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종합사회복지관의 드림 아카데미에 참가한 학생들이 완성된 오꼬노미야끼 위에 마요네즈를 뿌리고 그 위에 가쓰오부시를 올리며 웃고 있다.

- 주5일근무 못하는 맞벌이 가정 위해
- 초등 4~6학년 대상 격주 토요일 운영
- 다문화요리 만들기·다양한 직업 체험
- 재활용공예 등 환경 관련 프로그램도
- 아이들 눈높이 맞춰 흥미진진한 교육

맞벌이 부부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자녀 양육 문제다. 주5일 근무제가 거의 정착된 요즘이지만 토요일에 출근을 하는 곳도 있다. 부부 중 한 사람만 근무를 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자영업이거나 둘 다 근무해야 하는 경우라면 아이를 어떻게 돌보아야 할지 해결책이 없다.

이런 가정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부산 해운대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격주 토요일마다 초등학교 4~6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드림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오전 10시~낮 12시 진행되며 다문화 요리 만들기를 한다. 7월 말부터 8월까지는 경찰관, 바리스타 등 직업체험이 마련돼 있다. 올 9월부터 연말까지는 재활용 공예 등 환경문화체험이 계획돼 있어 학습과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내 손으로 만들어 먹어요

	오꼬노미야끼 굽는 방법을 설명하는 박인숙 강사.

지난 5일 이 복지관 3층 요리교실에 모인 아이들은 18명이었다. 다들 차분하게 앉아 '오꼬노미야끼' 요리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미리 나눠준 레시피를 보면서 박인숙 강사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오꼬노미야끼는 우리나라로 치면 '전' 같은 겁니다. 양배추를 잘게 채를 썰고 달걀, 밀가루 등을 넣습니다. 고기를 넣거나 여러분이 좋아하는 피자치즈를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아이들은 다른 재료에는 관심이 없다가 피자 치즈란 말을 듣자 "그럼 피자 같은 맛이 나나요?"라며 여기저기서 질문을 해댔다. 박 강사는 "프라이팬에 잘 구워서 돈가스 소스와 마요네즈를 뿌려 먹으면 더 맛있다"고 아이들에게 기대감을 줬다.

초등학교 4~6학년생이라 직접 프라이팬을 기름을 두르고 요리를 해본 아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조별로 자원봉사자와 담당 복지사, 요리 강사가 곁에 붙어서 가스레인지를 다루는 법을 가르쳤다. 오꼬노미야끼는 기름을 넉넉하게 둘러 표면을 바삭하게 익히고 속은 촉촉해야 맛있는 음식이다. 그럴려면 인내심을 가지고 한 쪽 면이 잘 익고 난 뒤 뒤집어야 하는데 아이들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박 강사는 "욕심을 내서 너무 크게 만들면 나중에 뒤집기 어렵다. 두께가 두꺼우며 속까지 안 익을 수 있으니 한 국자 정도를 퍼서 굽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작품은 선생님의 당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기름을 두르고 뜨거워진 프라이팬에 반죽을 부으면서부터 재미있어 했다. 서로 자신의 것이 더 맛있을 거라는둥, 모양이 제대로 잡혔다는둥 수다가 넘쳐났다.

구워낸 오꼬노미야끼 위에 소스를 바르고 가쓰오부시를 올리자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구워진 열기에 얇은 가쓰오부시들이 살랑살랑 움직이자 신기했던 것이다. "선생님, 이거 살아있는 거에요? 왜 움직여요?" "먹을 수 있는 거에요? 종이 같은데?" 라며 호기심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이들 중 몇몇은 조금 집어서 먹어보기도 했다.

■식사 예절과 나눔의 즐거움

각자 한 개씩의 오꼬노미야끼가 완성된 뒤 자리에 앉아 기다리도록 했다. 모두 다 같이 앉아서 만든 것을 먹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식사예절임을 가르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용준(재송초 5) 군은 한 젓가락 먹자마자 "와!" 하고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집에서는 가스레인지가 위험하다며 못하게 하시지만 직접 해서그런지 진짜 맛있다"며 연신 입에 넣기 바빴다.

염초희(강동초 4) 양도 자신의 작품을 맛보며 흐뭇해 했다. "본래 요리에 관심이 많아 집에서 쿠키도 구워봤습니다. 선생님이 주신 반죽으로 굽기만 하는 거라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염 양은 또 "부모님이 바쁘신데 여기 오면 친구들하고 여러가지 요리도 해서 항상 토요일이 기다려진다"고 즐거워했다.

이 복지관 윤소영 사회복지사는 "올해 초부터 운영했는데 부모님과 아이들의 반응이 좋다. 다문화 요리를 하면서 그 나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학원에서 공부만으로 배울 수 없는 것들도 아이들이 배워간다. 직접 해보는 체험 프로그램인 점에 특히 만족스러워 한다"고 거들었다.

아이들이 만든 요리를 가까운 어진샘복지관의 어르신들에게 간식으로 가져다 드리는 일도 한다. 윤 복지사는 "어르신들은 사실 맛보다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서 가져오는 걸 무척 귀여워 하신다"며 "세대 간 교류가 되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음식으로 봉사하는 경험도 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