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째 공직생활을 하던 지난 1996년 출근길 버스에서 나는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호흡이 중단돼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뒤에 들은 얘기였지만 담당의사는 우리 가족에게 "가망이 없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마지막 숨이 끊어질 때까지 심폐소생술과 응급주사 등을 놓으며 혼신의 힘을 다했다.

당시 검진 결과 나의 심장은 이미 관상동맥이 막혀 그 활동이 거의 불가능하게 됐고 대동맥판막과 성모판막도 기능이 상실됐다. 하지만 담당의사의 응급치료 덕분에 나는 하루 만에 의식을 되찾아 수술실로 옮겨졌다. 관상동맥우회술, 대동맥판막 및 성모판막 교체, 심부전 치료 등 심장병 종합수술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기적임에 틀림없었다. 회생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서 다시 재활하게 되었으니 개인적으로는 꿈 같은 과정이다. 지금 나의 심장에는 페이스메이크(기계판막) 두 개가 장치되어 있다. 첨단 현대 의학이 아니었더라면 이런 수술은 거의 불가능했다.

심장질환으로 명예퇴직을 한 뒤 나는 심장질환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갖고 심장장애인을 위한 전도사가 되기로 결심, 지난 2002년 4월 국내 최초로 심장장애인협회를 창립했다. 지금까지 부산 이외에는 아직 심장장애인협회가 설립되지 않아 현재 실질적으로 전국심장장애인을 대변하고 있다. 평소 생활하면서 만나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도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등 다양하며 유전적 요인이나 운동 부족, 스트레스, 비만도 관련이 있다며 생활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산에서는 거의 매년 주치의인 우종수 동아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등을 강사로 초청해 심장 예방 관련 세미나와 예방캠페인을 개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심장질환자 상담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이러한 행사는 이제 부산을 넘어 서울 광주 등 전국을 순회하며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장애인 복지담당자들도 차츰 심장장애인협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현행 장애인복지시책에 따른 건강보험 및 보장구, 건강보험급여 등에 의해서는 '심장장애인은 소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별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휠체어, 욕창매트, 욕창방석 등 심장장애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보장구가 아주 절실한 데도 말이다.

15개 장애인 유형 중 심장장애인은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농아 등에 비해 예산, 시책, 보험, 장애인고용 등에서 특히 홀대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에는 매년 갑작스런 심장 멈춤 위급환자가 2만7000여 명이나 되며, 이는 계속 증가 추세이다. 심장장애인도 다른 장애인처럼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그리고 정책적 배려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득 부산심장장애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