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워서 발끝 들기·허리 숙이기
- 수업 전부터 뻣뻣한 몸에 진땀
- 허벅지 등 온몸이 아리기 시작

- 기본 중의 기본 흉곽호흡 강습
- 갈비뼈가 좌우로 펴져야 하지만
- 마음과 달리 오르락내리락 반복

- 리포머 기구로 다리 스트레칭
- 허리·아랫배 힘 줘야 운동 효과
- 근력 향상 동작 땐 기합 받는 줄

필라테스는 여배우나 여자 연예인들이 몸매를 가꾼 비결로 많이 언급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왠지 가냘픈 사람이 좋은 몸매로 가다듬기 위해서 할 것만 같은 편견이 있다. 필라테스는 본래 부상을 입은 무용수, 운동선수의 재활을 위해 만들어진 운동이다. 그래서 일반인에게는 자세 교정에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며 근력을 키우는 데도 효과가 좋다. 부산 남구 대연동의 JH요가앤필라테스(051-622-9966)에서 필라테스 대기구인 리포머를 이용한 필라테스에 도전했다.

리포머에 누워 양발에 스트랩을 걸고 아래로 내리는 동작을 하고 있다. 아랫배에 집중하면서 흉곽을 안으로 조여야 해서 임지원 강사가 흉곽의 움직임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서순용 선임기자

수업 첫 시간에는 수강생의 몸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동작을 시켜본다. 누워서 발끝을 들게 하거나 발에 스트랩을 걸어서 당겨보고, 바닥에 서서 '롤다운'이라는 등을 말아서 허리를 숙이는 동작을 하도록 한다. 임지원 강사는 기자가 골반이 뒤로 빠져 있는 상태인 데다 등을 동그랗게 잘 말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동작을 할 때 배에 힘을 잘 주지 못해서 허리가 아픈 거라고 했다. 왼쪽 서혜부가 아픈 것도 골반이 제 위치에 있지 않아서란다. 골반이 뒤로 빠져 있는 것은 하이힐을 많이 신거나 출산을 경험한 경우 자주 볼 수 있다고 했다. 기자는 두 가지 모두 해당 사항이 있으므로 고개만 끄덕거릴 뿐이었다. 왼발 엄지발가락이 자꾸 벌어지면서 발바닥에도 쥐가 났다.

배럴이라고 불리는 원통 위에서 옆구리와 배에 힘을 주며 몸을 일직선으로 만들고 있다. 버티는 발과 몸 중심부인 코어에 많은 힘이 들어간다.

가장 기본은 리포머 위에 천장을 보고 누워서 호흡법을 배우기다. 필라테스는 양쪽 갈비뼈를 옆으로 벌렸다 오므려주는 흉곽 호흡이 기본이다. 흉곽을 넓힐 때 코로 들이쉬고 좁힐 때 입으로 내쉰다. 실제로 하려고 하면 그야말로 호흡을 글로 배우는 수준이다. 갈비뼈 위에 양 손바닥을 올려 놓고 움직임을 느껴보려고 해도 옆으로 벌어지는 게 아니라 오르락내리락할 뿐이다. 임 강사는 "필라테스는 흉곽 호흡, 골반을 안으로 말아넣는 것, 동작까지 세 가지가 한 번에 이뤄져야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수강생들을 독려했다. 임 강사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기자의 갈비뼈는 넓혀지지도 좁혀지지도 않았다. 기자가 흉곽이 원래 벌어져 있는 상태라서 좁히기 어렵다는 위로가 돌아왔다. 그럴수록 더하고 싶었지만 마음뿐이었다.

등은 바닥에서 뜨지 않게 하고 골반저근에 힘을 주면서 무릎을 접었다가 펴면서 다리를 스트레칭해 준다. 다리를 펼 때는 허벅지 안쪽에 힘을 주고 쭉 펴야 한다. 그래야 다리가 가늘어지고 모양도 예뻐진단다. 리포머의 베드와 몸체는 스프링으로 연결돼 있어서 베드가 아래위로 쉽게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맨 처음 다리를 굽혔다 펴면서 호흡을 하는 것을 슬라이드라고 부른다. 다음은 두 발로 풋바를 밀면서 머리 쪽으로 점프하는 동작이 있다. 스프링의 탄성을 이용해 몸이 오르락내리락하고 호흡도 그것에 맞게 한다. 숨은 몸을 길게 늘일 때 입으로 뱉고 다리를 접을 때는 코로 들이마신다. 그야말로 몸을 다시 만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동작을 계속할수록 왼쪽 서혜부가 무척 당기고 아팠다.

왼쪽 허벅지 앞쪽의 장요근과 오른쪽 다리 햄스트링을 스트레치하는데 효과가 좋은 동작이다.

여기에 조금 익숙해지면 숄더팩에 걸려 있던 스트랩을 뺀다. 손이나 다리를 넣는 고리가 두 개씩 달려 있고 탄성 있는 줄이 리포머에 연결돼 있다. 이 고리를 무릎 위 허벅지에 걸고 당기거나 늘이는 동작이 이어졌다. 허리와 아랫배에 그야말로 용을 써야 동작을 따라 할 수 있었다. 줄은 팽팽해야 하므로 다리를 쭉 펴야 한다. 발뒤꿈치를 붙여 다리로 큰 원을 그리게 하는 동작에서는 허벅지 안쪽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그래야 줄도 팽팽하고 제대로 된 동작이 되기 때문이다.

이어서 근력을 키워주는 동작을 했다. 베드 위에 어깨 위치를 정해주는 숄더팩에 양손을 올리고 바닥을 보고 다리를 풋바에 올려놓으면 꼭 엎드려뻗쳐를 한 것 같은 모양이 된다. 이 상태에서 골반을 안으로 말아 넣어 버틴다. 뒤로 빠진 골반은 의식적으로 앞으로 말아 넣어야 했다. 강사는 엉덩이를 없애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골반을 안으로 말아 넣으면 자연히 아랫배도 들어가고 허리 뒤의 곡선도 완만해졌다. '수업을 지속하면 생각보다 근력도 좋아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 '흉곽호흡' 집에서 맹연습

- 코고는 것처럼 숨 들이켜…꼼짝 않던 갈비뼈 '꿈틀'
- 이튿날 통증에도 뿌듯함 느껴

흉곽 호흡을 연습할 때는 양 갈비뼈에 양 손바닥을 올려서 양 손가락 끝이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면 좀 더 쉽다.

집에 돌아와 거실에 누워서 TV를 보다가 임 강사의 말을 돌이켜 봤다. 가장 기본이 되는 흉곽 호흡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것이 속상하기도 했고 '도대체 왜 안 되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양쪽 갈비뼈에 양손을 펴서 올려놓고 갈비뼈가 양쪽으로 벌어지도록 코로 숨을 들이켰다. 몇 번을 해도 어떻게 해야 갈비뼈가 양쪽으로 넓어지는지 감이 안 왔다. 수업시간에 강사의 양쪽 갈비뼈는 벌어졌다 모이는 변화가 확연했다. 양 갈비뼈에 올려놓은 두 손 사이의 간격이 커졌다 작아졌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는 것과 하는 것은 달랐다. 아무리 흉곽을 넓히라는 말을 들어도 몸으로 실천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코로만 들이쉰다기보다는 마치 코를 골 때처럼 목구멍으로 공기를 쑥 빨아들이듯이 하니까 풍선에 바람이 들어가듯 양쪽 갈비뼈가 조금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뱉을 때는 입으로 뱉으며 양 갈비뼈 사이가 가까워지게 몸통을 조였다. 강사만큼은 아니지만 갈비뼈 위에 올려둔 두 손 사이의 공간에도 약간의 변화가 느껴졌다. 이 호흡이 익숙해져야 필라테스의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 갈비뼈를 넓히는지 조금 알게 되자 반복해서 연습했다. 다음 날 일어나니 거짓말처럼 갈비뼈 부분만 얼얼한 통증이 느껴졌다. 평소에 의식적으로 움직이지 않던 부위라 그런 듯했다. 격렬한 운동을 해 근육통으로 고통받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엉덩이, 등, 허벅지 안쪽이 뻐근하게 아픈 느낌이 계속됐다. '내가 호흡을 제대로 한 걸까' 하는 생각에 뻐근한 갈비뼈가 반가웠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