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결혼식과 신혼여행의 달콤함도 잠시, 신혼여행을 다녀온 신부가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랑과 첫날밤을 지낸 뒤부터 소변을 볼 때마다 요도 주위가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하고, 10분 마다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기는 하는데 소변은 잘 나오지 않는 '이상한' 증상이 생긴 것. 신랑이 자신에게 성병을 옮긴 것은 아닌지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아 신랑은 안절부절 못한다. 심지어 딸의 얘기를 듣고 분개한 장모가 용의자(?)인 사위를 앞세워 딸과 함께 비뇨기과를 찾기도 한다. 성병은 주로 질 주변이 가렵거나 냉이 평소보다 많이 나오는 것이 주 증상이며, 대부분의 성병은 배뇨 곤란을 일으키지 않는다. 만약 신혼여행 후 이런 증상이 생겼다면 거의 다 '허니문방광염'이다.
방광염은 장 내 세균이 항문 주변에 있다가 자동차가 역주행을 하듯이 회음부, 요도, 방광으로 올라가 문제를 일으키며 남성보다 요도 길이가 짧고 항문과 요도가 가까운 여성에게 많이 생긴다. 성적으로 활발한 여성의 방광염은 75~90% 정도까지 성관계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신혼여행 때에는 방광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죽하면 신혼여행에서 생기는 방광염을 일반적으로 '허니문방광염'이라고 부를 까. 꼭 성관계 때문에 생기지 않더라도, 여성은 결혼할 때 남성보다는 상대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굉장히 많다. 따라서 고생하면서 결혼준비를 하다 보면 그런 스트레스 때문에도 신혼여행 무렵에 방광염으로 고생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30%가량이 일생에 한번쯤 방광염에 걸리며, 방광염에 걸린 사람 중 약 25%가 6개월 내에 재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흔하고 재발률도 높은 병이다. 방광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잦은 배뇨와 배뇨 시 극심한 통증이며 막상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으며 아주 심할 때는 간혹 소변에서 냄새가 나거나 피색깔이 비쳐 야간에 응급실로 오게 하기도 한다. 방광염 자체가 죽을 수 있는 병은 아니지만 뭔지 모르게 불쾌하고 짜증스러우며 더욱이 마음 놓고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쉽지 않아 고통스러운 악질 병이다.
치료는 비교적 간단하다. 3일쯤 항생제를 복용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감쪽같이 모든 증상이 좋아진다. 하지만 방광염은 자주 재발하는 편이다. 재발할 때마다 항생제를 남용하면 내성균이 자랄 위험이 있고, 방광염에 걸려 치료를 했는데도 계속 재발한다면 방사선검사, 방광내시경이나 요로계통의 검사를 시행하여 다른 이상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그럼 방광염의 재발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세균이 방광 벽에 달라붙어 집을 짓지 못하도록 평소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 비타민 C 섭취, 녹차나 크랜베리쥬스가 방광염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폐경 이후의 여성은 요로계의 이상 없이 여성 호르몬의 감소에 의해서도 재발성 방광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에스트로겐을 투여하기도 한다. 또한 방광염의 가장 흔한 원인균인 대장균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 항생제 사용을 좀더 줄이는 면역 개선 제제로 치료하기도 한다.
방광염은 한 번 경험해 보면 그 '쓰라린 추억(?)'을 잊을 수 없다. 예방법에서 나온 내용들을 숙지하고 꼭 지키는 것이 그 아픈 경험을 피할 수 있는 길이다.
한지연 양산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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