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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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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농구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꺾고 12년 만에 아시아 최강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아시안게임 통산 5번째(1970·1982·2002·2014·2026년) 금메달입니다. 특히 1982년 인도 뉴델리 대회 이후 44년 만에 일궈낸 원정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어서 의미는 남다릅니다. 농구계와 언론은 에이스 이현중을 포함한 금메달 멤버를 ‘황금 세대’로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한국 농구 잔칫날에 예전 기억 하나 소환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론 한국 남자 농구사에서 가장 극적인 승부로 꼽고 싶습니다. 바로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입니다. 당시 현장에서 기자는 두 눈을 시뻘겋게(?) 뜨고 역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그럼 24년 전으로 가보겠습니다.
2002년 10월 14일 부산 사직체육관. 결승에서 대한민국과 중국이 만났습니다. 당시 중국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강팀이었습니다. 중국의 에이스는 226㎝의 ‘걸어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휴스턴). 중국은 평균 신장 201.6㎝로 높이에서 한국을 압도했습니다.
한국도 만만찮았습니다. 1990년대 한국 농구 붐을 이끈 스타들이 대거 포진했습니다. 이상민 문경은 전희철 현주엽 서장훈 방성윤 김승현 김주성 등등.
하지만 한국의 스타들도 거대한 중국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4쿼터 종료 25.5초를 남기고 83-90으로 한국이 뒤졌습니다. 7점 차면 사실상 승패가 결정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당시 기자는 체육관 코트 바로 앞에 설치된 기자석에 앉아 한국이 아쉽게 패했다는 기사를 쓰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기사 작성을 거의 마무리했을 겁니다.
그래서 남은 25초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일명 ‘멍때리며’ 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김승현의 기가 막힌 패스를 받은 현주엽이 레이업을 성공시켰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바로 다음입니다. 중국 골밑에서 김승현이 순식간에 공을 가로챘습니다. 그 순간 김승현은 3점슛 라인 밖에서 두 손을 들고 간절하게 기다리는 문경은을 발견합니다. 김승현의 패스는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문경은은 패스를 받은 그대로 점프해 3점슛을 쏘았습니다. 만화 ‘슬램 덩크’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왼손은 거들 뿐.”
문경은의 3점슛이 깔끔하게 림을 통과해 한국은 88-90으로 따라붙었습니다. 사직체육관의 공기는 바뀌었고, 한국 선수들의 얼굴에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퍼졌습니다.
경기 종료 4.7초 전 현주엽이 다시 골밑을 공략해 기어이 90-90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선수, 관중, 여기에 기자까지 도파민이 터졌습니다. 이후 상황은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죠? 이 정도면 명승부 중의 명승부라고 해도 되겠죠?
당시 경기가 궁금하면 유튜브를 찾아보시면 됩니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어떤 것인지 실감하게 될 겁니다.
개인적인 감상 하나 추가하겠습니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당시 기자는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기자의 모습이 유튜브 화면에 아주 짧게 스쳐 갔습니다. 2026년에 2002년의 기자를 만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