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욱 병원장 등 미래병원 의료진이 로봇인공관절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 1㎜ 오차범위 내 정밀 시스템
- 뼈 손상·수술 방향 신속히 판단
- 통증 감소와 빠른 회복에 적합
- 다리축 곧은 정렬 탁월한 효과

- '로보닥' 500례 이상 시행 성과
- 관련 분야 국제수련병원 지정

나이가 들수록 소중한 게 무릎이다. 무릎이 쑤시고 저리면 걷기가 힘들고, 이는 체력 감소와 각종 지병을 초래할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 말기 진단을 받은 이모(62) 씨. 평소 무릎 통증을 가볍게 여긴 게 화근이었다. 그의 다리는 O자 형태로 심하게 휘어 있어 자칫 척추까지 무리를 줄 수 있는 상황. 결국, 이 씨는 전문병원에서 로봇인공관절수술을 받았고, 그 이후 보행이 편해졌다.

미래병원 강남욱 원장이 진료실에서 환자의 무릎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부산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인공관절수술 로봇(로보닥)을 도입한 곳은 미래병원(병원장 강남욱)이다. 이곳은 로봇인공관절수술에서 뛰어난 기술과 경쟁력을 자랑하는데, 이 분야의 '국제수련병원'으로 지정된 것이 그 증거다.

로보닥은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계획을 세우고, 1㎜의 오차범위 안에서 로봇이 정확히 뼈를 깎는 인공관절수술 시스템이다. '올소닥(Orthodoc)'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환자의 CT 촬영물을 변환해 뼈만 발췌한 후 3D로 보여주기 때문에 뼈의 손상 정도와 수술 방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종전에 이 수술을 받으려면 수도권 병원에 가야만 했으나 미래병원이 지난해 6월 로보닥을 도입해 그런 불편함이 해소됐다.

강 병원장은 "수술은 의사가 집도하지만, 그 수술의 정확도를 높여주는 도구는 계속 진화해야 한다. 도구뿐 아니라 의사도 현재에 머물지 않고 진화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하고 자신을 개발해야 한다. 그것이 환자를 위하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로봇인공관절수술을 시행하는 곳은 대학·종합병원을 포함해 10여 곳에 이른다.

이 수술은 환자 맞춤형으로 결과가 항상 일정하고 정확한 게 최고 강점이다. 일반 수술은 집도의사의 숙련도와 컨디션에 따라 오차 발생 확률을 내포하고 있고, 절삭 오차에 따라 인공관절 크기가 다르게 결정되는 등 여러 변수가 있다. 하지만 로봇인공관절수술은 환자의 뼈 모양에 맞는 사전 계획과 점검, 모의수술을 통해 환자마다 다른 수술환경에서의 사전 대처가 가능하다. 또 계획에 따른 로봇의 정밀한 절삭으로 정확한 결과를 가져오고, 이는 통증 감소와 빠른 회복 효과를 낳는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인공관절수술 결과는 수술 후 다리축의 정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리축 정렬이란 엉덩이관절(고관절), 무릎관절(슬관절), 발목관절의 중심을 잇는 정렬축이 일직선상에 있는 것이다. 이 정렬이 제대로 이뤄지면 하중을 고루 분산시켜 무릎관절이 체중을 지지하는 데 문제가 없고 인공관절의 마모도 최소화시켜 재수술률을 낮출 수 있다. 또 정확한 다리축의 정렬은 회복 때 통증을 줄이고, 무릎의 움직임 범위를 넓혀 재활운동을 수월하게 만든다.

미래병원은 로보닥 도입 이후 지금까지 500례 이상 수술을 시행했고, 지금도 더 나은 기법을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 이 덕분에 최근 '로봇인공관절수술 국제수련병원'으로 지정받았다. 또 싱가포르 최대 국립병원인 SGH(Singapore General Hospital)의 정형외과 고수끼앗(Goh Seo Kiat) 교수가 미래병원에서 강 원장의 로봇인공관절수술을 참관하며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했다.


# 로봇수술 배우러 미국·독일서도 찾아

- 의료관광 컨벤션서도 실력 뽐내

지난달 미래병원의 로봇인공관절수술을 직접 참관하기 위해 방문한 해외 의료진.

지난달 3일 미래병원에 미국과 독일, 러시아 의료진이 방문했다. 이 병원의 로봇인공관절수술을 직접 참관하면서 수술 기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강남욱 병원장은 "해외 의료진의 수술 참관은 미래병원이 가진 노하우를 전달하고, 여러 나라 의사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정확한 수술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밝혔다.

이번 수술 참관은 인공관절수술로봇 개발회사인 씽크서지컬(Think Surgical Inc.)의 문인기 대표를 비롯한 연구진 3명과 독일 쾰른 지역 병원 의사, 러시아 모스크바 주립대학(MSU) 교수 등 7명. 이들은 미래병원에서 총 3차례 로봇인공관절수술을 참관하면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문 대표는 "로봇인공관절수술 가운데 슬(무릎)관절 부분은 한국 의료진이 가장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특히 국제트레이닝센터(수련병원)로 지정받은 미래병원의 수술을 보기 위해 참관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병원은 지난 4월 베트남에서 열린 부산의료관광 해외 특별전, 9월 부산에서 개최된 국제의료관광 컨벤션에 참가해 로봇인공관절수술 실력을 세계시장에 널리 알렸다. 수술기법 전수뿐 아니라 로봇인공관절수술의 글로벌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무릎각도 회복기간 11일 → 7일, 다리축 최적기준도 대부분 충족

■ 로봇인공관절수술 효과

관절에서 일반수술 환자와 로봇수술 환자의 회복 차이는 확실히 달랐다. 미래병원은 일반수술 환자 120명과 로봇수술 환자 110명의 비교 평가 결과 로봇수술이 월등히 좋았다고 밝혔다.

이 평가의 첫 번째 요소는 수술 정확성과 환자 회복을 좌우하는 CPM각도이다. 'CPM'은 무릎관절이 움직이는 각도를 말하는데, 정상인의 경우 150도 안팎을 이룬다. 일반적인 무릎수술 환자는 120도의 각도가 나오면 퇴원할 수 있게 되는데, 환자별로 최단 7일에서 최장 22일(평균 11일)이 걸린다. 그런데 로봇수술 환자는 최단 4일, 최장 18일(평균 7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수술보다 3분의 1 이상 짧은 셈이다.

두 번째는 대퇴골(넙다리뼈)과 경골(정강이뼈) 사이의 역학적 축(다리의 정렬)이다. 엉덩이뼈와 무릎뼈, 발목뼈를 이루는 다리축을 말하는데 보통 5~7도 사이가 최적이다. 이 역학적 축이 온전히 일직선이면 무릎에 전해지는 충격을 줄이지 못해 위험하고, 일정 각도 이상 틀어지면 지지력이 떨어지며 한쪽에 치중된 관절이 받는 무게중심을 견디지 못해 무게를 받는 쪽 관절이 닳아 다리가 휘는 결과를 가져온다. 로봇인공관절수술 환자는 대부분 4.2~7.8도로 최적의 기준을 충족시켰으나, 일반수술 환자는 69%만 최적의 범주에 들었다는 게 미래병원 측의 설명이다.

마지막 단계는 진통제인 페치딘 투여량이다. 일반수술 환자는 보통 환자당 2~4개 앰풀을 사용하는데 로봇수술 환자는 1개 앰풀을 사용하는 것에 그쳤다. 진통제 투여량이 확실히 적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