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면홍조·식은땀·불면증·우울증
- 성적 욕구 저하에 복부만 볼록
-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
- 먹는 약·주사제·패치 등 사용
- 모자란 남성호르몬 보충해 해결

50대 회사원 이 부장은 요즘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평소 30대 못지않은 체력을 과시했지만 최근 피로 누적으로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집중력도 심하게 떨어졌다. 군살이 붙고 만사에 무기력해지면서 부부관계도 예전 같지 않아 보양식도 챙겨먹지만 나아질 기미가 전혀 없다. 이 부장 같은 50대 남성의 고민은 단순한 노화나 일시적 피로감이 아닌 '갱년기' 증상일 수 있다. 흔히 갱년기는 여성에게 나타난다고 알고 있지만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중년 남성에게도 나타난다. 최근에는 이를 남성호르몬 결핍증후군이라 부르기도 한다.

■회사 탓, 알고 보니 남성 갱년기

울산대병원 비뇨기과 문경현 교수가 갱년기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남성도 나이가 들면서 갱년기 증상을 겪는다. 여성이 폐경이라는 특징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반면 남성은 갱년기로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 우울감이나 만성피로, 노화로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성 갱년기는 평소와 달리 신체적, 감정적 변화로 의심해볼 수 있다. 안면홍조나 식은땀, 불면증, 우울감, 두통 등이 나타나고 심장이 뛰거나 쉽게 피로해지며 매사 자신감이 없어지는 증상이 특징이다. 증상이 좀 더 지속되면 건망증과 함께 집중력 저하로 일에 능률이 떨어지고 성적 욕구가 줄어든다. 이와 함께 남성호르몬 감소로 체모가 줄고 근력은 떨어지는 반면 복부 비만이 뚜렷해지는 신체 변화가 생긴다. 갱년기는 서서히 진행되지만 신체적, 정신적 변화는 다양하게 나타나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가 지속된다면 갱년기를 의심하고 호르몬 검사 등을 통해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남성호르몬 변화 35세부터 시작

남성 갱년기는 성호르몬의 변화가 주 원인이다. 스트레스나 음주, 흡연, 당뇨, 고혈압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보통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35세를 정점으로 혈중 농도가 1%씩 줄기 시작해 40, 50대부터 갱년기 증상이 생기며 60세 이후에는 30%가량에게서 나타난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꾸준히 진행돼 초기부터 관리가 필요하다. 여성이 50대 전후 폐경을 맞고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뚜렷한 특징을 보이며 갱년기증상이 나타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남성은 70대로 접어들면 20대 중반의 3분의 2 수준으로 호르몬이 감소한다. 평소 과음을 하거나 비만인 사람, 심장질환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10~15% 정도 남성호르몬이 더 떨어진다.

■남성호르몬 보충요법 필요

갱년기 증상을 노화로 인한 당연한 문제로 치부하고 방치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화를 촉진시키고 신체 저항력을 저하시킨다. 기억력 저하, 우울증, 근력 저하, 체치방 증가, 성기능 저하, 발기부전과 함께 뼈가 약해지는 증상이 발생하거나 지속될 수 있다. 중년 이후 남성 건강을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대표적인 방법이 호르몬 치료이다. 호르몬 보충 요법만으로도 근력 증가, 체지방 감소, 골다공증 예방 등의 효과가 나타난다. 또 인지능력이나 무기력, 피로감, 성적 능력의 개선을 볼 수 있다. 남성호르몬 보충제는 경구용, 주사제, 패치, 겔 제제 등이 흔히 이용되며 각 약제별로 장단점이 있어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 한다.

경구용은 복용 방법이 간편하고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과도하게 올리지 않기 때문에 갱년기 초기 환자나 고령자도 무리 없이 사용하기 좋다. 실제 유럽비뇨기학회는 남성갱년기 환자의 초기 치료 때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조기 약물 중단이 필요하므로 경구제와 같은 단기적으로 작용하는 남성호르몬 보충제를 추천하고 있다. 주사제는 근육 주사를 해야 하며 단기간에 혈중 농도가 생리적 범위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는 단점이 있지만 다른 약물에 비해 지속 시간이 길어 매일 투여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특히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수개월간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정상 범위로 유지시킬 수 있다.

울산대병원 문경현 비뇨기과 교수는 "남성갱년기는 남성호르몬 보충제를 근간으로 하는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다시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며 "다양한 제형의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이 남성갱년기 치료에 도움이 되는데, 초기 치료 땐 단기적으로 작용하는 제제가 주로 추천된다"고 설명했다. 또 평소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은 식단 관리와 함께 규칙적인 생활과 적절한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는 등의 생활 관리가 필수라고 문 교수는 덧붙였다.

도움말= 문경현 울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