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7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8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

요즘 유행하는 '~한다고 전해라'의 원조, '백세인생'이라는 노래 가사 중의 일부분이다. 의학의 눈부신 발달 덕분인지 최근 몇 년 동안 정말 백 세를 넘은 환자를 드물지 않게 보게 된다. 그것도 흔히들 휠체어에 의존하거나 누워 있는 노인들을 상상하겠지만 당당하게 걸어서 외래진료를 보러 오는 이들이 더 많다.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이들이 황혼 이혼이나 재혼 그리고 중노년에서 연애를 하면서 도움을 구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물론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도 중요하나 이들에게는 특히 남녀 구분 없이 성건강이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새로운 짝을 만나 신나는 제2의 인생을 사는 사연도 있는 반면 나이 들어 주책이다 혹은 과한 욕심이라고 애써 접는 경우도 있고, 이제 나이 탓이려니 미리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분들에게 이 백세인생은 딱 맞춤형 노래인 듯싶다. 성을 즐기는 데 있어 정년은 없다. 저승사자 따위는 썩 물러가게 백 세까지도 누리며 살 수 있다.

인생 2막이 새로 시작되는 60대는 아직도 하고자 하는 욕구나 기능이 팔팔하여 못 가고, 70대는 여전히 즐길 날이 많아 못 가고 80대에도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 못 가고 100세 정도 되어서 한 번 생각해 볼까.

하지만 누구나 이런 인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백 세까지 즐기며 살려면 미리미리 준비도 필요하고 도움도 필요하다. 남성기능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혈관이다.

내 몸의 가장 큰 혈관인 심장에서부터 음경의 아주 작은 혈관까지 혈관이 일단 건강하다면 백 세를 누리는 데 있어 큰 장애물은 없다. 그러니 평소 동물성 고지방식을 줄이고 적당히 운동도 하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대표적인 성인병이자 혈관을 공격하는 질환들은 철저히 관리를 해야 한다.

성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싶으면 조기에 치료에 임해야 한다. 성기능장애 치료의 골든타임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으나 치료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정상으로의 회복 기회는 높다. 설사 골든타임을 놓쳤다 하더라고 백 세까지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 저승사자가 올 때까지 넋 놓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진료실 문을 두드려야 한다. 여성도 폐경이 성생활의 폐업은 아니므로 적절한 의학적 도움과 함께 누리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경미 부산의료원 비뇨기과 교수·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