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 인상 때문에 금연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굳이 담배값 인상이 아니더라도 금연은 늘 새해 계획의 단골손님입니다. 제가 과거형을 사용한 이유는 현재까지 금연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결심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 어려운 게 금연 아닙니까. 담배의 주 성분인 니코틴은 뇌에 작용해 도파민을 비롯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유도합니다. 끽연 때 느끼는 안도감, 즐거움, 집중력 증가 등의 현상은 이런 신경전달물질의 작용 때문이지요. 하나, 흡연이 장기간 지속되면 니코틴에 대한 반응이 점차 둔화돼 동일한 양으로는 예전과 같은 만족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이를 내성이라고 하지요. 담배를 줄이거나 끊었을 때 야기되는 짜증, 집중력 저하, 불안 등의 금단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이지요.

뇌가 니코틴에 의존성을 지니게 되면 의지만으로 금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개인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할 경우 연간 성공률은 3~5%에 불과합니다. 해서, 지금은 금연을 개인 의지보다는 의료인의 반복적인 도움이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월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선 금연 희망자에게 진료, 상담, 금연 보조제 구입비를 지원하는 한편 금연치료 프로그램 참가자가 금연에 성공할 경우 인센티브도 제공합니다. 금연 성공이 결국 국가의 질병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지요.

개인이 어렵사리 금연을 결심하고 국가 차원에서 이를 지원해줘도 방해 요소가 많습니다. 우선 금단 증상입니다. 수일 내 바로 찾아옵니다. 이를 극복해도 유혹은 사방에 널려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금연을 결심하는 대다수가 금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겁니다. 사랑과 증오처럼 두 가지 상반된 마음이 동일한 대상에 대해 동시에 생기는 것을 '양가감정'이라 하는데, 대부분의 변화에는 이 양가감정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변화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그것이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변화라 하더라도-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고 싶은 마음이 함께 있습니다. 이는 의지가 약하거나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잠깐의 재흡연으로 낙담한 후 '역시 나는 안 돼'하고 포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재흡연이 금연 실패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잠시 실수를 했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금연하려는 노력에 대한 격려와 지지가 필요합니다. 치료자와 이러한 현실에 대한 사전 논의와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라 참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금연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들이 지지와 격려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노력과 결단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부산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