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소통 능력'일 것입니다. '말이 안 통하는'사람이 매일 함께 생활해야하는 직장동료, 직장상사, 배우자라면 직장생활, 가정생활이 행복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결국 비극의 시작은 '소통의 부재'로 빚어지는 오해와 갈등입니다. 한 번 이 사람과 소통이 어렵다고 생각되면 그 사람과 대화가 꺼려지고 오해가 더욱 깊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가장 잘 알려진 대화법으로 '나 전달법 I-message'가 있습니다. '나'를 주어로 하여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대화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남편이 연락 없이 늦게 귀가한 경우 '당신 사람이 왜 그래요? 집안일은 관심도 없고,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 생각을 안하고'라고 말하는 '너 전달법'을 사용하는 대신 '당신이 너무 늦는데 연락도 되지 않아 혹시 어디서 사고라도 당한 것이 아닌가 많이 걱정했어요. 집에서 기다리는 나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좀 섭섭했고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내가 상대에게 어떤 불만이나 서운한 것이 있는 경우, 타인을 주어로 삼고 이야기하면 의도하지 않아도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메시지로 전달되기 쉽습니다. 이런 식의 말을 들으면 상대는 자신이 공격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되어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되더라도 반발심이 들어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거나 도리어 나를 공격하게 됩니다. 같은 주제로 싸움을 반복하는 부부 중 이런 '너 전달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나 전달법'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과의 소통'도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신경정신과에 방문하는 환자들 중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내가 어떤 기분인지 왜 화를 내고 있는지 나조차 모르는데 나의 생각과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하긴 어렵습니다. 이런 상태에서의 대화는 또 다른 오해와 불화를 불러오기 쉽습니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상대가 나의 생각과 감정을 알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나의 마음을 분명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족의 명절 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못 보던 친척들을 만나면 처음에는 반갑다가 이후 의견충돌로 인해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타인과 원활히 소통하여 '말이 잘 통하고 답답할 일 없는' 앞날이 지속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도 여러 계획이 많겠지만 나 자신과 소통하는 시간도 많이 가져보기를 제안합니다.

부산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