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동래구 부산피해자인권지원센터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인 인권지킴이들이 마지막 교육을 받고 있다.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법정 모니터 통해 2차 피해 예방
- 감사인사 전해 들으면 피곤함 '싹'

- 형사소송절차 강의·활동수칙 등
- 20시간 교육 이수해야 활동 가능

살다 보면 누구나 어떤 사고에 휘말릴 수 있다. 그 사고가 범죄인 경우도 있다. 강도, 절도, 폭행 등의 피해를 입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법원에서 자신의 사건과 관련된 재판이 열린다. 하지만 피해자는 재판의 제3자다.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과 피고인을 기소한 검사를 중심으로 재판이 이뤄진다. 피해자는 증인 요청을 받거나 스스로 재판 방청을 원하는 경우가 아니면 굳이 법원에 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자신과 관련된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일련의 과정에서 피해자는 인권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이럴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 부산범죄피해자지원센터다. 이 센터는 피해자들을 좀 더 많이 돕기 위해 대학생 자원봉사단인 인권지킴이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센터 인권지킴이단 양성교육의 마지막 시간에 찾아가 단원들을 만났다.

■활동 영역 넓어

	인권지킴이들이 교육 수료증을 보이며 활발한 활동을 약속하고 있다.

인권지킴이단은 20시간 정도의 교육을 받아야 활동이 가능하다. 우선 피해자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강의를 받아야 한다. 이어 형사소송절차의 이해, 지킴이단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에 대한 강의가 이뤄진다.

현재 인권지킴이단은 부산대, 동아대, 영산대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초기에는 법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요즘은 법대 단과대 폐지로 로스쿨이 생기면서 사회복지전공 학생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킴이단에 등록된 학생은 100~200여 명이지만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은 30여 명 정도다. 대학별로 회장이 있어 격주에 한 번 모임을 가지고, 법정 모니터와 다른 자원봉사·홍보활동 계획을 세운다.

센터 조주인 사무국장은 "피해자가 피고인을 만나는 것이 공포스러운 경우를 제외하고라도 생업 등으로 인해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법정 모니터 활동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 사무국장은 "센터 내 직원이 2~3명 정도라 재판에 다 참석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인권지킴이단의 도움은 무척 유용하다"며 고마워했다.

■피해자 감사 인사에 보람

2010년부터 활동해 온 백정훈(26·부산대 수학과) 씨는 "법정 모니터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소말리아 해적 사건이었다. 석해균 선장님과 다른 선원분들까지 다 관련된 일이라 재판도 아주 많았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당시는 국민참여재판이라 방청증을 받고 들어가야 했고, 재판 시간과 내용도 무척 길었다"고 말했다. 백 씨는 "다양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피해자 중심으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은 봉사활동을 하며 얻은 가장 큰 자산"이라며 만족스러워 했다.

지킴이단의 동아대 부회장인 김근호(25·법학과) 씨는 "전공에 맞는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 단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이제는 생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킴이단과 피해자는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하지만 사건에 대해 알게 돼 고맙다는 인사를 센터를 통해 들으면 활동의 피곤함을 저절로 잊게 된다"며 웃었다.


# 스트레스 상담 치료서 경제적 도움까지 준다

■ 범죄피해자지원센터 하는 일은

부산범죄피해자지원센터 햇살은 예기치 않게 범죄 피해자가 된 사람들을 돕는 단체다. 살인, 폭력, 강도, 절도 등의 범죄 피해로 인해 생긴 정신적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한 상담과 함께 치료비 지원 등의 경제적 도움을 준다. 상담은 전화나 면접, 인터넷, 방문 등이 모두 가능하다. 필요할 때는 법률·의료, 상담전문위원과 연계해 전문적인 지원도 한다. 부산에서는 2005년 창립했다.

이 센터는 대학생 자원봉사자인 '인권지킴이단'을 운영하고 있다. 인권지킴이단의 역할은 우선 법정모니터 활동을 꼽을 수 있다. 피해자는 자신의 사건과 관련된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지만 실제로 법원에 가기는 꺼리게 된다.

이럴 때 인권지킴이단이 대신 재판에 참석해 법정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직접 적어준다. 법정에는 녹음기나 노트북 등의 전자기록장치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므로 필기를 해야 한다. 그렇게 기록한 것을 피해자에게 주면 피해자는 판결 내용이나 궁금한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인권지킴이단은 범죄현장 정리에 대한 지원활동도 벌인다. 범죄현장에서 수사가 끝나고 난 뒤 청소를 하는 것이다. 강도사건이 일어났던 곳에는 바닥이나 천장 등에 혈흔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을 깨끗이 제거하고 다시 쓸 수 있는 공간으로 정리정돈하는 일을 한다.

현재 인권지킴이단은 부산대, 동아대, 영산대 학생들이 주축을 이루며 30~40여 명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051)558-88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