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었습니다. 입학식에서 아이들은 장시간 집중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듯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의 환영사나 학교소개 시간에 가만히 있지 못해 옆 아이와 장난을 칩니다. 가만히 있는다는 것, 특히 집중하면서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아주 힘든 일입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과 같이 환경의 큰 변화를 겪으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특히 산만하거나 지나치게 활동적인 아이들은 일정시간 지속적으로 앉아서 수업을 한다는 것이 상당히 큰 스트레스가 됩니다. 아이들은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해 두통, 피로, 식욕저하, 알레르기 질환, 과민성 장증후군 등의 신체적 장애를 호소할 뿐만 아니라 불안 분노 초조 우울증 등의 정서적 증상과 부정적 자기평가, 학습장애 등의 인지적 증상 등 심각한 정신적 장애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아이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이가 스스로 관심을 지속시킬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1950년대 러시아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 아이들에게 최대한 오래 움직이지 말고 서 있으라고 했더니 2분을 버텼습니다. 두 번째 그룹 아이들에게는 보초를 서는 군인이라고 하면서 오래 움직이지 말라고 했더니 무려 11분을 버텼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아이 스스로 관심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면 충분히 집중력을 높여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아이가 관심을 지속하려면 동기가 부여되거나 재미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고 강압적으로 시킨다면 아이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여러 가지 신체적 혹은 정신적 장애를 유발하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서로 교감하고 통한다고 봅니다. 인간의 생활을 자연에 대한 적응하고 순응하는 과정으로 인식하며, 정신과 육체도 서로 간의 협조와 통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기쁨 분노 우울 슬픔 놀람 공포 등의 정신적인 자극들이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거나 장기간 지속되면 정신과 육체의 조화가 깨어지게 됩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이란 환경의 큰 변화로 인해 갖는 두려움, 긴장, 행동 제한 등도 역시 이러한 조화를 깨뜨리게 되며, 기(氣)의 흐름이 원활치 못하게 됨으로써 기가 뭉치거나 쌓여 병이 생기게 됩니다. 이것을 칠정울결(七情鬱結)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아이의 스트레스를 치료하기 위해 분심기음, 천왕보심단, 보혈안신탕, 귀비탕 등의 처방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침구치료나 추나치료가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으며 명상 좌선 요가 등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마음껏 뛰어놀게 하여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스스로 관심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정신과 육체를 튼튼히 하고 긍정적이고 여유있는 마음을 갖게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음을 잊지말아야 하겠습니다.

양산부산대한방병원 한방소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