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수술은 입체적인 해부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미세수술을 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아 향후 보건의료의 변화를 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동아대병원 비뇨기과 성경탁 교수가 로봇으로 전립선암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동아대병원 비뇨기과 성경탁 교수는 이달 초 싱가포르의 제너럴병원에서 로봇으로 김모(73)씨의 전립선암을 수술했다. 로봇을 설치하는데 30분, 전립선 제거에 1시간 45분, 요도와 방광을 이어주는데 35분이 걸렸다. 오전 8시 30분에 시작된 수술은 낮 12시에 김씨가 회복실에서 의식을 찾으면서 모두 끝났다. 김씨는 수술 뒷날 퇴원해 귀국했다.

이처럼 로봇이 의사를 대신해 수술을 집도하고 나아가 간호까지 책임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20년후 보건의료분야의 미래상'이란 보고서를 통해 로봇 수술과 수명 연장, 맞춤 의료 등 급격한 변화를 예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 보고서의 내용을 중심으로 보건의료분야의 미래상과 대책을 찾아본다.

▲맞춤 의료 시대 도래=미래에는 유전자 진단법을 통해 각 개인이 특정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얼마인지, 어떤 환경에서 질병으로 발생될 가능성이 커지는지 알 수 있다. 개인의 유전자에 따라 적정한 약물을 선택하거나 유전자 치료를 통해 문제를 유발하는 유전자 자체를 고치거나 교환할 수도 있다. 개인별로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가 이루어지는 '맞춤의료'의 시대가 된다.

▲수명 연장·능력 증강 가능=유전자 공학은 노화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노화를 지연시켜 인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유전자 공학 이외에 줄기세포 관련 기술, 나노 기술 등이 보편화될 경우 인간의 평균 수명은 2075년경 100~125세까지 연장될 것으로 세계미래협회는 전망하고 있다. 우수 유전자를 이용해 성인의 지능과 신체적 능력을 증강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될 수 있다. 그러나 치료 목적이 아닌 이러한 유전자 조작은 많은 윤리적 문제를 내포하므로 전세계적으로 연구가 금지되거나 아주 제한된 범위 내에서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로봇팔과 의사가 앉아서 집도를 하는 콘솔 박스. 로봇팔과 콘솔 박스는 광학 케이블로 연결되어 전기신호를 주고 받는다.

▲나노 로봇이 혈관 속 청소=나노 기술이 발전하면 손상된 뼈나 간 또는 눈을 쉽게 재건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현재는 마이크로 로봇이 위나 소장 등에 들어가 신체 내부 영상을 외부로 전송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더 발전해 크기가 더 작은 나노 로봇이 우리의 혈관을 따라 여행하면서 손상된 세포를 고치고 해로운 바이러스를 청소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기술의 전 단계로 나노입자가 약물 전달 체계의 효율적인 도구로서 약물의 빠른 흡수를 돕고, 목표 부위로 약물을 정확히 전달하며, 체내에서 약물의 배출 속도를 조절하거나, 체내 면역체계로부터 약물을 보호하는 등의 다양한 목적에 사용될 수 있다.

▲원격의료 전세계 연결=미래에는 개인의 의료 관련 정보를 스마트카드에 저장할 수 있다. 병력, 수술력, 특정 약에 대한 거부 반응 여부 등에 관한 정보를 멀티미디어 형태로 저장한다. 개인은 스마트카드에 수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담당의가 아닌 어떤 의료진에게도 쉽게 진료받을 수 있고, 휴대전화나 PDA에 스마트카드를 삽입한 후 병원에 온라인으로 연결해 전문의로부터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전 세계의 모든 의사와 병원이 세계 보건의료 네트워크라는 하나의 온라인 사이트로 연결되고, 개인의 보건의료 정보와 처방을 언제 어디든지 보낼 수 있다.

▲로봇이 수술하고 간호까지=현재 전세계적으로 300여개의 병원에서 수술용 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한 다빈치라는 로봇은 전립선 절제술, 심장 수술, 위 우회술 등의 수술에 이용되고 있다. 미래에는 이러한 로봇 수술이 상용화된다. 전문의는 수천 ㎞ 떨어진 곳에서도 로봇의 도움을 받아 환자의 수술을 집도할 수 있고, 전 세계의 의사 또는 의대생들이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그 모습을 지켜 보고 필요한 조언을 하거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만성 질환자는 집에 24시간 작동하는 간호 로봇을 두고, 로봇은 환자의 건강정보를 감지해 휴대용 원격 장치를 통해 의료센터로 전송한다. 환자들이 응급실에 자주 왕래할 필요가 없어지고, 원격지에 있는 의사는 휴대전화나 PDA의 화면을 통해 긴급상황을 보고 받고 환자의 상황을 보면서 응급처치를 하거나 온라인으로 필요한 약을 처방할 수 있게 된다.

▲의류·체내 이식용 센서가 몸 진단=바이오 의류는 신체를 검사하는 센서 및 정보의 무선 전송 기능을 가지고 있는 의류로, 이를 통해 개인들은 심장 박동, 호흡, 체온 등의 생리학적 지표들을 외부에서 모니터할 수 있다. 위급 상황 시 환자의 정보는 무선으로 의료센터까지 전송이 되며 자동으로 구급차가 환자를 찾아가게 된다. 의류가 아닌 체내에 센서 및 무선 전송 장치를 이식하는 것도 가능하다.

▲장기 전략 세우고 신기술 익혀야=LG경제연구원 윤수영 연구원은 "생명공학, 정보 기술 및 나노 기술 사이의 융합 현상으로 미래에는 보건의료 분야의 개념 자체가 바뀔 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사회 구조 및 생활상의 변화도 예상된다"며 보건의료와 생활상의 변화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미래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고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전략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대병원 성경탁 교수는 "로봇 수술은 입체 화면을 보면서 집도하기 때문에 정확한 해부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미세한 부분도 수술할 수 있고, 자연적으로 생길 수 있는 손떨림을 소프트웨어가 교정해 주며, 집도 의사가 환자와 떨어져 원격 수술하므로 에이즈나 간염 등 환자의 수술에 따른 감염위험이 없는 장점이 있다"며 "의료시장 개방 등에 대비해 로봇 수술 등 신기술을 빨리 익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금용기자 fm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