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16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1년 중 이 시기가 되면 수험생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공진단(供辰丹)을 처방받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공진단은 원나라 명의였던 위역림의 '세의득효방(世醫得效方)'에 나오는 처방으로, 황제에게 진상될 정도로 귀중한 보약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허약한 사람도 공진단을 복용하면 원기를 튼튼하게 하여 수기(水氣)를 오르게 하고 화기(火氣)를 내려 몸의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면역력을 높이고 질병을 물리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공진단은 인지기능 개선 및 집중력 강화에 효과가 있으며, 신경성장인자(NGF·Nerve growth factor)를 조절하고 기억저장과 학습에 관련된 기능을 개선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공진단이 NGF 작용기전으로 신경 안정을 통한 뇌의 인지기능을 향상시켜 집중력의 상승적 작용효과를 가져왔음을 의미합니다. 또 공진단이 인내력을 증강시키며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여줄 뿐 아니라 뇌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고 근육의 활성산소와 염증반응을 줄여준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논문이 최근 발표돼 전 세계인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공진단은 사향, 녹용, 산수유, 당귀 등의 약재를 꿀로 반죽하여 환으로 만들어 사용합니다. 이 중 사향은 사향노루의 배 쪽에 있는 사향샘에서 채취한 것으로, 혈액순환 효과가 우수하여 뇌경색, 중풍, 고혈압,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계 질환에 좋을 뿐 아니라 혈액순환과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면역기능을 높여줍니다. 1마리에 25~30g밖에 채취되지 않는 고가의 약재이다 보니 불법 유통업체들이 저질 사향을 유통시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인증을 통해 관리되고 있으며 일부 한방병원에서는 자체적인 품질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공진단이 장기간의 학업으로 지친 수험생들의 체력저하, 피로, 기억력 감퇴 및 스트레스에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공진단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한약재들로 만들어진 의약품임을 잊지마시고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처방받고 복용해야합니다.

수험생의 부모들은 공진단의 우수한 효능을 과신하여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규칙적인 식사와 가벼운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수능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도해줘야 할 것입니다.

부산대한방병원 소아청소년클리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