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자수첩] ‘기관장 잔치’된 체전 폐회식…선수가 주역인 축제 만들자

경남 김해 전국체전 17일 성료…체육회·교육청 관계자들이 수상

박완수 지사 등 환송사 이어져…담요 쓴 선수 휴대전화 삼매경

‘1분 폭죽’에 “이런 거나 하지”…내년 개최 부산 타산지석 기대

  • 백창훈 기자 huni@kookje.co.kr
  •  |   입력 : 2024-10-20 19:35:35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기자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교내 체육대회는 늘 친구들의 웃음소리와 함께였다. 지루하기만 하던 수업 대신 운동장에서 하루 종일 뛰놀 수 있어 나를 포함한 아이들은 무척 즐거웠다. 그러나 개·폐회식만은 예외였다. 교감·교장 선생님의 일방적인 훈화 말씀은 우리의 놀이터에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최근 한 체육대회에서 또 한 번 ‘어른’들의 말씀을 일방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지난 17일 경남 김해에서 열린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폐회식’에서였다. 오후 6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된 폐회식에서 체육대회의 주역인 젊은 선수들의 참여도는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종합 시상식에서 입상에 성공한 지자체의 수상자는 모두 언뜻 보아도 만 60세 이상의 각 시체육회 회장과 단장이었다. 만 18세 이상 고등부 시상식에서도 선수 대신 교육청 관계자가 나와 트로피를 들고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전년도 성적 기준 올해 경기 성적이 가장 많이 향상된 시·도에 수여하는 성취상과 대회 기간 가장 모범이 된 시·도에 부여하는 모범상 역시 수상자는 이름 뒤 ‘회장’과 ‘부장’이 붙었다.

딱 한 번 선수가 단상에 오를 기회가 있었다. 최우수선수상(MVP)에 오른 서울선수단 소속이자 한국 여자양궁의 ‘간판’ 임시현이었다. 임시현은 이 대회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다만 임시현은 월드컵 파이널 대회 참가를 위해 멕시코로 떠나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고, 서울시체육회 관계자가 대리 수상했다.

이후로는 선수 참여는 제로였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를 비롯한 김오영 경남체육회장, 박종훈 경남교육감, 홍태용 김해시장에 대한 감사패 수여를 시작으로 일장 연설이 이어졌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폐회사가 끝나자 박 도지사와 홍 시장의 환송사가 시작됐고, 그렇게 폐회가 선언됐다.

그들은 연설 중간중간에 “선수”라는 단어를 내뱉었으나, 정작 그 ‘선수’들은 딱딱한 행사에 지쳐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 화면만 쳐다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온은 낮아져 선수들은 추위에 떨기도 했다. 이에 하나둘씩 준비된 담요를 어깨나 무릎에 둘러 체온을 높이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주최 측은 폐회식이 시작되기 전 관객석 아래에 담요와 초코 과자가 포함된 선물 꾸러미를 준비했는데, ‘어른들의 행사’가 길어질 수 있으니, 담요를 덮고 초코과자로 당을 채우라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가장 큰 함성이 들린 것은 불꽃놀이 때였다. 1분 내외의 짧은 폭죽이 터지자, 그제야 선수들은 하늘로 휴대폰을 들어 동영상 찍기에 분주했다. 어린 선수들 입에선 “진작 이런 거나 하지”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내년도 전국체전은 무려 25년 만에 부산에서 열린다. 경남으로부터 대회기를 받는 부산은 체면을 살리기 위해 이날 행사에 임원 및 선수 200여 명을 동원했다고 한다. 부산에서 열릴 내년 전국체전에서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구시대적 모습이 재연될 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각종 이유를 불문하고 전국체전은 선수가 주역이 돼야 마땅하다.

백창훈 스포츠팀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2. 2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3. 3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4. 4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5. 5“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6. 6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7. 7[도청도설] 부캉이가 띄운 북항
  8. 8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9. 9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10. 10‘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1. 1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2. 2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3. 3폭풍 SNS, 배우자 외부활동…총선운동 방불케 한 추석행보(종합)
  4. 4안보·사법·與 내홍…추석 이어 국감정국 달군다(종합)
  5. 5與 “민생 더 챙기라는 말 많아” 野 “대선 언제냐며 시민 분노”
  6. 6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 DMZ 사고 조사 지연…연휴 일파만파(종합)
  7. 7靑 “우크라 ‘비공개 합의 없었다’는 거짓 발표”…해명·사과 요구
  8. 8[2026 국감 브리핑] 김희정 "'대입 원서 접수번호로 경쟁률 유추 가능' 사실로 확인…정부 대책마련해야"
  9. 9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10. 10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3. 3K-팝 효과 끝? 관광수지 넉 달만에 적자 전환
  4. 4늘어나는 법무수요…부산도시公 사내 변호사 찾기 안간힘
  5. 5금고 과당경쟁 제동…지역은행 판도 촉각
  6. 6한화에어로 ‘경력직 가이드라인(특정 학력·나이)’ 논란…“채용과정 개선할 것”(종합)
  7. 7‘사장님 퇴직금’ 노란우산, 공제·목돈 마련 든든
  8. 8“독자 기술이 미래 경쟁력…내년 매출 4100억 목표”
  9. 9CG 없이 대규모 전쟁·액션신 뚝딱…생성형 AI 활용 본격화
  10. 10세 가지 맛 한 번에…CU 트리플 삼각김밥 가성비 한 끼 호응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3. 3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4. 4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5. 5‘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6. 6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7. 7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8. 8금정구의원이라 믿었는데…임대보증금 1년 넘게 안 줘
  9. 9선거때 식사대접 혐의 사하구 체육회장 송치…돈봉투 수사는 무혐의
  10. 10부산지하철노조 쟁의 가결…조정 거쳐 내달 파업 예고
  1. 1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2. 2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3. 3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4. 4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5. 5[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6. 6한국 야구, 일본 꺾고 금메달…아시안게임 5연패 달성
  7. 7높이뛰기 우상혁, 2m22로 동메달
  8. 8[속보]'약속의 8회’ 한국 야구, 일본 3-1로 꺾고 AG 5연패
  9. 9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10. 10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부산 야구장 미래는
사직 역사성 있지만 대체구장 부담…북항 돔은 재원 관건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