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야마현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히 활용해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함으로써 전세계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해발 2400~2500m 고원 트레킹 도중 한반도 모양의 연못이 눈에 띄었다.

'일본에는 도야마가 있다(日本有富山).'

이 말은 일본인들이 혼슈섬의 북쪽 해안 중간에 자리잡은 도야마현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며 흔히 하는 말이다. 얼마나 아름답고 빼어난 곳이기에 이같은 말이 다 생겼을까. 백문(百聞)이불여일견(不如一見). 가 보지 않으면 말로 아무리 설명해도 그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없다.

도야마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은 풍경 감상, 온천욕, 트레킹, 등산, 맛기행, 마쓰리(축제) 참가, 스키 등 4계절 무궁무진하다. 도야마의 풍경이라고 하면 바다 또는 산 어느 하나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산과 바다 그리고 계곡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적절하게 어우러진 풍경이다. 높이 350m로 일본 최대 폭포인 쇼모다키 역시 명소 중의 명소다. 그리고 이들 여행을 모두 아우르는 일본 최고의 여행루트인 '다테야마-구로베 알펜루트'를 이용할 수도 있다. 또한 국보 사찰인 즈이류지(瑞龍寺)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카야마(五箇山) 합장양식 마을, '고끼리코' '무기야부시' 등 다양한 일본 전통 민요가 어우러진 문화유산의 고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도야마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져있었던 것에 반해 지방정부 차원에서 의지를 갖고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야 본격적인 관광산업 육성 정책을 실시해 불과 15년만에 일본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발전했다. 우리 말 식 한자 발음으로는 '부산(富山)'이라고 읽기 때문에 더욱 부산과 친밀감을 갖게 하는 다테야마로 올 여름 늦은 휴가를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부산에서 가까운 곳에서 즐기는 아주 고급스런 해외여행의 맛을 깨닫게 될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다테야마-구로베 알펜루트 : 일본 최고의 산악 관광루트

도야마현의 민요 및 민속춤 공연은 일본 내에서도 유명하다.

수없이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품고 있는 도야마 여행의 '백미'는 단연 다테야마산과 구로베댐을 잇는 '다테야마-구로베 알펜루트'가 꼽힌다. 도야마역에서 출발해 다테야마역(475m)~비죠다이라(美女平·977m)~무로도(室堂平·2450m)역~다이칸보(大觀峰·2316m)역~구로베다이라(黑部平·1828m)역~구로베댐(1470m)까지 이어지는 장장 70㎞ 길이의 관광루트다. 이 루트를 여행하기 위해 한 해에 도야마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만 110만 명이라고 하는 명실상부한 일본 최고의 단일 관광코스이기도 하다.

5가지 종류의 탈것을 6회에 걸쳐 갈아타며 가야하는 알펜루트는 그야말로 천상고원을 넘어가는 환상적인 루트다. 도야마만에서 가까운 해발 10m의 도야마역에서 전차를 타고 1시간쯤 가서 해발 475m인 다테야마역에 도착하면 단 7분만에 수직고도 500여m를 오르는 케이블카(한 칸짜리 레일 협궤열차)를 타고 비죠다이라까지 간다. 비죠다이라에서 해발 2450m인 무로도역까지는 전기와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고원버스를 타고 50분을 달린다. 아름드리 거목들이 즐비한 천상의 고원을 달리는 버스 여행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급변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게 한다.

다테야마-구루베 알펜루트 구간인 비죠다이라 케이블카역.

다테야마 산행의 전진 기지이기도 한 무로도역에서는 다테야마터널을 통과하는 토로리버스로 갈아타고 10분만에 산의 반대편으로 뚫고 나간다. 눈 터널이 인상적인 다이칸보역이다. 이곳에서는 다시 로프웨이(한국식 케이블카)를 이용, 다테야마를 비롯한 북알프스 연봉과 구로베호수가 어우러진 경치를 보면서 7분만에 크로베다이라역까지 간다. 이곳에서는 다시 케이블카(협궤열차) 편으로 구로베호수에 닿는다. 1960년대 일본 최대 협곡인 구로베계곡의 물을 저장하기위해 건설된 구로베댐에 도착하면 콘크리트댐 허리부분에서 45도 각도로 하늘을 향해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에 비친 무지개의 환상적인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알펜루트를 이용하면 중간 기착지마다 놓쳐서는 안될 볼거리가 있다. 비죠다이라역에서는 일본 최고로 꼽히는 거목 숲이 있는데 30분 가량만 역사 주변을 돌아봐도 직경 2m가 넘는 거대한 삼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피톤치트가 뿜어져 나오는 삼나무 숲에서의 삼림욕을 하다보면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무로도역 주변에는 일본 10대 명수(名水)에 속하면서 가장 높은 곳에서 나오는 약수인 '타마도노용수'를 마실 수도 있고 일본 최고 높이에 자리잡은 연못인 무구리가연못에서 눈덮인 다테야마 연봉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다. 유황이 불타는 듯한 지옥협곡에서 메캐한 유황냄새를 맡으며 족욕을 즐기는 것도 좋다. 4월 중순에서 6월 초까지 무로도역 앞에는 높이 16~20m에 이르는 거대한 눈의 터널이 뚫린다. 겨우내 쌓였던 눈을 중장비로 치우고 버스가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오히려 이 광경이 뛰어난 관광상품이 됐다. 이 장면을 보기위해 전세계의 여행객들이 봄에 무로도를 찾는다고 한다.


■무로도~비죠다이라 트레킹: 안나푸르나도 부러워 할 천상고원

수직 높이 350m로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쇼모다키 폭포.

알펜루트 관광이나 다테야마 산행을 하지 않고도 24㎞에 달하는 고원을 걸으며 즐기는 트레킹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다. 사실 트레킹은 2000년대 들어서 한층 관심을 받고 있는, 보다 고급스러운 여행방법이기도 하다.

도야마에서의 트레킹 코스는 단연 다테야마 산행 전진기지이자 알펜루트의 중심인 무로도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고도를 높이며 올라가는 등산 방식의 트레킹이 아니라 해발 2454m에서 출발해 서서히 내리막을 걸으면서 해발 977m인 비조다이라역까지 갈 수 있다. 총거리만 24㎞에 달하는데 적어도 5~6시간은 잡아야 한다. 친구루마, 다테야마 친구루마, 젠테이카, 이와카가미, 나카카마도, 이와하세 등 수 백 가지 야생화와 고산식물 및 곤충들과 마음의 대화를 나누며 걸을 수 있는 명상의 길이다. 그렇게 드넓은 고원을 걷고 있는데도 지리산 또는 한라산 정상에 비해 수백m나 높은 곳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을 만큼 평화롭다. 중간 중간 만나는 협곡과 습지 연못들은 무료함을 느낄 여유를 주지 않을 만큼 걷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무로도~비죠다이라 트레킹 코스는 대부분의 구간에서 나무데크로 길을 만든 일명 '기노마치(木の道)' 위를 걷게 되는데 1990년대 중반 이 나무데크 길을 만들기위해 티벳 원주민들을 직접 데려와서 티벳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북알프스를 아우르는 일본 최대의 국립공원인 중부산악국립공원의 식생과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연구한 결과 티벳식 나무길을 만들자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것.

도야마현 관광과의 미야자키 이치로 특산진흥계장은 "이곳 고원 트레킹은 일본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트레커들이 찾고 있는 알짜 코스"라며 "곳곳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무 의자와 식탁 등도 설치돼 있는데 탐방객들은 트레킹을 하면서 정해진 길을 벗어나 늪지나 숲을 침범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생태 보호를 가장 우선적인 가치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트레킹 코스 중간에 만나는 계곡에서 비록 짧긴 하지만 쇠사슬을 잡고 내려가야 하는 험로도 있는데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사자의 코'라는 의미를 가진 시시가 하나 전망대를 통과하게 돼 있다. 또한 다테야마고원호텔을 지나 500m쯤 가면 오른쪽 큰 계곡에 거대한 폭포가 걸쳐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마치 국수 가락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소멘다키'라고 불려진다. 다키는 폭포를 의미한다.

비죠다이라까지 내려가는 트레킹이 힘에 부친다면 3시간만에 도착하는 중간 기착지인 미다가하라호텔까지만 해도 된다. 미다가하라는 무로도, 다이칸보 등과 함께 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로 일본에서도 이름난 곳이다. 미다가하라호텔 앞에 무로도 또는 비죠다이라로 가는 고원버스 정류장이 있다.


■구로베협곡 열차 관광과 온천

구로베 협곡의 절벽 사이에 놓인 철교 위를 달리는 구로베 협궤 열차.

구로베협곡은 일본에서 가장 깊고 크면서도 아름다운 계곡으로 꼽히는 곳이다. 상류에 구로베댐을 만들어 전력생산과 관광상품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도야마현은 구로베댐 건설을 위해 설치했던 구로베협곡 철로 또한 관광상품화했다. 약 20㎞에 달하는 구로베협곡 철로를 달리는 토롯코열차는 절벽을 끼고 달리다가 아슬아슬한 철교 위를 통과해 터널 속을 들어간다. 다시 터널을 나와서 까마득한 높이의 철교를 건너 반대편 절벽 옆으로 길을 이어간다. 다테야마의 넉넉한 품 안에서 형성된 구로베협곡의 비경을 보면서 아슬아슬한 철도여행을 즐기는 쾌감은 도야마 여행에서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여름도 좋지만 특히 단풍이 불타오르는 가을에 구로베협곡 열차여행을 하면 더욱 멋진 광경을 담을 수 있다.

도야마에는 온천도 유명하다. 하코네, 벳푸 등 유명 온천의 명성에 가려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구로베 협곡 입구 주변에 위치한 우나츠키(宇奈月) 온천은 매년 일본 10대 온천에 선정되는 유명한 곳이다. 거대한 다테야마 산군을 바라보면서 노천온천을 즐기다보면 여행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다. 우나츠키 온천 인근의 바덴아케비(バ-デン明日) 온천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바덴아케비 온천에서는 특히 투숙객들에게 일본 민요의 '보물창고'로 불리는 도야마 지역의 전통 민요와 전통무용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 도야마 여행의 '감초'- 맛기행

- 도야마 흰새우 튀김, 송어초밥 등 꼭 맛봐야

도야마는 빼어난 풍광과 천혜의 자연조건 뿐 아니라 미각을 돋구는 특산 음식들로 가득찬 맛의 고장이기도 하다. 도야마에 가면 우선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도야마 흰새우 튀김이다.

동해에 면해 있는 도야마는 해안에서 불과 20㎞ 정도 떨어진 곳에 3015m의 다테야마 산이 솟아 있는 특이한 곳이다. 한국에 비유하자면 동해와 설악산을 함께 품고 있는 강원도 속초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자연스럽게 해산물이 풍부하고 도야마의 맛을 이야기 할 때도 해산물이 주를 이룬다. 그 가운데 특이한 음식으로 도야마 흰새우 튀김을 꼽는 이유는 이 흰새우가 전 세계적으로 도야마 만에서만 잡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명 '도야마만의 보석'이라 불리는 흰새우를 껍질채 고구마 우엉 등의 야채와 버무려 튀겨내면 고소함이 코를 찌르고 혀를 녹일만큼 맛있다고 한다.

차가운 동해에서 잡히는 도야마 게를 재료로 한 게탕과 게샤브샤브가 유명하고 특히 쌀과 물이 일본 최고로 꼽히는 만큼 밥맛도 뛰어나다. 따라서 다테야마에서 나오는 명수와 일본 최고의 쌀이 조화를 이뤄 지어진 쌀밥으로 생선초밥을 만드는 데 그 맛 또한 일품으로 평가된다.

특히 도야마에는 일본 최대의 초밥 공장도 있는데 일명 마스노스시다. 이 초밥은 나무로 된 둥근 용기에 대나무잎을 깔고 송어살과 식초밥을 넣고 대나무잎을 다시 덮은 다음 무거운 돌로 눌러서 만든 초밥이다. 초밥도시락 형태로 일본 전역의 기차역과 지하철역, 항구, 공항 등에서 하루 10만개 가량이 팔린다고 한다. 또 다시마로 생선회를 싼 다시마말이도 특색 있는 음식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