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외과수술이 지향하는 ‘최소 절개, 최대 효과’라는 목표에 가장 근접한 치료가 복강경 수술이다.

현재 비뇨기과의 거의 전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위, 자궁, 난소, 담낭 등 각종 복부 장기 시술에도 활발히 응용되고 있다.

그러나 신장, 부신 등 배 뒤쪽에 장기가 있을 때는 복강경 수술이 어려워진다. 삽입된 관을 여러 각도로 돌려가면서 시술할 정도의 여유 공간이 없기 때문.

최근에는 기구를 가슴 앞부위가 아닌 옆구리 부위로 넣어 시술하는 신기술이 적용되는 등 다양한 기법이 계속 개발되면서 비뇨기 복강경은 새로운 치료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부산대 병원 비뇨기과 정문기 교수는 “비뇨기 복강경은 단순한 신장 적출술 뿐 아니라 신장암, 요관암 등에 적용되고 있으며 치료 성적도 기존 개복수술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뇨기 복강경 수술은

비뇨기 복강경 수술 중 가장 흔한 신장적출술을 예로 들어 복강경 수술의 과정을 살펴보자.

기존의 신장적출술은 피부, 지방, 근육을 최소 30㎝ 이상 절개하고 수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보조 의료진이 수술 내내 절개 부위 주변을 기구로 잡아당긴다.

복강경 수술은 이같이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고 배에 1~5㎜의 작은 구멍 3~5개를 내어 이곳에 기구를 넣어 복막을 뚫고 신장에 접근해 적출 등 원하는 수술을 간편하게 한다. 없애야 하는 신장 부위는 기구로 조각을 내 꺼낸다.

동아대 병원 의료진이 신장암 환자에게 복강경을 이용한 적출술을 시행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기존의 개복술과 달리 최소부위만 절개해 출혈.통증은 물론 입원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작은 사진은 환자의 배에 복강경 기구를 꽂은 모습.

＃복강경 수술의 장점

복강경 수술을 통해 절개 부위를 최소화함에 따라 무엇보다 수술 후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기존의 절개식은 수술 후 열흘이 지나야 퇴원할 수 있고 이전 생활로 돌아가려면 한달 가량 소요됐다. 반면 복강경 수술은 수술 다음날부터 걷기 시작해 4일째 퇴원하고 열흘이면 직장에 복귀할 수 있다. 입원기간 중 수술자리 통증으로 인한 폐기능 장애도 거의 없고 진통제 사용량도 매우 적다. 단, 이 시술은 가는 관을 통해 외과 기구를 삽입해 조작하기 때문에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한발 앞선 후복강경 수술

복강경 수술보다 한발 더 나아간 수술법이 옆구리 쪽으로 접근하는 후복강경 수술이다.

종전에는 배 뒤쪽에 장기가 있는 경우 복강경 기구를 이용하더라도 옆구리쪽으로 30㎝ 이상 길게 절개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후복강경 수술은 환자가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수술하게 되는데 기술 난이도는 복강경 수술보다 더 높다. 지난 90년 미국 워싱턴대 의대 클레이먼 교수가 후복강경을 통해 신장적출술을 성공한 것이 처음이다. 이 시술법은 우리나라에는 96년 도입돼 서울대병원 비뇨기과에서 98년 첫 수술에 성공했고 50여차례 시술한 이후 지방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후복강경으로 전립선암 절제

후복강경 수술이 발전하면서 부위별로 좋은 수술 결과가 나오고 있다.

전립선암의 경우도 처음에는 개복술을 통해 암 부위를 없앴으나 이후 복강경을 이용해 전립선암 부위를 적출하는 수술이 이뤄지는 등 업그레이드됐다.

그러나 배 앞부분으로 접근하는 복강경 수술은 수술 중 시야 확보가 어렵고 출혈 및 수술 후 통증 등의 문제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 왔다.

이같은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지난 4월에는 부산대학 병원 비뇨기과 정문기, 이정주 교수팀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전립선암에 걸린 환자의 옆구리 쪽으로 접근하는 후복강경을 이용해 수술에 성공함으로써 전립선암 후복강경 수술의 발전 계기를 마련했다.



＃방광암 환자 복강경 수술 성공

이보다 앞선 지난 1월에는 동아대 비뇨기과 성경탁 교수팀이 60세 남자 환자의 방광적출술에 성공했다. 신장이나 부신, 전립선 수술에 비해 복강경을 이용한 방광암 수술은 국내에서는 초기 단계여서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 수술에 성공한지 반년이 지났지만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지 않고 기법 전수 과정이 어려워 아직도 극소수의 병원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전 비뇨기과 영역에 활용

복강경 수술은 이 밖에도 위, 자궁, 난소, 담낭 등의 장기와 관련한 수술은 물론 잠복고환의 진단 및 고환고정술, 요관결석 제거술, 골반임파선 절제술 등 거의 모든 비뇨기과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이중 부신적출술의 경우 다른 장기에 비해 치료 성적이 월등히 우수하다. 부신은 해부학적으로 후복막강 안에 깊숙이 위치해 기존의 개복술보다 복강경 수술을 하는 경우에 오히려 쉽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개복술은 실제 제거해야할 종양의 크기보다 훨씬 큰 피부 및 근육 절개와 늑골까지 잘라내야 했지만 복강경을 이용하면 절개를 최소화하면서도 수술 시야가 넓어지고 재원기간 단축, 미용적 측면의 장점 등으로 거의 모든 병원에서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로봇 이용한 수술도 곧 등장

이같이 복강경수술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지만 해결되지않고 있는 단점도 여전한 게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의사가 손을 움직이는 공간이 제한된다는 점.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등지에선 복강경 수술에 로봇을 이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활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아대 병원 성경탁 교수가 최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로봇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 연수를 마치고 귀국함에 따라 로봇을 활용한 최첨단 복강경 수술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성 교수는 “로봇을 이용할 경우 기존의 복강경기구에 비해 체내에서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미세한 떨림이 전혀 발생하지 않으며 집도의가 편한 위치에서 조절할 수 있으므로 장기간 수술시에도 피로가 적은 장점이 있다”며 “앞으로는 로봇를 이용해 과거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던 원격수술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박재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