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바이러스 간염은 국내간경변증 및 간암의 주요 원인이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이어 만성 바이러스 간염을 일으키는 두 번째 원인이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보면 전체 간암의 원인 중 12%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C형 간염이었다. C형 간염은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에 노출될 경우 감염되고, 환자 20~50%는 급성기에 자연 회복된다. 나머지 환자는 6개월 이상 바이러스를 지닌 만성 C형 간염으로 진행하고, 60대에 간경변증, 70대 간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정맥 약물 주사가 성행했던 미국에서는 C형 간염이 전체 간암 원인의 1위를 차지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B형 간염보다 상대적으로 빈도가 낮아 중요성이 간과됐다.
C형 간염은 몇가지 이유로 중요 질환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첫째, C형 간염은 급성기에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성화가 된 이후에도 환자 상당수가 일반 간 기능 검사 결과가 정상을 나타내므로 복수, 정맥류 출혈, 간성 혼수 같은 합병증이 일어날 때까지 모르고 지내다가 진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더구나 크기가 커져서 완치가 어려운 단계의 간암으로 뒤늦게 확인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간경변증, 간암 등 만성 간 질환이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 C형 간염을 치료해 진행을 막는 게 중요하다.
둘째, C형 간염은 백신이 없어 예방이 어렵다.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10, 20대 유병률이 매우 낮아진 B형 간염과는 달리 바이러스가 복제되면 다양한 돌연변이가 발생해 백신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 의도하지 않게 타인의 혈액에 노출되면 C형 간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현재 C형 간염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감염 위험인자로 알려진 주사기 찔림 사고, 정맥 약물 남용, 재사용된 침에 의한 전염, 비위생적인 문신 시술 등을 피하는 것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50%에 달한다. 검진 기회가 있을 때 C형 간염 항체를 측정해 잠재된 감염이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셋째, 이전에 비해 C형 간염 치료가 수월해졌다. 과거 인터페론 주사 치료는 주 1회 6~12개월 투약이 필요했고, 투약 부작용에 의한 치료 중단율이 높았으며, 치료 성공률도 60~80%에 그쳤다. 이와 달리 최근 국내에 도입된 경구 항바이러스제제는 치료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면서도 완치율이 99%로 높다. 종전 인터페론에 비해 부작용이 현저히 줄어 치료가 용이해졌다. 일단 간경변증이 발생하면 간암 발생 위험이 급증하고, 항바이러스 치료로 완치된다고 해도 간암 발생 위험을 완전히 줄일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여전히 정기적인 간암 검진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 국내 만성 간 질환의 질병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간경변증의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 C형 간염을 적극적으로 진단하고 효과적인 항바이러스 치료가 필요하다.
허내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