고생 매년 늘어
- 국내 출생 상당수 … 정체성 비슷

- 다문화 학생 맞춤교육 지원하고
- 학교구성원 모두 이해도 높여야
- 교사 직무 연수도 의무화 필요

이주민이 살기 좋은 도시는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라는 말처럼 이주배경 학생이 다니기 좋은 학교는 모두가 다니기 좋은 학교일 것이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이주민 강사가 ‘아시아 문화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 제공

하지만 근거도 불분명한 단일 민족, 단일 문화를 유독 내세우는 한국사회 특유의 고질적 배타성은 학교 현장에서도 여전하다. 전체 학생의 1%도 되지 않았던 부산지역 이주배경 초등학생은 지난해 전체의 2.4%에 달할 정도로 증가했다. 부산의 ‘다문화 교육 정책’도 이런 이주배경 학생의 증가 추이를 맞춰 이해와 공존의 상호(원주민 학생과 이주배경 학생) 교육이라는 대전제를 갖고 달라졌다. 하지만 이주민 단체와 학부모인 이주여성들은 부산시교육청의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교사와 원주민 학부모의 인식 제고 없이는 학교 현장에서 이주배경 학생의 ‘특별한 대우’만 강조하는 선심성, 생색내기 행정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주배경 초등생 3000명 시대

지난해 부산지역 초·중·고에 재학 중인 이주배경 학생은 4581명으로, 전체 학생 33만1265명 가운데 1.4%다. 이 중에서도 초등학생 수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2012년 1423명이던 부산지역 이주배경 초등학생은 2014년 2039명으로 2000명을 넘어선 뒤 2년 뒤 2016년에는 3249명으로 3000명을 훌쩍 넘겼다. 국내 학령인구가 2015년 892만 명에서 10년 뒤인 2025년 708만 명으로 무려 184만 명이 감소할 것이라는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이 분석과는 대조적인 추이다. 특히 지난해 부산의 이주배경 초등생은 3612명으로 전체 초등생의 2.4%에 달했다. 주목해야 할 통계는 또 있다. 바로 이주배경 학생이 다니는 학교 현황이다. 부산지역 전체 초·중·고교 626곳 가운데 90%에 가까운 561곳에, 그중에서도 초등학교 308곳 가운데 304곳에 이주배경 학생이 재학 중이다. 사실상 부산지역 전체 초등학교에서 이주배경 학생이 원주민 학생과 어울려 공부하는 셈이다.

부산시교육청의 현황을 보면 부산지역 이주배경 학생 부모의 출신 국가는 베트남이 1471명, 중국이 864명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다. 필리핀(497명)과 일본(438명)까지 더하면 4대 국가 출신이 90%가량이다. 이주배경 학생 3612명 가운데 국내에서 태어난 학생은 3233명으로, 이들은 중도 입국 학생과 비교하면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고, 한국인의 정체성도 강하다고 교육청은 분석한다.

■적응·베풂에서 이해·공존으로

부산시교육청은 올해 다문화 교육지원 계획의 슬로건으로 ‘모든 아이는 우리의 아이-이해와 공존의 교육’을 내걸었다. 부산시교육청은 그러면서 지원 중심의 다문화 교육 추진 방향을 평등·상호이해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이주배경 학생의 맞춤형 교육지원 사업과 함께 이른바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 이해 교육을 대폭 강화했다. ‘학교 공동체 다문화 수용성 제고를 위한 이해 교육 강화’라는 주제로 다문화 연구학교와 다문화 중점학교를 운영한다. 연구학교는 영도초와 남중이며, 중점학교는 초등 6곳이다. 특히 중점학교에서는 이주배경 학생의 역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도록 해 눈길을 끈다. 이주민 학부모가 가장 필요로 하는 교사와 원주민 학부모의 다문화 이해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물론 이주배경 학생이 있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도 외면할 수는 없다. 초등교사인 A 씨는 “다문화 학생을 의식하는 자체가 편견이고 차별이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다른 아이와 똑같이 대하면 배려가 없다고 비판을 받을 것 아니냐”며 “다문화 학생을 위한 각종 지원 정책 자체가 오히려 그들을 특별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유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교사 B 씨는 “다문화 학생이라는 이유로 편견을 갖는 교사, 이름 대신 ‘다문화’라고 학생을 부르는 교사는 교원의 자격이 없고 비판,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전제한 뒤 “다만 다문화 학생을 맡으면 집단 따돌림 유무 등 파악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관심을 두고 특별한 상담을 하는 것이 되레 다문화를 부각해 학생을 차별한다는 지적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희망 교육의 한계… 의무화 필요

이주민 단체와 이주민 학부모들은 부산시교육청의 이 같은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이것으로 이주배경 학생을 대하는 교사와 원주민 학부모의 인식이 개선될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이다. 특히 희망하는 학교 학급 교사 위주로 다문화 이해 교육을 시행하고, 이주배경 학생의 담임교사만 ‘다문화 이해 연수’, 이른바 직무 연수를 필수 이수하도록 한 부분은 여전히 교육 당국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직무연수는 원격 강의 위주이고, 필수 직무연수마저 부산시 전체 대상자를 한 번에 한데 모아 진행해 형식적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부산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교사 직무연수 프로그램을 대폭 확충했고, 다음 달부터 새로운 프로그램을 잇달아 시행할 예정이다.

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 이석환 다문화교육팀장은 “시교육청의 정책 방향과 점진적 개선 노력은 높이 산다”면서도 “다만 학교 학생 교사의 교육이나 연수가 희망자 위주에서 벗어나 의무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부산 이주배경 학생 현황 (단위:명) 연도 초등 중 고등 계 2012년  1423 393 181 1997 2013년  1747 506 221 2474 2014년  2039 470 261 2770 2015년  2562 527 305 3394 2016년  3249 584 415 4248 2017년  3612 622 347 4581 ※자료 : 부산시교육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