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질병관리본부가 개최한 '아토피·천식 예방관리 심포지엄'에서 생애 주기별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예방, 치료 및 관리가 논의됐다. 그중 눈길을 끈 내용이 있었다. 알레르기 질환 발병은 소아에 집중돼 있고, 이렇게 소아에서 시작된 알레르기 행진은 아토피피부염·천식·알레르기비염 등이 순차적 또는 복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유아기부터 적정치료에 이은 지속적인 관리와 위험인자 노출회피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알레르기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요즘 병이 나기 전에 미리 예방하고 관리한다는 미병론(未病論)이 유행이다. 한의학에도 치미병(治未病·아직 병이 되지 않은 것을 치료한다)이라 하여 다양한 내용이 소개돼 있다. 동의보감에는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치미병으로 태독(胎毒)을 치료하는 하태독법(下胎毒法)이 있다. 아기가 태중에서 엄마 몸의 열을 받아 생기는 태독은 출생 때 체내 불균형으로 인한 비정상적 상태를 유발해 알레르기 질환이나 지루성피부염 경련성 질환 식욕부진 복통 설사 등 다양한 질환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최초 소아과 전문서인 급유방(及幼方)에서는 "아이의 질병은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그중 대부분은 태중(胎中)에서 받은 열독(熱毒)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열독이 바로 태독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출생 직후 황련, 감초와 같은 한약재로 입안을 닦아내거나, 빨아먹게 하거나, 조금씩 떨어뜨려 복용시켜 태독을 신속하게 제거함으로써 다양한 신생아 질환의 발병을 사전에 예방하고 조절해왔다. 역대 많은 한의사들이 태독을 소아의 흔한 질병의 원인으로 인식해 태어나는 즉시 하태독법으로 태독을 제거했으며, 오늘날에도 임상에서 실제로 시행되고 있다.

필자는 현재 하태독법의 작용기전 해석을 위한 연구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미 진행된 연구결과를 보면 하태독법을 실시한 동물에서는 발진이 수반된 피부염 발병이 적었다. 특히 가려움과 통증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들의 생성을 감소시키는 효과까지 발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2~2013년 연령대별 진료인원 구성비율에 따르면 9세 이하의 어린이가 전체 아토피피부염과 천식 환자의 절반으로 각각 나타났다.

아이들의 건강은 국가의 미래이다. 저출산이라는 심각한 문제까지 직면한 우리는 아이들의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에 알레르기에 따른 국가적·개인적 손실에 대한 효과적 대처방안으로 간단하고 경제적인 하태독법이 보다 보편적 치료로 폭넓게 시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양산부산대한방병원 한방소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