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바닥 불균형 보완해줄 TRX
- 6㎏ 원통 바이퍼 활용 런지 동작
- 위아래 흔드는 배틀로프 있지만
- 폴더폰 접듯 자기 다리 올리는
- 행잉 레그 레이즈가 제일 힘들어

- 쉴틈 안 주는 트레이너 얄미워도
- 땀 뺀 뒤 샤워할 땐 상쾌함 최고
- '아~이래서 운동 중독 되는구나'

매일 운동 목표가 있는 크로스핏의 장점과 1 대 1로 지도하는 퍼스널 트레이닝이 합쳐지니 확실히 관리받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회사가 있는 연제구에서 남구에 있는 '리얼핏'까지는 꽤 먼 거리다. 하지만 피트니스센터에 도착하기만 하면 그 이후로는 머리를 비우고 몸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운동하러 가는 일이 부담이 없었다. 혼자 운동하면 오늘은 어떤 운동부터 시작해서 개수는 몇 개를 하지, 내가 하고 싶은 기구를 누가 사용하고 있으면 또 기다려야 할까 하는 다양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퍼스널 트레이닝 전문점에선 이런 귀찮음이 없어서 더 좋았다.

	철봉에 매달려 배에 힘을 주고 다리를 들어올리는 행잉 레그 레이즈. 기자에게 무시무시한 팔 근육통을 선물해준 운동이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최동민 대표는 운동 첫날 지적했던 기자의 발바닥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한 운동을 소개해줬다. TRX에 한쪽 발목을 걸고 버피를 하는 것이다. TRX는 하나의 긴 줄에 두 개의 손잡이가 Y자 형태로 달린 운동기구로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 운동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양발을 땅에 대고 하는 버피도 힘든데 앞이 캄캄했다. 최 대표는 "한쪽 발목을 번갈아 가며 10개씩 하다 보면 발목의 안정성과 균형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했다. 한 다리를 걸고 10개씩 할 때 제일 힘든 건 바닥에 엎드렸다 일어날 때 한쪽 발로만 일어나는 것이다. 이때 발목이 많이 강화되지만 부하도 많이 걸려 조심해야 한다.

이어 바이퍼라는 6㎏ 원통을 들고 어퍼컷 하듯 아래에서 위로 쳐 올리며 다리를 굽혀서 구부리는 런지 동작을 수행했다. 허벅지와 엉덩이, 옆구리에 많은 운동이 되는 동작이다. 맨몸으로 할 때보다 많은 자극이 있어서 유산소운동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또 하나의 유산소운동은 배틀로프로 굵은 밧줄을 양손에 쥐고 아래위, 옆으로 흔드는 동작이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는 동작이라 1분만 지속해도 주저앉고 싶을 정도다.

이날의 와드 중 기자를 제일 고생시킨 건 '행잉 레그 레이즈'였다. 말 그대로 매달려 양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근력이 상당한 남성이라면 동네 초등학교 철봉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다. 두 손으로 봉을 잡고 매달린 상태로 배에 집중해 다리를 들어 올리면 되는 거다. 마치 폴더형 휴대전화가 접히는 것 같은 모양이다. 근력이 부족한 기자에겐 팔을 지탱할 원통 모양의 천이 도움을 줬다. 철봉에 고정된 천에 양팔을 겨드랑이까지 끼우고 두 손으론 매달린 천을 붙잡으면 준비 자세는 완성이다. 매달린 상태로 몸을 쭉 폈다가 배에 힘을 주면서 무릎을 접어서 가슴께까지 끌어올린다. 이날의 목표는 40개. 이걸 두 세트 완성했으니 80개를 한 셈이다.

	TRX에 한 다리를 걸고 하는 버피는 발목 안정성 강화에 도움을 준다. 서정빈 기자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건 자기 다리'라는 트레이너들의 농담이 있다. 자신의 체중을 활용해 하는 운동이 그만큼 힘들다는 걸 비유한 표현이다. 양팔에 온 힘을 다 주고는 그야말로 기를 쓰고 무릎을 들어 올렸다. 테니스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 마리아 샤라포바다. 그 순간만큼은 기자가 마리아 샤라포바였다. 그녀는 경기 중 공을 라켓으로 쳐낼 때마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비명을 내는 거로 악명이 높다. 끙끙대다 못해 '으극! 끼으음!' 하는 기괴한 비명이 따라왔다. 왜 운동선수들이 기합을 넣거나 힘을 쓸 때 이상한 소리를 내는지 온몸으로 깨달은 순간이었다.

최 대표에게 한 개라도 덜 하면 안 되겠느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그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기자에게 '파이팅'만 날렸다. "자, 남은 힘까지 다 쥐어짭니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아, 진짜 얄밉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음 날부터 흔히 팔뚝살이라 부르는 오른팔 삼두근이 좀 이상했다. 아무래도 근육에 너무 무리가 됐나 보다. 뻐근함을 넘어서서 손으로 주무르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부기도 꽤 있어서 겁이 덜컥 났다. 혹시 횡문근 융해증은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바이퍼를 들고 수행하는 런지는 다리와 엉덩이뿐 아니라 옆구리에도 자극을 준다.

횡문근 융해증은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근육을 갑자기 과도하게 썼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온몸에 나타날 수 있고 지독한 근육통과 부기가 나타난다. 인터넷으로 급하게 검색해 보니 근육 내 미오글로빈이 녹아 나오면서 심한 경우 콜라색 소변을 본다고 한다. 화장실에 다녀올 때마다 소변 색깔을 확인했고 물을 자주 마셨으며 팔을 자꾸 주물렀다. 결론은 단순 근육통으로, 3일이 지나자 근육통은 사라졌다. 하지만 기자에게 근육통의 무서움을 알려준 행잉 레그 레이즈는 공포의 대상이 됐다. 최 대표에게 이 동작은 다음 번에는 안 하겠다고 강력하게 얘기해야겠단 생각이 굳어졌다.

와드가 힘든 건 동작 사이에 휴식시간을 거의 주지 않아서다. 곁에서 트레이너가 채근하면 답이 없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벽에 기대서 거친 숨을 몰아쉴 밖에. 그런데 그렇게 구르고 땀을 뺀 뒤 샤워할 때의 상쾌함은 중독될 만큼 즐겁다. 내가 뭘 하든 간에 흘러갈 1시간 동안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의 운동으로 채우니 보람 있을 수밖에. 이런 즐거움을 보여주는 티비 광고를 보게 됐다. 정말 힘들어서 일그러지는 여성의 얼굴을 보여주며 한 남자가 묻는다. "도대체 뭘 위해서?(For what?) 이 순간을 위해!( For this moment!)"라며 힘든 운동을 마치는 순간을 보여준다.

	배틀로프는 온몸의 힘을 쓰게 하는 동작으로 1분을 버티기도 힘겹다.

정해진 개수를 채울 때, 내게 남은 마지막 힘을 다 끌어모아서 동작을 완수할 때, 나를 끝까지 몰아붙일 때. 강력한 스트레스 후 시원한 해소의 느낌일까. 머릿속은 아무 생각이 없고 심장은 북처럼 둥둥 댄다. 목의 경동맥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마치 피부 밖으로 튀어나올 듯 불퉁댄다. 내 몸이 살아 있고 산소를 얻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는 느낌이 짜릿한 거다. 이래서 운동에 중독되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내 심장이 이렇게까지 뛸 수 있구나', '내가 하다 보니 이 정도까지 움직일 수 있구나' 하는 걸 경험해 보고 싶은 분이라면 강력히 추천한다. 우리, 같이 '빡세게' 굴러 볼까요.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