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을 하다 50대가 넘으면 몸 여기저기서 고장신호가 감지된다. 목·어깨·허리·무릎 통증 등 근골격계 질환이 하나도 없는 50대는 아마도 드물 것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갱년기 시기와 겹치면서 전체적인 몸의 컨디션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가 50대이다.

중장년이 되면서 이런 근골격계 질환이 나타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원인이 우리 몸의 퇴행성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늙는다는 것이다. 연골은 닳게 되고 관절도 변형되며 뼈를 감싸는 연부조직도 약화된다. 한방에서는 이를 '신허(腎虛)'라 표현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점차 은퇴하고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노년층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비례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질환이 퇴행성 통증질환이다. 평균 수명은 길어졌지만 퇴행성 통증질환도 늘어 노년의 삶을 고단하게 만든다.

척추관 협착증, 퇴행성 무릎관절염이 대표적 퇴행성 통증질환이다. 이러한 퇴행성 통증질환은 직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종일 앉아 있는 운전기사의 경우 오랜 전방주시와 장시간 주행으로 인해 목·어깨·허리 통증이 발생하기 쉽다. 식당에서 칼질을 많이 하는 요리사는 손목·어깨 통증이 자주 나타난다. 단기간엔 큰 퇴행성 변화가 없겠지만 오랜 세월 이에 대한 관리나 예방 없이 생활하다 보면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되고 이로 인한 통증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통증을 근육·인대 등 해부학적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인체 경혈과 경락 기운의 흐름과 관련해서 생각한다.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則不痛 不通則痛)'이라는 말이 있다. '기운이 잘 흐르면 아프지 않고, 기운이 잘 흐르지 않으면 아프다'는 의미이다.

동의보감 경항문(頸項門)엔 앞뒤의 목이 뻣뻣한 증상은 습(濕)에 속한다고 했다. 한약 치료에서 한사(寒邪)로 인해 아픈 데는 오적산을 쓰고, 풍사(風邪)로 인해 아픈 데는 오약순기산을 쓰며, 습사(濕邪)로 인해 아픈 데는 견비탕에 창출과 방기를 넣어 쓴다고 했다. 즉 침범한 기운의 특성을 파악해 그에 맞는 처방을 써서 치료했던 것이다.

한약치료 외에도 침구치료가 있다. 예를 들어 목·어깨·허리 통증부위의 혈자리에 직접 침을 놓을 수도 있고, 통증부위와 관련된 경락의 팔, 다리 혈자리에 침을 놓는 침치료 방법도 있다. 뜸치료는 인체의 경혈 부위에 따뜻한 기운을 주입, 기혈의 순환을 촉진시켜 각종 통증질환 치료에 도움을 준다.

약침도 퇴행성 통증질환에 많이 사용하는 치료방법이다. 약침은 침을 놓는 혈자리인 경혈에 주로 사용한다. 약침으로 치료하게 되면 약과 침의 효과가 함께 나타나므로 더욱 강력한 치료수단이 될 수 있다. 해서, 요즘 많은 한의원에서 침구치료와 함께 약침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이처럼 퇴행성 통증질환에 한약, 침구치료, 약침치료 등의 한방 치료를 이용하면 증상을 완화하고 기혈순환을 개선시킬 수 있다.

박인범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