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은 팔법(八法), 즉 한(汗) 토(吐) 하(下) 화(和) 온(溫) 청(淸) 보(補) 소(消)법으로 처방된다. 汗법은 땀으로 나쁜 병을 밖으로 쫓아내는 법이며 감기 몸살 등이 보일 때 응용된다. 吐법은 구토로 치료하는 법이나 지금은 잘 응용되지 않고 있다. 下법은 대변으로 체내에 모여 있는 것을 배출하여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담이 모여 명치 밑이 그득하고 호흡이 급하며 부울 때 응용한다. 和법은 앞의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없을 때 혹은 간장계통 또는 신경성 질환에 많이 사용된다. 溫법은 몸과 맥이 약한 냉증에 인삼 부자 같은 더운 약성의 약물을 쓰는 법이다. 淸법은 찬 약성을 가진 약물로 해열하고 목마름증을 없애는 법이다. 補법이란 원기를 회복시켜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법이며, 消법은 뭉치는 것을 흩어지게 하고 없애는 법으로 적취(종양)에 응용한다. 대개 주 치료법 한 가지를 택하지만 환자 증상이 천편일률적이 아니므로 다른 치료법들도 조금씩 참작된 복합적 치료법 처방으로 구성되며 끓이는 탕약이 위주가 된다.

현대의학의 치료약은 특정 약의 성분을 화학적으로 추출, 이용하고 있지만 한약은 자연에 있는 것을 그대로 우려 약으로 쓴다. 한약의 약효는 기미(氣味)론에 근거한다. 감초를 예를 들면 기의 성질은 따뜻하며 맛은 달다. 단맛은 모든 것을 완만하게 해주면서 자기 기를 그대로 움직이려고 한다. 한방의 진찰에 의한 약 처방은 팔법에 따라 다양한 기미를 지닌 약들로 구성되며 최고 27개 약재가 포함된 처방(강활유풍탕의 예)도 있다. 처방된 한약을 병에 따라 비율을 나눈 것이 '군신좌사(君臣佐使)'이다. 군은 임금이니까 병의 가장 중심으로 제일 적확한 병증이 되는 본초를 군에 놓고 신하를 의미하는 신은 군약을 더 강하게 하는 약이다. 좌약은 군신 약을 쓴 후 몸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 등을 막아주는 약이며, 사는 남은 독소를 처리하는 해독작용 역할을 한다.

최근 한의학의 처방원리인 '군신좌사'의 유용성이 관심을 끌고 있다. KAIST 연구팀은 한약 화합물과 인체 대사산물의 구조 유사도를 분석해 한약의 인체 내 약효 적용원리를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약의 다중 성분이 상승효과를 통해 다중 표적에 약효를 발휘하며 한의학의 약효원리가 밝혀진 화합물 조합을 분석한 결과, 상승효과를 갖는 화합물 조합들은 대부분 주요 약효를 전달하는 화합물과 이를 보조하는 약물로 구성돼 있으며, 이런 화합물 조합의 구성은 한의학의 처방원리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밝혀졌다.

조선시대 '향약집성방' '동의보감' 등을 통해 민초들의 건강유지에 크게 기여했던 한약이 오늘날 그 역할을 크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치료의학으로서의 역할을 더 넓게 확대하지 못한 한의학 전문가들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오랫동안 한의학을 현대의학과 병행하여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발전시키겠다는 의료 정책당국의 의지결여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한약은 56개 가루약 처방뿐이다. 탕약을 대중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극히 제한적인 분말처방을 다양한 치료에 처방할 수 있도록 그 처방 수를 일본의 경우처럼 확대하는 것도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삼세한방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