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 중 과격한 몸짓과 욕설
- 중얼중얼 잠꼬대와는 달라
- 50대 이상 남성 발생빈도 높아
- 퇴행성 뇌질환 전조로 보기도
- 10명 중 6~7명은 치매로 진행

- 스트레스 줄이고 잠자리 편해야
- 심하면 수면클리닉 진단받도록

정모(60) 씨는 거의 매일 밤 잠꼬대를 한다. 그것도 아주 과격하게. 평소 안 하는 욕설을 하거나 누구와 싸우는 것처럼 삿대질을 해댄다. 심할 때는 벽을 주먹으로 치기도 하고, 옆에 있는 아내를 때려 다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아침에 잠이 깨면 정 씨는 이런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단지 누구와 싸우는 악몽을 꾸었다는 얘기다. 잠꼬대 치료를 위해 병원에 온 정 씨는 '렘(REM) 수면행동장애'로 진단됐다.

양산부산대병원 조재욱(신경과) 교수는 "근래 정 씨처럼 단순히 잠꼬대로 알고 있는 수면행동장애 환자들이 꽤 많다"면서 "잠꼬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시적인 증상으로 병이 아니지만, 렘 수면장애는 일종의 질환이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렘(REM·Rapid Eye Movement) 수면행동장애의 위험성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이 질환이 위험한 것은 최근 연구결과에서 파킨슨씨병이나 다계통 위축증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전구 증상'(어떤 질병이 나타나려는 징조)으로 간주된다는 점에서다. 10명의 렘 수면장애 환자 중 6~7명은 파킨슨씨병이나 치매 등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뇌에는 수면과 연관된 구조물들의 집합체인 뇌간이 있다. 인지기능과 연관된 뇌가 퇴행하면 치매, 운동기능과 관련된 뇌세포가 파괴되면 파킨슨씨병이 생기는 것처럼 수면과 관련된 뇌간의 뇌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수면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퇴행성 단계가 점차 진행하면서 파킨슨씨병이 나타날 수 있고, 더욱 더 진행하면 치매까지도 가능하다.

렘 수면장애는 일종의 퇴행성 뇌질환이므로 환자 연령이 대체로 50대 이상이다. 특히 남자에게 잘 발생한다. 일반적인 잠꼬대는 중얼거리기만 하지만, 렘 수면장애는 과격하고 폭력적인 면이 많다. 욕을 하지 않던 사람이 꿈을 꾸는 동안에는 과격한 욕을 하고, 벽을 발로 차거나 옆에 자는 사람에게 손찌검을 할 때도 있다. 아침에 꿈 내용을 물어보면 기억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파킨슨씨병이나 다계통위축증,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폭력적인 잠꼬대를 한다면 렘 수면장애의 가능성이 높다.

	환자가 수면의 질과 양을 측정하고, 질환·장애를 찾아내는 수면다원검사를 받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제공

하지만 렘 수면장애가 반드시 폭력적인 양상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일상 생활에서의 평범한 동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경우도 많다.

렘 수면장애가 의심될 때에는 병원 수면클리닉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잠꼬대나 몽유병, 야경증 등의 사건수면과 렘 수면장애의 감별도 중요하지만, 수면무호흡증이 심해 숙면을 못하는 사람도 가수면 단계에서 렘 수면장애처럼 보이는 행동을 할 수 있어서다.

약물치료에는 효과가 좋은 전문의약품(클로나제팜)이 사용되는데, 잠 자기 약 1시간 전에 복용한다. 약 용량은 전문의와 상의하면서 조절할 수 있다. 증상이 완화되면 약을 끊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환자는 현 상태를 유지하려고 꾸준히 복용한다.

조재욱 교수는 "술을 많이 마시고 초콜렛을 과다 섭취하거나 피로가 누적되면 렘 수면장애 증상이 나타난다"면서 "환자는 금주와 규칙적인 식사, 적당한 운동을 통한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침실을 어둡고 조용하게 그리고 약간 서늘하고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렘 수면장애 환자가 우울증 등의 이유로 항우울제나 기타 신경·정신과 약을 복용해야 할 때에는 전문의 상담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