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직전 급성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했다는 당직 의사의 연락이 왔다. 평소 건강에 자신 있어 하던 환자 김 모씨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50대 중반의 남성이었다. 담배는 20년간 매일 반 갑씩 태웠고, 수년 전 혈압이 약간 높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특별한 증상이 없어 약은 먹지 않았다. 3일 전에도 15분 정도 가슴이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있었으며 당일 아침에도 기상 후 식은땀과 함께 흉통이 30분 이상 지속돼 병원을 찾게 됐다고 했다.

심전도상 급성 심근경색이 강력히 의심돼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일명 관상동맥의 협착이나 폐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응급으로 관상동맥 조영술을 시행했다. 검사 결과 관상동맥 중 한 분지의 폐색을 발견해 혈관 내 풍선 확장 및 스텐트를 삽입했다.

급성 심근경색은 협심증과 더불어 심장 근육에 공급하는 혈류 장애로 발생하는 대표적 허혈성 심장질환이다. 혈관이 오랜 기간 협착이 진행돼 발생하는 협심증에 비해 급성 심근경색은 기존의 무증상의 협착부위에 형성된 동맥경화반의 궤양이나 갑작스런 파열이 발생해 혈전이 혈관의 폐색을 일으켜 심근조직을 괴사시키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따라서 미리 예측을 못하고 예고 없이 발병하는 수가 많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원인은 대부분 동맥경화이다. 동맥경화가 잘 발생하는 나이(남자 45·여자 55세 이상)나 고혈압, 당뇨, 흡연, 고지혈증 그리고 심혈관질환의 가족력 등 위험인자가 두 개 이상 있다면 동맥경화의 고위험군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남성은 흡연, 여성은 폐경 이후 더욱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급성 심근경색의 가장 흔한 증상은 흉통이다. 앞쪽 가슴에 코끼리가 밟고 지나가는 듯한 극심한 흉통이 30분 이상 지속된다면 즉각 병원을 찾아 조기에 질병을 확인해야 한다. 이 질환은 발생 초기 치명적 부정맥이 발생해 돌연사의 형태로 사망할 확률이 높고, 최근 활발히 시행되고 있는 풍선이나 스텐트 등을 이용해 막힌 혈관을 재개통시키는 응급 관상동맥 중재시술의 경우도 가능한 한 발병 후 시술이 빨리 이뤄져야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흉통 발생 후 최소 6시간 이내가 효과적이며 1시간 늦을 때마다 사망률은 0.5~1%씩 증가한다.

최근 국가별 보건의료 평가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한국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해 30일 내 사망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아이슬란드(2.5%)보다 4배에 가까운 8.1%였다.

환자의 병원 도착 시간이 늦어지는 것이 높은 사망률의 가장 큰 원인이다. 어느 날 급작스런 흉통이 발생한다면 심장이 보내는 절박한 구조신호로 알고 주저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심장은 시간이 생명이다. 오늘도 나를 찾는 환자에게 평소보다 더 진심으로 다가갈 것을 다짐하며 이 무더운 하루를 시작한다.

이준상 좋은강안병원 순환기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