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데려다 놔도 잘 친다. 롯데 박찬형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지난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전에서 롯데 박찬형은 4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사진은 안타를 치고 1루로 달려가는 모습. 롯데 자이언츠 제공

지난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전에서 박찬형은 1번 타자, 3루수로 출전했다. 하위 타선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박찬형은 리드오프로도 손색이 없다. 1회 첫 타석 좌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쳤다. 후속 타자 손호영의 타구가 투수 앞으로 굴러가 3루로 내달리다가 아웃을 당했다. 태그 아웃을 당할 때까지 손호영이 1루를 밟고 기회를 틈타 2루까지 진루할 시간을 노련하게 벌어줬다. 득점권까지 나아간 손호영은 이어 타석에 들어선 고승민 안타로 홈을 밟았다. 그 덕에 롯데는 1회초 선취점을 내며 KT전을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었다.

박찬형은 리드오프 역할은 물론 타자로도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지난 26일 KT전을 4타수 3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박찬형은 지난 20일 LG전부터 6경기 연속 안타를 치며 활약 중이다. 경기를 마친 뒤 박찬형은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박찬형의 말을 들어보니 최근 그가 타석에서 보이는 좋은 모습은 그저 운이 좋은 게 아니라 치밀함과 노력의 산물이었다.

지난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전에서 롯데 박찬형이 안타를 친 뒤 날아가는 공을 응시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박찬형은 올 시즌 전반기 막바지 활약한 뒤 후반기 시작 직후 부진을 겪었다. 박찬형이 분석한 부진 원인은 ‘타이밍’이었다. 퓨처스리그에서 타격 타이밍을 집중적으로 보완했다. 조금 일찍 찾아온 부진은 ‘약’이었다. 퓨처스에 내려간 박찬형은 타격 타이밍뿐만 아니라 전반기 몸쪽 변화구 대처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대응법을 찾는 데도 골몰했다. 이 대목이 박찬형의 강점이다. 박찬형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는 “(경기를 하면서) 안 좋아지면 문제점을 빠르게 인식한다. 문제점을 파악하면 그 부분을 생각하며 연습에 임한다. 그 덕분에 문제점이 신속하게 고쳐지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주어진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해내야 하는지 스스로 분석하고 행동하는 박찬형에게 타순 변동은 큰 어려움이 아니다. 박찬형은 “(타순이 바뀌면서) 아직 크게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잘하는 걸 살리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박찬형은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안다. 그리고 실천하기에 타순이 바뀌어도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결국 자신의 노력으로 변화가 난관이 되지 않도록 힘쓰는 셈이다.

지난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전에서 롯데 박찬형이 안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후반기 타선 침체를 겪었던 롯데 타선에서 박찬형은 가장 뜨거운 타자다. 꿈꿨던 프로 무대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올 시즌 개인 기록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법하다. 박찬형은 개인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제 개인 기록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 위치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일이다”라며 “팀이 더 높은 곳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이 실제로 그럴 수 있도록 야구장에서 열심히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