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부터 갑자기 얼굴에 열꽃이 피고 입이 마르면서 컨디션이 저하됐다고 50대 여성이 호소했다. 소양인 체질로 판정돼 한약 처방과 함께 치료를 시작했다. 컨디션은 점차 회복됐으나 얼굴의 발진은 없어지지 않았다. 소양인의 생활습관을 잘 지키고 있는지 상담하던 중 홍삼을 2개월 전부터 하루 2회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양인의 체질에는 홍삼이 맞지 않음을 설명한 후 복용을 중단시키고 2주간 치료했더니 불편했던 증상들이 말끔히 사라졌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수요가 늘면서 진료실에서도 홍삼에 대한 문의를 종종 받는다. 홍삼 복용 전 사상체질과 전문의와 상담을 하면 다행이지만 '나도 먹으면 좋을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복용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고혈압 약이나 당뇨 약은 철저히 관리하면서 홍삼과 같은 건강기능식품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50대 여성 환자와 같이 매일 복용하는 건강기능식품도 몸에 맞지 않으면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인삼은 체질에 따라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이 극명하게 나뉘는 약재여서 누구나 먹어도 좋은 만병통치약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대표적 열성(熱性) 약재인 인삼은 열이 많은 체질의 소유자가 복용하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간혹 열이 많은 사람에게 인삼은 안 맞아도 홍삼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 또한 잘못된 상식이다. 홍삼은 인삼의 강한 약성을 줄이고자 증기로 쪄서 말린 것으로 인삼 본래의 따뜻한 성질은 변하지 않아 오랫동안 복용하면 인삼과 비슷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어떤 체질이 홍삼과 맞을까. 홍삼이나 인삼은 소음인에게 처방되는 약재이다. 소음인은 신장이 크고 비장이 작다. 사상의학에서 비장은 음식을 소화시켜 열기를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비장이 작은 소음인은 소화기가 약하고 추위를 많이 타는 냉장고형 체질이라 인삼과 같은 열성 약재들이 치료약으로 쓰인다. 인삼 복용 후 손발이 따뜻해지면서 소화도 잘 되고 기운이 나는 사람들은 소음인이다. 특히 인삼은 소음인 중 에너지가 많이 떨어진 중병에 필수적인 약재로, 차가워진 소음인의 몸에 강력한 열에너지를 보충해준다. 반면 소음인과는 반대로 비장이 큰 소양인은 몸에 열이 많고 더위를 참기 힘든 뜨거운 냄비형 체질이어서 인삼이 열에 열을 더해 복용할수록 몸이 안 좋아지는 것이다.

국내 소음인은 인구의 20~30% 정도. 즉 본인의 체질을 모른 채 홍삼을 복용하는 사람의 70~80%는 홍삼 복용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열이 많은 소양인은 주의해야 한다. 홍삼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얼굴과 몸에 열이 오르고 땀을 심하게 흘리며 두통, 가슴 답답증, 피부발진, 수면장애 등으로 사람에 따라 즉시 혹은 서서히 나타난다. 이런 증상에도 불구하고 계속 복용하면 만성두통, 고혈압, 안압 상승 등의 질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홍삼 복용 땐 사상체질과 전문의와 상담으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부산대한방병원 사상체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