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할머니 이게 뭐예요?"
손주놈이 손에 들고 나오는 건, 아차! 내 기저귀다. 그것도 고가의 팬티형 기저귀.
"이거 기저귀, 내 기저귀랑 똑같은데, 할머니, 할머니도 기저귀 해요?"
아이고, 하필 저 요물을 손주에게 들키다니….
한 번 들키고 나니 손주가 집에 올 때마다 놀린다. "할머니는 요렇게 요렇게 기저귀 한대요."
내가 기저귀를 차면서까지 소변 새는 걸 참았는데 손주 놀림은 도저히 부끄러워 못 참겠다며 병원을 내원하신 한 할머니의 하소연이다.
늙으면 다 그런 거 아니냐며 부끄러워도 그냥 참고 계셨던 할머니도 안타깝고, 손주가 놀리는 장면을 생각하니 우습기도 하고. 하여튼 '할머니 병 고치게 만든 고마운 손자이니 용돈이라도 한 푼 주세요'라고 했다. 국내 성인용 기저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요실금이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필수품인데, 고령화에 따라 최근 5년간 연평균 4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성인용 기저귀 시장 규모가 유아용 기저귀 시장과 이미 비슷한 정도라 한다.
이렇게 급성장하는 성인용 기저귀는 그 수요와 필요에 따라 다양한 모양과 재질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문제는 기저귀가 품질과 모양이 좋다고 요실금이 있는데 기저귀로 무마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저귀가 좋으니 팬티 대신 기저귀 차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평생 그 기저귀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매일 그 기저귀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힘도 없고 팔도 아프고 허리도 아픈데 무거운 기저귀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것도 일이 아닌가.
그러니 비용 측면에서도, 내 몸의 건강과 위생 측면에서도 기저귀보다는 병원을 찾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은가.
모두가 나이 든다고 다 소변이 새는 것은 아니다. 나이 탓 그만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한다. 여자들의 요실금이라고 해서 다 똑같지는 않다.
소변이 마렵다 생각만 해도 줄줄 흐르거나 참지를 못해서 급하게 흐르는 경우는 절박성요실금으로, 방광의 불안정성이 문제이기 때문에 약물치료로 접근해야 한다. 이와 달리 뛰거나 기침할 때 소변이 흐르는 것은 복압성요실금으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또 방광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소변 배출이 다 되지 않고 방광 내 많이 잔류해 넘쳐흐르는 요실금도 있다. 따라서 적절한 검사 후 원인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어느 광고에서 '부모님 효도의 시작, 성인용 기저귀입니다'라는 문구가 있던데 앞으론 '요실금이 있는 부모님께 효도의 시작, 비뇨기과로'라고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이경미·부산의료원 비뇨기과 과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