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에 방사선 의학의 꽃을 피울 발판이 될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첨단 시설과 장비를 갖췄다. 사진은 선형가속기.

- 뢴트겐 X선 발견 후 100년간 발전
- 국내선 68년 첫 암전문병원 설립
- 뼈 촬영 수준서 장기까지 낱낱이

- 사이버나이프 등 첨단장비 도입
- 진행성 포함 모든 암 치료에 활용
- 중입자가속기 설치땐 질적 도약

방사선 의학 암 전문 연구병원인 동남권원자력의학원(원장 박찬일)이 오는 16일 개원한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304병상 규모로 흉부암 부인암 소화기암 갑상선·두경부암 유방암 뇌종양 등 6대 암센터를 운영한다. 특히 부산 지역 최초로 도입되는 4세대 사이버나이프(Cyber-Knife)를 비롯해 6차원 고정밀 선형가속기(IG-IMRT), 로봇 수술기 등 첨단 암 진단 및 치료 장비를 갖췄다. 연구병원에 걸맞게 저선량 방사선 조사 시설을 구비한 연구센터를 별도로 운영한다. 꿈의 암 치료기라 불리는 중입자가속기가 오는 2015년 개발 완료될 경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부산은 4개 대학병원 등 의료 인프라가 탄탄한 도시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부산 지역 의료계가 힘을 합친다면 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 제공은 물론 의료관광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전병찬 병원장은 "부산 의료계에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의료산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개원을 맞아 암과 방사선 의학의 오늘과 내일을 짚어본다.


■방사선 의학 이렇게 시작됐다

사이버나이프.

뢴트겐의 X선 발견으로 비롯된 방사선 의학은 현재까지 100여 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전신인 방사선의학연구소가 설립돼 선구적인 연구와 환자 진료를 수행했다. 1968년 방사선의학연구소 부설 암 병원이 개설돼 국내 최초의 암 전문병원이 탄생했다. 초기에는 방사선을 이용한 암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주력했으며, 1969년 Co-60 원격조사 치료장치를 갖춰 국내 최초로 암환자에 대한 방사선 치료를 시작했다.

몸속의 뼈 정도만 볼 수 있던 초창기 X선 촬영은 오늘날 모든 장기를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는 컴퓨터 단층촬영으로 발전했다. 더 나아가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단일광자전산화단층촬영(SPECT)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은 우리 몸의 '기능 이상'도 찾아낸다. 한편 Co-60 원격조사치료기로 시작한 방사선 치료는 선형가속기로 발전됐고, 최근에는 감마나이프·세기조절치료기·영상유도치료기·단층치료기·사이버나이프 등이 이용되고 있다.

퀴리부인이 발견한 방사성동위원소도 의학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의학 분야를 핵의학이라고 한다. 핵의학 분야의 대표적 장비는 PET로 악성 질환을 조기에 진단한다.

■방사선 의학 이렇게 활용되고 있다

건강증진센터 내부. 국제신문DB

2007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사망자 5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가까운 장래에 4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된다. 암 치료에 있어서 방사선은 매우 중요하게 쓰이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방사선 의학에 대한 인식이 낮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전체 암 환자의 60% 이상이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30~50%에 그치고 있다.

방사선을 의학적으로 활용하는 범위는 진단과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방사성의약품에 더해 몸 밖에서 방사선을 쪼여 체내에 위치한 암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첨단 컴퓨터 기술과 결합하며 치료율을 높이고 위험을 최소화한 방사선 치료는 암 치료의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질환별로는 ▷두경부암·폐암·위암·간암·유방암·자궁암·대장암 등 우리나라 사람이 잘 걸리는 암 ▷뇌종양·혈액임파종양·골육종·연부조직육종 등 어린이나 청소년이 잘 걸리는 암 ▷췌장암이나 비뇨기암 등 거의 모든 암에서 방사선 치료가 활용되고 있다. 또한 방사선 치료는 암이 뇌 혹은 척추, 신경, 뼈 등에 전이돼 마비와 통증 등이 심할 때 그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매우 뛰어나므로 진행성 암의 완화적 요법으로도 널리 이용된다.

최근에는 CT 영상을 토대로 방사선 치료 부위가 정확하게 조준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종양 부위에는 고선량의 방사선이 조사되고 주변 정상 조직에는 방사선 조사량이 최소화하도록 치료하며, 방사선 치료의 효과는 물론 방사선 시술의 효과까지도 동시에 낼 수 있는 첨단 장비들이 이용되고 있다.

중입자가속기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국내 최초로 개발과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중입자치료기는 기존의 방사선 치료로는 완치가 힘들거나, 재발한 암 등을 부작용이 거의 없이 1~2주 단기간에 치료하는 최첨단 방사선 치료기다.

■첨단 방사선 의료 장비

사이버나이프=미국 항공우주국에서 개발해 우주선에서 사용하는 3차원 영상유도 기술과 최신 로봇팔에 방사선을 발생시킬 수 있는 선형가속기를 장착해 뇌종양을 비롯해 신체 내 어느 곳의 종양이라도 ㎜ 이하의 오차로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첨단 로봇 방사선 시술 시스템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부산 지역 최초로 도입했으며 아시아 지역 최초의 4세대 최신형이다.

사이버나이프는 환자의 호흡과 맥박에 따른 종양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면서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으며, 두경부·복부 등 신체 모든 부위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이 4세대 사이버나이프는 시술 시간이 40분 내외로 기존보다 20%가량 단축됐고, 자동방사선조사범위 조절 기능이 추가돼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한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한국원자력의학원과 서울 강남성모병원 등 7대가 가동되고 있다.

6차원 고정밀 선형가속기=부산에 처음 도입되는 첨단 방사선 치료기로 세기조절 방사선 치료기와 영상유도 방사선 치료기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360도 회전하며 방사선 조사 표적을 추적해 암세포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쬘 수 있다. 정상 조직의 피폭량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종양에만 정밀 조준 치료가 가능하다.

로봇 수술기=4개의 로봇팔을 가진 시스템이다. 기존 복강경 수술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2차원적 시야 문제를 해결하고 3차원 양안렌즈를 통해 육안보다 10배의 시야를 확보, 정밀 수술이 가능하다. 특히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와 체결한 국가과학기술연구망을 활용해 원격 진료 및 판독 시스템을 실현한다. 수술실의 수술 영상과 임상실험실의 분석 자료들을 동시에 전송해 서울대병원, 국립암센터, 원자력병원 등의 의사와 실시간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ANGIO(혈관조영촬영장치)=두부 흉부 복부 사지 혈관 등 모든 혈관 내부를 촬영하는 장비이다. 혈관이 좁아진 곳이나 막힌 곳을 보여주며, 단순한 촬영뿐 아니라 혈관 안으로 기구를 집어넣어 좁아진 곳을 넓히고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을 할 수 있다.

혈관에 2㎜가량의 가는 관을 넣고 조영제를 주입한 후 X-선을 조사해 혈관 영상을 얻고, 이를 통해 병변의 이상을 확인하거나 치료하는 장비이다. 이 디지털 혈관조영촬영장치는 3D 영상을 통해 치료 과정을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고 최선의 치료법을 결정할 수 있다.

PET-CT=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ositron Emission Tomography)와 CT(컴퓨터단층촬영기·Computed Tomography)를 하나로 합친 장비이다. PET은 암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뛰어나지만 이미지 분해 기능(위치 파악 및 병변분석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미지 분해 기능이 뛰어난 CT가 결합해 암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PET-CT는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가 혼합된 약제를 투여해 그 체내 분포를 영상화한다. CT, MRI 같은 영상의료장비가 해부학적인 정보를 제시해주는 반면 PET-CT는 우리 몸의 기능적 혹은 생리적인 정보를 영상화한다.


# 개원 앞둔 지역의료계 분주

동아대병원 로봇수술센터에서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국제신문DB

- 방사능 의학 저력 갖춘 부산에 '희망가'
- "의료서비스 향상·의료관광 디딤돌"

- 부산대병원, 내달 토모테라피 가동
- 동아대병원, 로봇수술 280례 성공
- 인제대 부산백병원, 당일 MRI 검사
- 고신대병원, PET-CT 2만례 달성

부산 의료계가 높은 방사선 의학 수준을 자랑하며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다음 달 중순 토모테라피(Tomo Therapy)를 본격 가동한다. 토모테라피는 고에너지 엑스선을 컴퓨터 단층촬영기(CT)처럼 환자 몸을 중심으로 360도로 회전하면서 조사하는 방사선 치료 장비이다. 정밀한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첨단 장비로 정상 조직의 위치에 따라 방사선의 세기를 조절하는 세기조절 방사선 치료와 치료 전에 종양이나 주변 정상 조직의 상태를 파악해 정밀한 치료를 하는 영상유도 방사선 치료가 가능하다. 기존 방사선 치료는 길이가 40㎝ 이상 되는 부위를 치료하는데 한계가 있다. 토모테라피는 CT를 촬영하는 것처럼 머리부터 다리까지 한 번의 치료가 가능하다. 또 종양이 몸의 여러 군데에서 발견되었을 경우에도 한 번에 편리하게 치료할 수 있다.

동아대병원 로봇수술센터는 2007년 11월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280례 이상의 로봇 수술 경험을 갖고 있다.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에서 6년 동안 임상 경험을 쌓은 성경탁(비뇨기과 교수) 소장은 2003년 세계에서 두 번째, 아시아에서 최초로 로봇 수술을 성공한 주인공이다. 성 소장은 "로봇 수술은 정확도가 뛰어나고 출혈량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병원 로봇수술센터에서는 비뇨기과를 비롯해 외과 비뇨기과 흉부외과 환자의 수술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전립선암 환자가 120여 명으로 가장 비중이 높다. 성 소장은 "비뇨기과의 경우 전립선암 적출술이 가장 유용하며 방광암과 작은 신 종양(4㎝ 미만) 부분 적출술, 요관 협착증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갑상선암이 로봇 수술의 화두라고 덧붙였다. 최근 이 병원 이비인후과 두경부 갑상선 수술팀(박헌수 홍종철 교수)이 갑상선 질환 환자를 로봇으로 흉터없이 수술했다.

인제대 부산백병원은 최근 최신 자기공명영상촬영기(MRI)의 가동식을 가졌다. 이 병원은 모두 3대의 MRI를 확보함에 따라 진료 당일 예약 없이 검사를 할 수 있다. MRI와 더불어 CT 검사도 당일 예약 없이 검사를 할 수 있다. 한편 지난 3월 개원식을 가진 해운대백병원은 로봇 수술기를 포함한 첨단 장비를 갖추고 수도권 병원과의 경쟁을 선언했다.

고신대복음병원은 지난 3월 PET-CT 2만 례를 달성했다. 2004년 처음 PET-CT를 도입한 이 병원은 2007년 두 번째 PET-CT를 가동했다. 하루 40~50건을 처리하며 주로 암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 사이버나이프 토모테라피와 함께 3대 암 치료 장비로 불리는 IGRT(영상유도 암 치료기)를 가동했다.

한편 부산 지역에는 고신대병원을 비롯한 4개 대학병원과 좋은강안병원 부산성모병원 메리놀병원 대동병원 등이 PEC-CT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염하용핵의학의원은 PEC-CT를 가동해 건강검진에 활용하며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고신대복음병원 출신인 염하용 원장은 국내 핵의학 분야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