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시즌 대비 마운드 급선무

롯데는 가을 야구 진출이 걸린 ‘운명의 일주일’을 맞았다. 상대가 누구든 승리를 따내야만 한다. 가을을 향한 간절함은 굴뚝 같지만 정작 마운드를 믿고 맡길 선발 투수가 없어 난감하다.
롯데의 선발 불안은 짧게는 올 시즌 내내, 길게는 구단의 고질병이다. 시즌 초반 김진욱과 찰리 반즈가 선발에서 이탈했다. 당시 박세웅과 터커 데이비슨이 활약해 마운드 불안감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알렉 감보아를 영입하고 홍민기와 이민석 등을 선발로 내보냈다. 선발 불안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잠깐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춘 것에 불과했다.

김태형 감독은 시즌 막바지 4선발 체제로 전환했다. 9월 이전 많은 경기를 치렀기에 휴식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총력전을 치르겠다는 구상에서다. 김 감독의 작전은 선발진이 건재할 때나 가능했다. 롯데는 정규시즌 막바지 선발진은 사실상 무너졌다.

안경 에이스 박세웅은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깨어날 기미가 안 보인다. 박세웅은 지난 22일까지 후반기에 10차례 등판했다. 후반기 올린 승수는 2승에 그친다. 후반기 등판을 거듭할수록 소화 이닝이 짧아지는 추세다. 반면 평균 자책점은 4.98로 치솟았다. 에이스라고 부르기가 민망하다.

외국인 에이스 감보아도 위력을 잃었다. 올 시즌 감보아는 103이닝을 책임졌다. 감보아가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던진 최다 이닝은 2022년 88.1이닝이다. 감보아는 KBO 데뷔 후 체력 관리에 이상이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국과 달리 체계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가고 구단도 체력 관리에 신경을 써준다는 이유에서다.

자신감과 달리 지난 16일 감보아는 팔꿈치 불편감으로 삼성전에 나서지 못했다. 병원 검진 결과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20일 키움전 마운드에 올랐다. 감보아는 불과 3.1이닝 동안 8실점(7자책점)으로 부진했다. 감보아는 체력 고갈에 직면했다. 남은 기간 호투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즌 도중 교체한 빈스 벨라스케즈는 불펜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선발진 중 그나마 믿을 만한 투수는 나균안뿐이다. 마운드가 텅 비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롯데는 남은 기간 박세웅 감보아 나균안을 중심으로 선발진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필요하면 박진을 선발로 올린 뒤 이후 불펜 투수를 대거 투입하는 방식으로 남은 경기를 치를 전망이다.

잔여 경기가 적어 정규 시즌은 버틸 수 있다. 버티기는 버티기일 뿐이다. 8년 만에 가을 야구 무대를 밟기 위해 승리를 올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어렵사리 가을 야구에 진출해도 선발 투수가 없어 고대하던 포스트 시즌을 맛만 보는 데 만족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2025 시즌 막바지에 고질적인 에이스 부재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 올 시즌은 현 전력에서 사력을 다하는 게 최선이다. 내년 시즌에는 달라져야 한다. 롯데 내부에서는 타선에 비해 마운드 전력이 3년가량 뒤처지는 것으로 본다. 결국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올 시즌이 끝난 뒤 마운드 보강이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 2026 시즌에도 마운드에 에이스가 없다면 롯데 야구의 ‘내일’을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