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과대학 입시면접 때 지원 동기를 물으면 많은 학생이 소설 '동의보감'과 드라마 '허준'을 접한 후 받은 감명 때문이라고 답한다.

동의보감은 조선 선조의 민중에 대한 애정과 당대 최고의 단학 수련가이자 시인인 의사 정작, 최고 명의 양예수 등이 허준과 같이 만들어낸 팀워크의 산물이다. 단순한 의서가 아니라 몸을 화두로 풀어쓴 동양사상서이자 시대를 뛰어넘어 어떻게 건강하게 살 것인가를 제시하는 수양론이다. 특히 선조가 당대의 석학 월사 이정구에게 동의보감 서문을 명한 것은 민족의학을 재정립하고, '동의(東醫)'라는 우리나라 자주의학의 기반을 확립해 예방의학, 향약 개발을 통한 자주의학, 실용의학에 근거한 애민철학을 실천하고자 함이었다.

서기 1613년(광해군 5년) 음력 11월 왕명으로 내의원에서 초판 간행한 동의보감이 출현함으로써 조선의학은 통합돼 이후 그보다 나은 의서는 나오지 못했다고 학계에서는 평한다. 당시까지의 방대한 동양의학의 해부학, 생리학 등 기초생명과학과 자연과학 등이 박물학적으로 총망라된 보물 같은 서적이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최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동의보감을 국가지정문화재 국보로 승격 지정 예고했다.

400년이 지난 오늘날 동의보감의 의미를 수양론과 실용론적 관점에서 그 의미를 되새겨본다.

양생론인 수양론은 내 몸의 내적 건강상태가 약할 때 외부의 나쁜 기운이 침입해 병이 발생하므로 병은 도(道)로써 치료해야 한다는 뜻이다. 도란 뜻이 느긋하여 욕심이 적고 마음이 안정돼 두려워하지 않으며 일을 해도 몸이 권태롭지 않고 기가 순조롭게 되어 하고자 하는 것을 따르면 모든 것을 얻게 된다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집착이 없는 삶, 자연에 따르는 삶이 현대의 우리가 성찰해야 할 양생의 기본정신이다.

실용론적 정신은 인술의 정신을 구현하는 치렬한 과학적 탐구정신을 바탕으로 최상의 한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해 국민건강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대에 이용 가능한 모든 과학 기술수단을 활용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최근 한의사협회에서 한의학 진단의 정확성을 위해 방사선 촬영, 혈액검사 등을 포함한 제한적 현대 진단기기의 사용 청원도 이러한 실용적이고도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되고 해결되기를 기대해본다.

한약 처방이나 침구 시술 등 한방진료로 치료되는 질환을 두고 X레이 촬영과 생의학 검사가 곁들여진다면 국민보건에 기여하는 바가 더 커지지 않을까. 이런 시스템이 한의학의 과학화를 앞당기는 최선의 방법이 될 듯하다. 이게 동의보감의 정신적 유산을 계승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융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삼세한방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