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이렇게 정의한다. '일상 식사에서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나 인체에 유용한 기능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한 식품으로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식품'. 그러나 장삼이사들은 건기식을 질병을 직접 치료하고 예방하는 의약품처럼 오인하고 있다. 효능에 비해 비싸지만 잘 팔리고 이에 편승해 과대 광고가 나온 건기식에 최근 부작용이 발생해 사회문제로까지 번졌다. 대표적인 것이 '가짜 하수오' 사례다.

한의 본초학에서 하수오(何首烏)는 원래 색이 붉지만 하수오('어찌 그대의 머리까락은 까맣습니까'가 약명의 의미)로 불렸다. 국내에선 생산량이 적어 중국에서 수입해 사용했다. 조선 철종 때 사상의학의 태두 이제마 선생이 흰색의 하수오(백수오)를 대체 처방하면서 '적수오' '백수오'로 구분됐다. 약성은 서로 비슷하다.

하수오의 맛은 쓰고 달면서 떨떠름하다. 몸을 약간 따뜻하게 하는 약으로 포제수치(술·생강 등으로 불에 굽거나 볶음)를 통해 소량의 독성을 제거한 후 처방된다. 혈을 돋우는 작용이 강해 장관운동을 촉진하므로 변비에, 몸의 적체된 노폐물을 잘 끄집어내는 작용을 해 종양, 나력, 치질, 피부병 등에 응용된다. 검은콩, 술과 섞어 밀폐해 수분이 마를 때까지 끓인 후 건조시켜 다른 처방약에 첨가하면 학질이나 흰머리를 검게해주는 약제로도 사용된다.

하수오는 한의학의 오장육부 중 간과 신(콩팥)에 작용하기 때문에 소화기기능이 약한 이들이 장기간 복용하면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약성의 백수오가 근래 갱년기에 효과가 있는 건기식으로 광고됐으니 그저 황당할 따름이다. 대한가정의학회에서도 "백수오의 갱년기 증상 완화 효과의 임상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게다가 백수오가 아닌 이엽우피소를 사용했다고 한다.

단방 농산물(농산품이 의약품으로 인가를 받지 않은 상태)이 건기식으로 둔갑해 상품화로 될 때 짚고 넘어가야 문제가 바로 안정성이다. 한의학의 처방에 응용되는 한약이 건기식으로 이름을 달리해 상품화되려면 우선 한의학적으로 그 효능이 검증되고 난 후 안정성을 거쳐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번 가짜 하수오 파동은 몸보신에 대한 맹목적 국민성과 식약처의 관리감독 부실 등이 빚어낸 합작품으로, 언젠가는 곪아 터져야 할 필연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음식을 골고루 균형있게 섭취하는 평범한 식단이 올바른 식이요법이다. 해서 평소 건기식이 필요하지 않도록 하는 생활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국민 모두가 건강을 지키는 기본을 한 번 더 생각하고, 건기식을 관리 감독하는 식약처가 본분의 업무를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삼세한방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