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로 자리 잡은 격투 게임 ‘철권’의 주요 캐릭터 ‘진’은 공수도를 기반으로 무술을 펼친다. 평소 이 캐릭터의 동작을 배우고 싶었던 국제신문 ‘고수를 찾아서’ 취재진은 지난 1일 공수도를 배우고자 부산 해운대 대한공수도총본부를 찾았다. 이곳에 있는 정일홍 관장은 한국 공수도의 전설로 불린다. 2015년 국내 최초로 송도관 공수도 6단에 승급하며 3대째 한국의 공수도를 계승하고 있다. 승급 심사 자격을 갖추는 데만 최소 6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기에 현재까지도 국내에서 유일한 6단이다.

정일홍 관장이 전통 공수도 ‘카타’를 선보이고 있다. 김선우PD

정 관장의 송도관 공수도는 전통 공수도 중 하나다. 전통 공수도는 강유류(Goju ryu), 송도관(Shotokan), 화도류(Wado ryu), 사동류(Shito ryu)로 나뉜다. 중국의 북쪽과 남쪽의 유파를 오가며 배운 기술을 새로운 유파로 탄생시킨 사동류를 시작으로 북쪽의 영향을 받은 송도관, 남쪽의 영향을 받은 강우류가 탄생하게 된다. 이후 송도관을 배운 유술 집안에서 새로운 유파를 만들며 화도류까지 생기게 된 것이다. 정 관장은 “송도관은 직선적이고, 도약적이며 빠르다는 특징이 있지만 강유류는 몸의 중심을 낮추기에 무게감이 있고 호흡에 집중하는 원적인 동작들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신문 취재진이 정일홍 관장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김태훈PD

전통 공수도와 극진 공수도 고수가 서로 대결하면 어느 쪽이 이길까? 정 관장은 “전통이나 극진 모두 기술의 뿌리는 같다. 전통 공수도는 주먹을 뻗되 상대방의 눈앞에서 공격을 멈추며 통제를 중요시 한다. 그러나 유도처럼 발기술을 이용해 상대방을 넘어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극진 공수도는 맨손으로 안면을 뺀 상대의 몸을 직접 타격하지만 모든 기술이 서서 이루어진다”며 실전성에서 확실한 장단점이 존재한다고 했다.

격투 게임 철권의 주인공 ‘진’이 상대에게 공수도 기술을 쓰고 있는 장면. 철권7 캡처본

‘철권’ 게임 캐릭터 ‘진’의 격투 장면을 정 관장에게 보여줬다. 그는 “게임 속의 기본적인 공격 동작들은 모두 공수도의 기본 기술이다. 하지만 전통, 극진, 카타(태권도로 비유하면 품새와 같은 것)에 따라 사용 여부의 차이는 있다. 예를 들어 어퍼컷은 전통 공수도 경기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극진 공수도 경기 시 사용한다. 무릎 차기 기술도 실제 경기 규정에서는 반칙으로 분류되는 기술이지만, 카타의 경우 사용하고 있다”며 “극진 공수도만을 캐릭터에 반영했다기보단 모든 공수도를 결합하여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말했다. 격투 게임에는 가장 강력한 한 방인 ‘필살기’가 있다. 정 관장이 생각하는 공수도의 진정한 필살기는 무엇일까? 그는 “필살기는 간단하면서도 상대방을 한 번에 제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공수도에는 중단치기”라고 답했다.

국제신문 취재진이 정일홍 관장의 기술을 직접 맞아봤다. 김진철PD

‘진’ 사용하는 기술을 정 관장에 보여달라고 하고 직접 맞아봤다. 보호구를 착용했음에도 충격이 상당했다. 맨몸으로 맞았을 때를 상상하기 싫을 정도였다.

공수도는 위급 상황에 상대방을 쓰러뜨릴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정신적·철학적인 부분도 중시한다. 자기 신체를 보호하는 기술을 연마할 수도 있지만 사회구성원으로서 지녀야 할 예절과 겸손을 배우기도 좋은 무술이다. 정 관장은 공수도에 대해 “건강관리, 스트레스 해소, 호신술 등을 골고루 배울 수 있는 무술이며, 5세부터 70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수련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